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왕비재테크 비밀] 바보엄마

엄마수업

by 가이아Gaia
E5wiHewwC9nWvv8DBF5uhTtGvkQ


244D9546562D72F525F8F3

19.2.11




바보엄마




바보 엄마는 사랑을 주지도 못해봤고

바보 엄마는 사랑을 받지도 못해봤고

바보 엄마는 사랑을 해보지도 못했다


바보라서




그런데 바보 엄마는

딱 하나 잘하는 게 있었다

끝까지 매달리는 것

그리고 바보 엄마는

딱 하나 똑똑한게 있었다

자신이 누구라는 것

그리고 바보 엄마는

딱 하나 믿는 게 있었다

자식을 믿는 일

그래서 바보 엄마는

이렇게 살아갑니다




스물일곱에

떡하니 딸이 생기고

서른하나에

기다리던 아들이 생기고

그렇게 이십일년째

바보 엄마는

생각 없이 삽니다




이 세상 모든 일을

잘하고 싶은 게 아니라

엄마의 도리만 잘하고 싶은 게 아니라

엄마의 도리만 잘하고 살자고 말입니다




그래서 바보엄마는

엄마가 되고

돈이 필요했습니다




우유도 사고

분유도 사고

기저귀를 사고

그렇게 책도 사고

장난감도 사는데

돈이 모자랍니다




그리고 그때입니다




분유 한통에도

가격이 차이가 나고

기저귀도 비싼 게 있다고

어설프게 그 분유 값,

기저귀 값 벌러

바보엄마는 지새끼를 떨어뜨립니다




그 분유 값,

기저귀 값 벌려고

한 달 벌어

돈을 계산합니다




양육비주고

진짜

분유, 기저귀 값 내고 나니

이젠 돈이 남지 않습니다




이제는 커서

장난감이 필요해서

바보 엄마는

장난감 사러

다시 돈을 벌러 나갑니다




그리고 이제

그 아이가 커서

유치원에 가야해서

또 돈을 벌러 나갑니다




그 유치원비를

내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벌러

더 오래 일을 합니다




그래서 이젠

퇴근시간이 늦어

아예 아이의 자는

얼굴 밖에 못 보는데도

바보엄마는

멋도 모르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영어유치원에

가고 싶다는 말에

바보엄마는

또 일을 더 많이 합니다




딸이 가고 싶은

영어유치원에

보내 주기위해

돈 벌러나갑니다




그런데 이제는

돈이 더 많이 들어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바보엄마는

주말에도 우는 아이를 떼어놓고

또 다시 돈을 벌러 나갑니다




그렇게 자꾸 돈은 필요하고

아이를 위하는 게 뭔지 모르는

처음 해 본 바보엄마는

그 돈을 벌려고

아침 일찍 나가

밤늦도록 몸뚱이 값이 싸

퇴근 후에는 알바를

주말에도 주말알바를 해야

겨우 필요한 것들을 메꿉니다




바보엄마는

아이가 보고 싶어도

참고 아이가 아파도 참고

자신이 아파도 참고 참고

할 줄 아는 게

참는 것 밖에 없습니다




밤새 피곤해도

자는 아이 옆에서 잠만 자고

정작 사랑하는 새끼를

보는 시간은 고작이건만

자식 앞에서

또 참고 일만 자꾸 합니다




스스로 자진해서

사랑한 죄

그 죄를 죗값 치르며

자신의 가난을 물려주기 싫어

자신의 무식을 들키기 싫어

자꾸 참아냅니다




바보엄마는

그렇게 필요한 것들을 사주려고

돈을 벌러 다니면서

도망도 치지 못했습니다




너무 가난해서

김밥 한 줄로

하루 한 끼를 때우며

그렇게 번 돈을

바보엄마가 일만하는 동안

바보엄마의 남편은

바보엄마와 달랐습니다




바보엄마의 남편은

그리 가난하게

살아보지 못해

바보엄마와 달랐고

그렇게

뒷산바위가 무너지듯

바보엄마를

다시 가난의 전쟁터에

내버려졌고

그렇게 바보엄마는

가족과 생이별하며

다시 돈벌러 나갑니다




남편은 자기 집

바보엄마의 어린 새끼는 외갓집




바보엄마와

큰딸은 다시

그렇게 헤어져서

머리로는

마음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생

이별 앞에

바보엄마가 됩니다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아파하며

어쩌면 돈이란 핑계 앞에

가벼이 사랑을 말하며

이십년 동안

아침 밥한번 먹여주지 못한 죄

이제 바보엄마가 깨닫습니다




절대 아름다운 풍경은

없다는 걸

바보엄마는

스스로 돈이 필요해

돈을 벌었지만

그 새끼는

스스로 원치 않을 수도

있었다는 걸




그래서

바보엄마는 가슴이 아픕니다




엄마라서

그랬다고 하기엔

그 역할에

충실했다 말하기엔

온통 자신의 입장을

PR하는 일 뿐




바보엄마는

다시 태어나도

이 상황을 후회하지 않지만

인생 단 한번뿐인데

시간이 속절없이 가

벼이 흐른다는 것

바보엄마가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자신의 판단이었던 것뿐

엄마가 된 입장이었을 뿐이란 것

우린 서로 남다른 사랑을

갈구하지 않았을까?




바보엄마의 실수

돈 번다고 더 안아주지 못했고

볼에 뽀뽀한 기억도

같이 놀아본 기억도

같이 음악을 들은 적도 없다는 것




환경이란

지배 속에 궁핍했던 사랑

자신 생의 인생 한 도막

추억보다 더 귀했던 돈벌이

젖은 한숨으로

맡아보지 못했던

아이들 살 냄새




괴로워 좌절하며

잊어버렸던

아이들의 어린 시절

절대적 고통 앞에 싸우다

멈추었던 과거

나는

바보엄마는

아직도 이렇게 살고 있다




내가 원했던 것들이 뭘까?


그렇게 억울하지 않지만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던

빈털터리의 과거 속 나

그렇게 바보엄마의 인생을 살았다




나이 들어도

바보엄마는 애잔하다




지금도 사랑하면서

헤어져 사는 이유

바보엄마는

바보라서

너희 없으면

못살 것 같은데

너희와 떨어져도

이렇게 잘 살고 있다




나중에 만날 거란 약속하나가

이 바보엄마를 살게 한다




그저 생각만으로 족한 걸 보면

그저 바라봐도 좋은걸 보면

그것이 내가 숨 쉬는 이유다




그것이 바보엄마의 꿈이다




바보엄마의 전부

가는 길이 너무 멀어

보지 못해도 행복한 건

사랑은 붙잡아도

곁에 두는 것이 아니겠지

바보엄마가

진짜 똑똑한 이유다




바보엄마는

내 새끼 없으면 못 사니까

결코 바보가 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으니까




엄마는 죽을 때까지

바보엄마로 살련다




먼 훗날까지

너희는 내 곁을 떠나 살지만

영원히 내가 엄마로 사는 일

죽는 날까지

진짜 바보여야 가능하겠지




그래

엄마는

죽는 날까지

바보엄마이고 싶다




그 분유 값

기저귀 값을 벌러

우는 자식을

떼어 놓고 나갔던 엄마는

진짜 바보 였을까?

바보인 척 했을까?


승현아! 수현아!




QGSlCowIBtUFrpbcHSHpxkPdNP0


다른 칼럼 구독하기 바로가기 ↓↓클릭↓↓

왕비재테크 카페 : http://cafe.daum.net/dgbudongsantech/NylB/1436

242E283453D0509A134755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왕비재테크 미션] 바보로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