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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Dec 06. 2018

마지막이 정해지는 순간

70세 사망법안,가결.가키야 미우.  김난주역.20181002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나이 60을 넘으면 할머니였는데. 지금 6.70대 분들을 보면 그야말로 청춘이다.

노인이라는 단어보다 중년이라 해야 맞을 정도.


 


끝날것 같지 않은 취업난. 노인부담금 증가. 연금 고갈

무시무시한 현실에서 70세에 죽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되고 가결되었다. 죽지 못해 사는 노인들은 반가워했고 돈 있고 여유 있는 노인들은 반발했으며 젊은이들은 두 손 들고 환영했다.

 오랜 기간 시어머니의 병시중을 들고 있는 전업주부 도요코는 내심 이법안이 반갑다. 시행까지 2년만 참으면 시어머니의 병시중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살 수  있을 테니 어서 시간만 지나기를 고대하게 되었는데, 이 법안이 가결되고 남편이 선수를 친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기퇴직 후 세계여행을 떠나겠다는 것. 아내와 어머님은 내버려둔 채 혼자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했으나 인간관계를 견디지 못하고 은둔형 외톨이가 된 아들도. 할머니의 병시중이 자신에게까지 돌아올까 무서워 독립한 딸도 모두 도요코에게는 짐이다.

하다못해 시어머님은 병시중을 받으면서 며느리를 가정부 부리듯 부리고 있으니 도요코가 이 생활을 끝낼 수 있는 것은 사망 법안뿐인데.

 그걸 기다리기보다 이기적인 남편의 세계여행에 치가 떨려 가출을 가맹한다.



 

 결국은 며느리의 고단함을 알게 된다는 교훈을 주는 작품이지만. 작금의 현실에서는 결코 모든 것이 해피엔딩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다.  스스로 무언가를 할 생각을 하지 않는 병든 시어머니와 히키코모리가 된 아들, 독립한 딸, 나의 고단함을 모른 척하는 남편.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내 몸하나 간수하는 것도 힘든 세상에 도요코는 지옥을 살고 있었다. 부모가 죽기를 바라면서 지내는 일이 어찌 좋을까. 만역 법안이 통과되어 시어머님이 죽었다면 그 또한 그녀에게는 짐이 었을 것이다. 이 작품 내내 나는 도요코에게 감정이 이입되었다. 

 무던하게 일을 해내는 그녀가 답답하고 안쓰러웠다.  남편의 세계여행 소식을 듣고 가출을 감행한 그녀를 응원했고, 부인은 안중에도 없는 남편을 욕했다. 그리고 제발 가정으로 돌아오지 말라고 응원을 했는데... 작품은 가족에 관한 희망을 보여주고 마무리를 지었다. 

  억지 춘향으로 끼어 맞춘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해피엔딩이었고. 

 70세 노인이 죽어야 하다는 법안 같은 것은 없었다. 

 지금은 인구 절벽이라고도 하고 노령사회라고도 한다.  노인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니 이런 법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없다. 만약 우리나라에도 이런 법이 생긴다면.., 그렇다면 나의 선택은 어느 쪽이 될 것인가. 

진진하게 고민해 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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