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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Oct 10. 2016

보이나요, 내 미래가?

몽화, 권비용, 북폴리오, 20160322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적막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은 것을 설움     

 - 윤심덕, 사의 찬미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광복을 맞은 것이 겨우 71년전이다.

70년 전에 우리는 나라도 없었고 미래도 없었다. 그당시에는 친일파들은 잘먹고 잘 살았으나 민초들은 굶주림과 일본의 억압에 힘들었다.

아버지가 일본순사에게 반항하다 재산을 몰수 당하고 가족까지 해체된 영실,

일본인 앞잡이 노릇을 하는 아버지 덕에 호의호식하는 정인,

기생집에 맡겨 길러진 독립투사의 딸 은화,

우리의 어머니들이었고, 당시의 소녀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덕혜옹주를 쓴 권비영 작가의 최신작이었다. 역사에 대한 인식이 남다른 작가인 것인지 그녀는 우리의 역사 속 인물들을 다시 깨어나게한다. 덕혜옹주가 그랬고, 이번 작품의 영실과 정인과 은화가 그러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황량했다.

 앞이 없었다. 하루 앞이 없었고, 오늘만 있었다.

오늘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만 있었다. 자신이 누구의 딸인지 모르는 은화는 기생집에서 길러져서 기생이 되어야 하나를 고민했고, 가족이 모두 헤어진 영실은 이모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면서 본인의 처지를 비관했다. 가장 부유했지만, 정신이 가난한 정인이는 친구들의 우정에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나라가 없었던 우리가 겪어야 했던 아픔들이 고스란히 쓰여있는 작품이었다.


 ‘몽화’에는 일본군을 피해 만주로 쫒겨간 정인이 아버지의 탄광촌 생활이 그려진다.  제일 어였뻔던 은화는 기생이 되는 것을 피해 가출하지만 위안부로 팔려가고, 이모의 기둥서방이었던 일본인 사업가의 도움으로 일본으로 넘어가게 된 영실이는 이제나 저제나 혜어진 가족을 그리워한다.

 모두 아픈이야기들 뿐이다. 치유가 되지 못한, 치유할 수 없는 이야기들.      

 

 70년 전의 이야기가 현재도 진행되고 있지만, 누구하나 우리는 친일파에 대한 처벌을 하지 못했다. 정치의 주도권은 여전히 그들에게 있었고, 일제강점기와 다름없이 우리는 일본의 눈치를 보면서 생활한다. 안타깝고 답답한 현실, 그녀들과 지금 우리도 다르지 않다. 산업화를 겪고 IMF를 이겨내고 한국을 만들었지만 어쩌면 우리의 정신은 당시보다 더 피폐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독립투사도 없고, 애국심도 없고, 그저 내 몸하나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 외국으로, 외국으로만 나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넘쳐난다. 안타까운 그녀들의 인생사가 지금 나와, 우리가 처한 현실과 다름없음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우리도 지금, 앞이 없다. 하루앞이 없고, 오늘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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