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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Jun 15. 2016

그들만의 세상

달콤 쌉싸름 사중주, 유즈키 아사코, 김난주 옮김,  한스미디어.

사랑하는 유부초밥

수줍은 아마쇼쿠

가슴 술렁이는 하이볼

바쁜 와중에 고추기름

설음식 사중주.


김난주의 번역이라는 것만으로도 읽을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직전에 읽었던 작품이 무거웠던 탓에 가볍게 읽으면서 마음을 추스를만한 작품이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목차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도는 소설이라니.


절친한 여자친구인 네 람의 일신에 일어나는 일들을 음식과 함께 풀어낸 작품이다.

피아노 선생님인 사키코는 착실한 쌀집 아저씨와 유부초밥으로 엮이고, 마들렌을 닮은 과자 아마쇼쿠는 요리연구가가 되는 유카코의 추억 속으로, 일본에서 인기 있다는 하이볼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마리코와 그의 연인 이야기, 잘못 배달된 고추기름에서 시작해서 시어머니에게 멋진 설음식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호언장담하고 곤란해진 에디터 가오루코까지. 네 친구의 이런저런 상황으로 따뜻한 일본식 소설이 이어진다.


 어릴 때부터 매달 한 번씩 티파티를 하면서 다져진 결속으로 그녀들의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어느 때는 탐정처럼, 어느 때는 엄마처럼, 어느 날은 호된 선생님처럼 나름의 인생길에 동반자로 함께 걸어간다.


  항상 나는 여자친구들의 무리가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는 어쩐지 무리 속에 섞여 들기 어려웠고 섞여 들었다 해도 겉돌기만 했다.  그러다 종국에는 외톨이 신세.  한때는 내가 문제인 건가 싶어 우울함에 빠져들기도 했고,  자존심 따위 무시하고 먼저 말을 걸어보기도 했지만  무리 속에 녹아들기는 여전히 힘들었다.

 어느 날 어머님이 사주를 보고 와서는 내 사주에는 친구가 한두 명뿐이라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며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그 말을 듣고 나서는 친구 무리에 대한 조급함이 덜해졌다.  

원래 그렇게 타고난 상황이려니 생각하니 인간관계에 대한 부담감이 덜어졌달까. 항상 식구처럼 가족처럼 서로 끈끈하게 엮인 친구 무리에 부러운 시선을 보냈지만 지금은 괜찮다. 원래 난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니까.


 그래도 간혹.  이렇게 좋은 친구들에 둘러싸인 이야기를 읽을 때면 너무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나기도 한다. 살아가는 데는 좋은 친구가 꼭 필요하기 마련이니까.


 아주 가볍게 읽어내기 좋은 작품이다.

 무거운 작품을 읽어낸 후에 디저트로 읽을만하달까.  디저트 같은 소설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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