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유산
18.12.21
‘46’
사십 육년을 살면서
엄마가 멈춰선 순간들
어떨 땐
수시로 브레이크를 잡으며
매일 눈물바다로 살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그 어두운 미로 속에
갇혀 있었던 시간
때론
그 미로 속에 갇혀
길을 찾지 못할 때
그 진흙 구덩이에
파묻혀 헤어 나오지 못 할 때
그 얕은 손톱으로
그 미로 벽을 긁어내려가면서
배운 건 딱 하나다
인생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것만큼
고통과 고문일 수밖에 없다고...
그것을
단순하다 말하지만
그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리면
절대
지 밥그릇 챙기며 사는 일마저
버겁게 되는
아주 위험한 일이라고 말이다
이 세상에
고생 안한 사람
사연 없는 사람
아픔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아서
그런 사연에
동정 받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엄마는 엄마가 되고 알았다
너희의 삶이
한 걸음 내 딛을 수 있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으며
이 글을 쓴다
올해 2018년
엄마는 엄마의
어깨의 짐을
조금은 내려놓은 듯
그렇게 홀가분하고
가벼울 수가 없다
마치 쇼생크 탈출처럼
그 자유를 얻은 행복을
감히 어찌 부족한 글로 밖에
남기지 못해 아쉽지만
엄마는 저 새의 날개를 가진 것 같다
2018년 5월 대학발표가 나고
2018년 8월 첫 딸이 대학 기숙사에 입학하던 날
거센 폭풍우를 뚫고 온
마치 삶에 폭풍을
지나온 것처럼
엄마는 살아낸 일이
대견스러울 만큼 행복했다
누구나 다 가는 대학이지만
이 엄마에게는
남다른 인생의 숙제였다
열여섯에
자기 학비를
벌어야했던 소녀에게
자기 딸이 열여섯에
남다른 길을 가게 한다는 건
너무나 장대하고
엄청나게 큰일이었다
아마 롤러코스터를 탄
짜릿함과 비할 수 없는
엄마의 기쁨은
네가 좋은 명문대학에
입학해준 것이
내 안에 에너지를 전부 쏟아내
내 영혼의 엑기스와
내 골수의 마지막 남은 진액까지 거는
고열 같은 일이었다
그래도 우리 꼬꾸라지지 않고
그 기쁨을 맛보는 희열 앞에 서보니
엄마는 삶이 진정 경건해졌다
신이 주신 선물 앞에
이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할 때
우리가 꾼 꿈
그 거대함이 현실이 될 때
엄마는 신과의 약속을 지켜내고 싶다
우리가 그렇게 발버둥 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게 아닐텐데
그래도 신은
늘 우리와 함께 해주었다
다 지나갔고
우린 지금 2018년 12월에
여기서 만난다
엄마는늘
너희 곁에
육체가 있어주지 않았지만
엄마의 기도는
숨 쉬는 그 순간순간
함께 호흡했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항상 떨어져 살아내면서
현재라는 시간이
늘 아픔이고
고통이었는데
어쩜 그것이
고통, 아픔이라 잠시 생각했던
엄마의 생각마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이제야 반성도 된다
어릴 때
나이 어린 엄마는
자식과 떨어져 일하고
자식 자는 모습만 보고
자식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자식과 떨어져 사는 일이
고통이고
아픔이고
눈물인줄만 아는
모자란 엄마였는데
현재에서 과거의 슬픔을 보니
우리의 미래도 보이는구나
그래서 자식을 키우면
평생 동안 배우나보다
엄마의 청춘이 가고
스무살 너의 청춘 앞에
존귀함을 배우고
엄마의 열여섯만 다 컸던 게 아니라
열여섯 수현이의 고민도
참 성숙 했구나 깨닫는다
그래서 어설픈
꼰대 같은 엄마가 되면 안 된다는
반성을 남겨본다
어느덧 세월이 가고
스물, 열여섯 된
두 자식의 나이를 적어보며
인생에게 배우는 게 참 많다
단순한 지식 말고
스스로 엄마가 되며
배우는 산 경험 말이다
그래서 엄마는
자꾸 겸손해지고 싶고
겸허해지려 애써본다
세상의 고마움과
감사함이 너무 많아서
더 낮추며 살아가려 힘쓴다
그래서 자식은
낳아봐야 어미가 되고
어미가 되어 보니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모성이 생기고
그것이 오래 깊어지다 보면
신비한 힘이 생기고
직감이 만들어지고
기적 같은 통찰력도
생긴다는 걸 배운다
그래서 엄마가 되니
보이지 않는 기적을
믿을 수 있고
때론 그 기적을
낳기도 하나보다
그래서 모신은
기적을 낳는 것이라
정의내려 본다
그래서 그 기적이 달아날까
매사 기도하며 사는 정성
언제나 배워서 겸허해지려
흉내라도 내는 지혜라고 할까?
기적은 이해득실이 없다
엄마란 존재처럼
여자는 무력하지만
엄마는 과학을
이기기도 한단다
그래서 엄마란
내가 참 좋다
내 인생에
가장 잘 한일
엄마가 되는 일
그 일은
국가와 세계를 위한
일이기도 한 것 같아서
엄마는 이 희생에
두려움이 없다
작게는 그렇고
크게는 이 엄마가
엄마는 국가를 위해
그다지 큰일을 해낸 건 없지만
너희는 국가에 이바지 하는
나라의 아이들로 키울 수 있다는 뿌듯함
잉여인간이 아닐 수 있다는 일에
내 소명을 다해본다
그래서 엄마는
생물학적으로
너희를 태어나게도 했지만
너희가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훌륭하게 키워내는 일에
내 인생을 건다
내가 가지지 못했던 것들을
손에 쥐어주고 싶은 게 아니라
너희들 나이에
내 부모님께서
해주지 않으셨던
내가 몰랐던 것들을
나는 너희에게
일러주며 살고 싶다
사실 이제는
내가 너희에게
더 많은걸 배우니
이미 우리는 동격이지만
엄마는 내 이름이
엄마라 감히 조언할 수 있다
배우는 곳은 학교이며
경험하는 곳은 세상이지만
인간이 되게 하는 이는 엄마다
내가 더 많이 배우려 애쓰는
모든 이유들이 여기에 있다
내 재능과
지식을
경험을
내공을
너희에게 전수해 주는 일
그 일이
이 엄마의 도리고
본분이고 신과의 약속이다
마침 어느 TV프로에
신과의 약속이란 드라마를 보며
한참 고민하며 보았다
결론은
‘엄마란 사람은 궁지에 몰리면 자식이 먼저다’
생명을 낳아본 사람이
그 생명을 애써 지키려
그 생명의 힘과
무게를 안다는 거지
그래서 엄마는
생명을 지키는
사람인 듯싶다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 그러하듯
그러나 엄마들마다
공포와 불안
두려움,
절망,
시련,
고통을 껴안는 방법은
절대 같지 않다는 것에
엄마는 감히
엄마란 이름을
늘 돌아 본다
세상엔
엄마 같지 않은
엄마들도 많고
이 세상엔
엄마란 단어조차
아까운 쓰레기 같은
인간들도 많아서
내 장래 희망은
끝까지 그 엄마란 이름에
부끄러움이 없이
살다가고 싶다
내 인생엔
세 개의 길이
있었던 것 같다
나로 사는 일
아내로 사는 일
엄마로 사는 일
그 중 하나라도
제대로 된 사람이고 싶다
철 없을 때 엄마가 되었지만
철 들수록 엄마가 되고 싶다
신이 준 선물이
너희라면
승현아, 수현아
엄마는 신이 준 선물을
받은 특권을
엄마란 신념으로 살고 싶다
엄마 같은 엄마
엄마의 본분을 다하는 엄마
엄마란 명분을 다 할 줄 아는 엄마
엄마란 이름이 어울리는 엄마
어떠한 경우라도
엄마이고픈 엄마
엄마로 살고 싶은 엄마
그래서
훌륭한 어머니 소리를 듣는 어미
내 자궁 속에 잉태하여
세상을 빛나게 할 수 있는 자식을
둘이나 둔 나는 엄마다
그래서 눈감고
45년 뒤를 그려 본다
내 죽는 날
너희에게 나는
어떤 어미였고
나는 내 죽는 날
눈감을 때
너희가 세상에
제 몫 하는 자식으로
내 몫을 다하며
눈감는 일에 두려움이 없기를
그래서 흙 속에 파묻혀
행복하기를 빈다
신과의 약속을 지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