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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Oct 12. 2016

여행의 기록

그냥, 떠나고 싶었어. 이하람, 이다. 20160822

사진과 단편적이 글들이 남무 하는 에세이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무언가 성의 없어 보인다고 할까. 

쉽게 쓰인 잡문 같은 느낌이랄까.

잘 나온 사진 한 장, 그에 따른 잡문  한 단락. 그런 꼭지가 몇 개, 그리고 책 가격은 2만원 초 중반. 

이런 책을 쓰는 작가들의 돈 벌기가 참 쉽겠다. 싶은 그런 느낌이 들어 잘 읽지 않는다.

     

광복절 연휴였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난방을 틀어놓은 것처럼 방바닥이 뜨끈뜨끈 해지는 집에서 더는 견딜 수 없었다. 비용에 대한 걱정이 들긴 했지만, 푹푹 찌는 집에 더 있다가는 살인이라도 하겠는 분위기여서 시내의 호텔로 향했다. 여기저기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가장 저렴하게 예약을 하고 책 한 권과 간식을 싸들고 체크인을 했다.      

그때 선택한 책이 '여행의 기록'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뒹굴거리면서 읽기에는 무념무상의 사진이 많은 여행 에세이가 제일이지. 

 이하람이라는 작가는 ‘그 여자의 여행가방’이라는 작품으로 알게 되었다. 여자, 여행, 그리고 가방, 혼자 떠나는 여자는 얼마나 멋져 보이는지, 그렇게 알게 된 저자의 신간이었다. 그런데 내가 딱 싫어하는 스타일의 책이었지, 잡문과 잘 나온 사진 한 장들. 아까웠다.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나 싶었지만, 들고 온 책은 이 한 권뿐이었고. 내가 이런 류의 작품들을 싫어하는 것이 어쩌면 내가 쓰지 못한 책들 쓰는 그들의 능력이 부러운 질투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읽기 시작한 그녀의 잡문들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보송한 호텔 침구 사이에서 날아다녔다.      



여행이야말로 감성을 사로잡는 유일한 길잡이다.

그것이 어떤 선물을 안겨줄지는 떠나야만 알 수 있다.      

멀리 떠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어떤 걸 보고 얼마나 가슴에 담아내느냐가 

여행이 주는 진짜 선물이다.    

  

택시를 타고 그녀로부터 벗어났지만 

그토록 바라는 혼자가 되니

오랫동안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다.      


모든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

시간이 넘치면 돈이 없다는 것      


그동안 몰랐던 나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겹게 알고 있던 나를 확인하는 것      


아무것도 미루지 마라,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영국 런던에서 600킬로미터 떨어진 스콜틀랜드의 수도 애든버러, 이 조용한 도시 어느 골목에 자리한 카페는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손님들로 가득 찬다. 엘리펀트 하우스라는 붉은 간판을 내 건 작은 카페에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몰려드는지는 카페 유리창에 쓰여있는 작은 글씨를 읽어보면 안다. 

‘해리 포터의 탄생지‘

[해리 포터]로 세계적인 작가가 된 조앤 K. 롤링이 매일같이 찾아와 글을 썼다는 카페는 이 지역의 명소다.      


두렵고 조바심을 내는 건 뛰어들 용기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     


다즐링은 지역으로는 인도에 속하지만 네팔 민족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다. 영국이 인도를 통치했을 때, 다즐링의 농장으로 네팔 사람들이 대거 이주해왔기 때문이다. 

온통 푸른 녹차밭에는 흩어진 꽃처럼 여인들이 찻잎을 딴다. 찻잎을 오직 여자들만 딸 수 있다. 남자의 거칠고 투박한 손은 녹차 잎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혼란스럽고 가난하고 어지러운 인도가 아니다. 푸른 차밭과 고요한 히말라야의 산골짜기에 들어앉은 다즐링은 내게 보란 듯이 인도의 풍요로움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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