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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Dec 16. 2016

읽지 말았어야 했다

짐승의 성, 혼다 테쓰야, 김윤수옮김, 북로드, 20161213

일본어를 배우면서 일본드라마를 꽤 챙겨봤었다.

당시 수사물에 관심이 많았던 지라 '스트로베리 나이트'라는 달콤한 이름을 가진 드라마를 보았더랬다. 제목과는 다르게  어마무시하게 잔인한 수사드라마였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를 보면서 그 드라마의 원작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됐는데, 그 작가가 혼다 테쓰야였다.

 화면으로 표현된 것보다 원작은 훨씬 더 리얼하게 잔인했던 기억이 났는데도, 아마 꽤 오래전이라서 그 기억이 희미해졌던 것인지, 익숙한 저자의 이름을 보고 집어들었던 것이 실수였다.


이 책은 보지 말았어야 했다.

잔인하고, 잔인하고, 잔인하고, 잔인하고 토악질이 올라왔다.

그런데도 읽기 시작한 책은 끝을 보고야 마는 성격탓에 끝은 보긴했다만. 내내 기분이 좋지 않다.

머리도 지끈거리고 대체 이런 책은 왜 쓰는 건가 싶다.

마지막장을 덮고 놨더니 그제서야 띠지의 카피가 눈에 들어왔는데,

일본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기타 큐수 일가족 감금살인사건 소설화! 란다.

세상에 말도 안돼, 정말 있었던 일이라고, 이게, 이런 끔찍한 일이?


 간혹 화가난 상태에서 사람이 내뱉는 말들이 있다.

대부분이 진심이 아닌 말들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아무리 화가 나도 갈아 마셔버리겠다느니, 죽여버리겠다느니 이런 말들을 다시는 듣지도 쓰지도 말아야 겠다는 결심이 섰다. 말 그대로 사람을 갈아버리는 상황이 등장하는 작품을 읽고 있자니 어쩐지 이것이 현실인것 같고 내가 그 말을 뱉으면 금방이라도 그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으스스 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더라.


 괴물같은 남자로 인해 내가 학대당하고 가족들이 살해당하고 그런데도 폭력에 익숙해져 도망도 가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다. 내가 괴물인지, 그가 괴물인지도 헷갈리는 순간, 인간의 성이 아닌 짐승의 성을 작가는 그리고 있다. 짐승같은 인물을 만나고 싶다면 읽어봄직한 작품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 읽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여전히 너무 기분이 나쁘고 속이 매스꺼워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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