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일영 Oct 12. 2016

아빠, 아버지, 아비라는 남자

은밀하게 나를 사랑한 남자. 에릭 포토리노. 윤미연 옮김. 문학동네.

 흔히 모성이 대단하다고들 한다.  부성에 비한다면. 아버지의 사랑은 어느 나라에서나 과묵하고 절제된 표현인 것인가?


 엽총으로 자살한 아버지를 그리며 써 내려간 추모글이다.  아홉 살에 자신을 입양해 (정확히 말하자면 어머니의 재혼이다) 아버지라는 존재를 작가에게 만들어준 사람이다. 그런 아버지의 자살 후.  그를 그리며 쓴 글이다.

치유의 에세이라고나 할까.

어머니와 헤어진 이후에도 작가의 삶에 개입했고 그를 키워낸 아버지가 자살한 후.  작가는 그의 집을 정리하며 그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끊임없이 그를 그리워하고 감사해한다.


 물리치료사로 일했던 아버지는 일을 못하게 되면서 가난에 허덕이게 됐고,  그로 인해 자살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가설을 작가와 그의 형제들은 세웠다.  작가는 아버지를 도왔다면 그가 자살이라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을까도 생각하지만. 그것 역시 가설일 뿐.  아버지가 자살한 진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나의 아버지가 아니기에.  아버지를 추억하는 그의 글들이 쉽게 읽히지는 않았으나.  한 문장 한 문장 눈물이 베어나는 문단들은 슬픔을 자아냈고.  목 너울이 콱 막히는 기분이 들어 아주 아껴가며 읽어냈다.

 

남녀 간의 사랑 소설 같은 제목을 가지고.  아버지의 사랑을 논하다니.  

작가 스스로도 아버지와 연인처럼 은밀하게 사랑을 나누었나 보다.


티 내지 않지만.  든든하게 나를 지켜주던 그의 죽음.

근래 들어 부모의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나는 여전히 부모의 부재가 다가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이 없는 삶은 두렵다.

정말이지 너무 두렵다.


에릭 포토리노와 같은 글을. 이런 글을, 나는 아주 늦게.  아주 오래 후에 쓰고 싶다.  

내가 많이 늙어 세상이 별로 무섭지 않을 때.  그때까지 우리.  나의 부모가 내 곁에 있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이나요, 내 미래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