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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재테크 컬럼] 본전인생

에세이

by 가이아Ga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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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0




본전인생




가만히 기억해 보니

내게 청춘이란

잠 못 드는 밤이었다




잠도 잘 못 이루던

그 수많은 세월

늘 초조하던 어설펐던

내 직업에 대한 불안

언제 잘리게 될지

알 수 없었던

내 의지와 상관없는 밥줄




징글징글하게

사람 눈치보고

비위 맞추던 시간




결핍이 주는

콤플렉스 앞에

당당하지 못했던 자신감




많이 배운

학벌 높은 사람 앞에

발가벗겨지던 천한 서러움




사랑에도

주제 파악이 따른다는 걸

깨닫는 결혼




천한 내 신분 앞에

가식이 곁들어졌던

일명 있는 척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여유롭지 못했던 이기심

내가 받는 상처가 싫어

더 많이 인쇄해 돌린 내 아집들




성공에 집착한 게 아니라

가난이 더럽고 쪽팔렸던 내 자존심

오해와 다툼 속에

내가 버텨야 했던 내 자리




때론

최선을 다한 것만으로 모자라

미신을 찾아다니던 방황

굿이라도 해야 풀리던

내 젊은 날의 두려움, 미래

바람 앞에 날리는

책장처럼 사라진 시간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청춘이다




계절도 사시사철이 있건만

내 청춘은 늘 혹독한

겨울 벌판이었고

잠시 비치는 햇빛 아래

그 볕을 쬐는 날

신은 그렇게 나에게 말해 준 것 같다




이제 다 왔다고

한 걸음만 내딛자고...




1989년

내 나이 중3을 지나 고1

첫 월급 98,600원을 받으며

세상에 홀로 선다




그 어린나이에도

일기를 보면

난 위로 받으려

애쓰지 않았다




내 인생의 마약이

동정과 연민,

위로와 위안이라 생각 했는 듯

열여섯 열일곱

겨우 된 아이가 쓴 일기에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쓰여있다




일기가 그때 그 시절을

증명해 주듯

나는 그 겨울을 살아냈다




자립-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이든

나는 나를 보호하며 지켜냈다




세상의

시기와 질투를

내 온 마음으로

둘러싸고 있는 나는

콤플렉스 덩어리였는데

불행을 허락한 이유일까?




17살부터 해야 하는 돈벌이를

내 운명으로 허락해야 했고

17살부터 내 운명은

모두 내가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올해는

내가 일한지 딱 30년

내 나이 마흔 일곱 앞에

나는 감히 이 글을 쓴다




내가 피운 꽃이 장미라면

그 가시는 그것마저 내 것이라고

나는 온 몸으로 내 삶을 살았다


내 부모도 형제도 내겐 없었다




그냥 버려진 17살 소녀가

그 장미가시를

온 몸으로 피워가며

얻어낸 것이

그 예쁜 꽃 장미라고

나는 제일 도려내고 싶은

삭제하고 싶은 시절이 있다




나 홀로 세상에 나와

못 견딜 만큼

못 이길 만큼

힘든 세월을

홀로 버티게 한

내 주어진 환경과

내가 탓하고 싶었던 운명

방치하며 버린 내 부모를

그리고 힘겨운 시간을

지금 아무렇지 않은 듯

지금 아무렇지 않게

지금 아무런 울림 없이

그 기억을 꺼낸다




그리고

조금 철든 나는

그렇게 확신 한다




눈물겨운 고통을

감수하지 않는 인생은

눈 먼눈으로

기회를 찾는 바람이라고

사람이 이루고자 할 땐

신도 감동하고

귀신도 돕는다고

대충 살면서

얄팍한 기회를 준비한다면

절대 다가올 운마저 쫓아내는

어리석은 잔머리라고

그렇게 내 안의 가시가

밖으로 드러나는 동안

나는 지금 조금씩

늙기 시작하는

불혹의 중반에 서 있다

내가 피운




장미꽃 봉오리들을 보면서

누군가 나를 조롱할거란

환상에 빠져 살았던

가난의 쪽팔림이

내 스스로에게

단단한 신뢰가 되고

조금은 더

흔들리지 않은 평정심과

더 이상 밑바닥까지

추락할 일이없다는 평온함과

삶의 느낌표 앞에

이 글을 평가 받으려 쓰지 않는다




나는

직업이 작가도 아니요

글 잘 쓰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내가 쓰는 글들은

내 상처가 녹아 문장이 되고

내 결핍이 서려 단어가 되고

내 환경이 글의 분위기를 만든다




내가 운영하는 카페

내가 인생을 바친 카페

왕비재테크 카페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나의 멤버라서

살아 녹여낸 내 경험을

아무런 대가없이

부족한 필력에 녹여

당신에게 지지가 되길 바라며

내 청춘의 한과

내 인생의 겨울의

한파에서 살아낸

몇 안 되는 내공을 정리해 본다




그 하나,

망했을 때 실패했을 때

그 경험을 해보지 않고는

사람을 배울 수 없다




나는 망하고 실패했을 때

나를 무시한 사람은

평생 안 본다




그 둘,

벼랑 끝에서

도와준 사람의 은혜는

반드시 갚아야 한다


내 산 내공이다




가난한 인간들을

힘들 때 도와주고 나면

나중에 살만 할 때 와서

봇짐을 달라고 했다




가난한 사람은

도우면 탈이 난다




그래서 반대로

자신이 도움 받으려면

진짜 가난한

인간의 본성을 지닌다면

상대는 물에서 건져주지 않는다




반드시

벼랑 끝에

서 보면 보인다




그리고

그 은혜는 적어도

대를 물어 갚아야 한다




그 셋째,

그 어떤 조건 없이

편이 되어준 사람을

평생 곁에 둬야 한다


인간 밑바닥이란 게 그렇다




아부, 아첨,

일명 잘 나갈 때

기생처럼, 기생오라비처럼

치켜세우는 인간쓰레기들은

사람이 앞에선 굽신거리지만

반드시 뒤통수 친다




주변을 돌아보라


보이는 대로 사람을 보면 당한다

어떠한 상황에도

자기편이 되어주는 사람

역시 가장 낮은 곳에 가면 보인다




그 사람이 자기편이고

그 사람이 의리를 지킨 사람이다




끝까지 보라

그 하나, 둘, 셋

그렇다

나는 쉬이 사람을

안 믿는다




믿지 않는 게 아니라

나를 못 믿게 사람들이

내 순수를 앗아갔고

안타깝게도

세상에 배신당하고

닳고 닳아보니

그저 사람이란 게

요물이란 거

그래서 나는

내 청춘이 준 선물이

너무 크고 귀하다




적어도

내 인생 겨울이 깊었지만

내 아까운 청춘은

그렇게 가 버렸지만

누가 훔쳐가지 못 할 정도의 재산

함부로 넘어가지 않을 정도의 줏대

얄팍한 인간들을 가려 볼 정도의 안통

돈 앞에 천해지는 사람을 구별 할 정도의 안목




그리고

그 사람의 미래까지도 보일 것 같은 혜안




그렇다

난 내 인생은

본전 이상이다




순탄하지 않았지만

혼자 힘으로 극복했고

낭떠러지에선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고

어려움에 처할 땐

항상 내 동냥 그릇은

신이 채워주셨다




내 신뢰가

나를 지키는 힘이 되고

내게 사람은 의지고

나를 인간 만든

소중한 재산이다




인생의

반 구십 중반 앞에 서서 보니

그리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




인생이란

옳고 그름이 없어

참 다행이다




득도한 고승은 아니지만

평정심으로 살아갈 수 있고

내 인생이

적어도 본전

그 이상이니

본전인생 면했으니

내 독설이,

내 직언이,

때론 내 솔직함이

누군가에게

입에 쓴 약이 되고

삼키기 어려운 냉정일 테지만

가끔 주제넘게 야박하지만

내 수준이

들통 나도 나는

누군가 인생에

아주 작은 하나의

가시라도 되어준다면

내가 허영부리고

사는 일보다 멋지리라




2019년 절기상

입춘이 지난 새해

본전 인생은

한 내 삶에

잠시라도 머무는 당신께

온전한 마음이고자 한다




사실 두렵다


인간의 뒤통수

그래도 적어도

내게 봇짐을 내 달라하지 않는다면

당신 명함 집에 꽂혀진

그 수많은 인맥보다

나는 당신께,

당신이 인생 가장 밑바닥 일때

그때 딱 한 번 진짜 그 인맥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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