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그리고 스머프 마을 이야기

by 오슬


파파 스머프가 죽고, 마을은 조용했다.

숲은 여전히 푸르렀고, 버섯집은 여전히 동화 같았다.

스머프들은 지도자를 뽑아야 했다. 누군가 방향을 정해야 했고, 누군가는 무게를 짊어져야 했다.

후보는 세 명. 하지만 결국 말이 많은 스머프가 뽑혔다. 아니, 말이 능란한 스머프였다. 이름은 그냥 '지도자 스머프'가 되었다.

지도자로 뽑힌 다음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새로운 법을 만들겠다.
앞으로 ‘아무튼’이라는 말은 지도자인 나만 사용할 수 있다.
아무튼, 이건 그렇게 정해졌다.”



스머프들은 쿡쿡 웃었다. 말 한마디 쓰고 안 쓰고를 법으로 정한 게 재미있었다.

하지만 지도자 스머프는 웃지 않았다. 대신 덩치 스머프를 자신의 행동대장으로 세웠다.

그날 저녁, 한 스머프가 장난 삼아 “아무튼 오늘은 재미있었어.”라고 말했다.

바로 다음 날부터 그 스머프는 일주일 동안 버섯 지붕 위 이끼를 닦는 벌을 받았다.

처음엔 우스웠다. 그다음엔 불편했다. 그다음엔 무서웠다.


지도자 스머프는 법을 하나씩 추가했다.



“오늘부터 지도자 스머프는 일을 하지 않고 감독만 한다.

그리고 지도자 스머프의 집에서 시중드는 사람이 한 명 필요한데,

그 일은 스머페트가 맡는다.

아무튼, 그렇게 한다.”



스머프들은 불만을 품었지만, 누구도 아무튼 에 대들 수 없었다.

‘아무튼’은 이제 스머프 마을의 질서가 되었다.


스머페트는 매일 아침 지도자 스머프의 버섯집 문을 열어야 했다. 물을 데우고, 선반을 닦고, 침대를 정리하면서 그녀는 속으로 계속 반복했다.



"이건 내가 원한 일이 아니야. 하지만... 아무튼 혼자 뭘 할 수 있겠어.



법은 입을 다물게 했고, 무표정을 만들어냈다.

시간이 흐르자 스머프들은 서로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누가 ‘아무튼’을 몰래 쓰지 않는지.

누가 지도자의 말에 눈을 흘기지 않는지.

지도자 스머프의 집에는 거울이 없었다. 대신, 감시할 눈을 늘렸다.


덩치 스머프는 늘 지도자 곁에 있었지만, 침묵이 많아졌다. 그는 예전엔 나무를 자르고 돌을 나르던 손으로 이제는 친구들의 등을 밀었다. 그의 손은 여전히 단단했지만, 눈빛은 흔들렸다. 밤마다 그는 손을 물에 씻었다. 물은 투명했지만, 씻겨지지 않았다.



"나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아무튼..."



그 말이 밤마다 자신에게도 필요했다.


어느 날, 똘똘이 스머프가 군중들 앞에 선 지도자 스머프에게 말했다.


“그럼 당신은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까?”


지도자 스머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왜냐하면, 나는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것이다.”



다음날 아침, 똘똘이의 책상이 비어 있었다. 그 위엔 부서진 안경다리 하나만 남았다.

그리고 지도자 스머프는 이렇게 선언했다.



“아무튼 에 거역한 자는 스머프가 아니다.”



이후, 매달 한 번.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숲 속에 스머프들이 모여든다.

회색 모자, 작은 몸. 떨리는 눈.

그들은 가가멜의 집 앞 언덕에 숨어서, 아래를 본다.

꽁꽁 묶인 스머프 하나가 앞마당에 던져져 있다.

곧이어 고양이 아즈라엘이 혀를 할짝대며 다가온다.


누군가는 눈을 감고, 누군가는 고개를 숙인다. 그들은 서로 말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본다.



“괜찮아, 저건 아무튼 에 거역했기 때문에 더 이상 스머프가 아니야.”



누군가 속삭였다.

누구도 울지 않는다. 누구도 웃지 않는다.

그날 밤, 숲에선 작고 동그란 눈들만 껌뻑일 뿐이다.

누군가 말했다. '다음은 누굴까?'


아무튼, 그렇다.




[출처] 아무튼, 그리고 스머프 마을 이야기|작성자 토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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