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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아Gaia Jun 05. 2019

[왕비재테크 미션] 196>내가 조상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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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 05





내가 조상이 되고


 


내 생애 가장 빛나는 날은 

1973년 9월 11일이다.



그렇게 나는 태어났다.

여자아이로 

내 첫 만남이 엄마였겠지만 

나는 기억하지 못하고 

나는 내 엄마와 함께 커갈 수 없었지만 

내 어린 시절은 

의례적인 삶이었으리라.



그렇게 나는 육십에 선물 받은 

5남매를 둔 할머니의 

첫 손녀가 되었고 

그 아홉의 손자 손녀 중 

내가 그 첫 번째다.



내 할머니는 내게 엄마셨다

태어나 그렇게 두 돌이 되기 전 

할머니와 나의 운명은 

그렇게 십 오년을 함께 살았다.

그래서 내 할머니를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단번에 알 것 같다.



내 할머니는 

나를 많이 존중해 주셨다

늘 내게 사랑을 주셨다.

심하게 홍시 하나를 얻어 오셔도 

어린 손녀주려 

손수건에 다 터지도록 싸들고 오셔서 

나에게 먹이셨다



가난한 할머니께선 

잔칫집에 혼자 가시면 

한복 안 바지주머니에 

뭘 그렇게 주섬주섬 넣어 오셔선 

가늘고 어린 내가 먹는 것엔 

늘 행복해 하셨다

너무도 과분하게 아끼셨다

5~6살까지 업고 다니셨다



그땐 몰랐다

할머니가 늙은 사람이란 걸 

그렇게 나는 지극정성 할머니 손에서 컸다.

방학이면 늘 기차를 태워 데리고 다니셨고 

온 동네 동냥한 먹거리들은 

온통 내 몫이었다



참으로 위대한 사랑이었다

늘 내가 불쌍하다고 

늘 나만 보면 그렇게 부르셨다.

불쌍한 것불쌍한 것.

그렇게 나는 불쌍해서 황송한 

할머니의 대접과 신뢰를 받으며 자랐다.



지금 생각해 돌아보면 

나는 할머니 덕에 

오늘의 내가 있다는 것에 틀림이 없다

신세 망치는 어긋난 길 앞에 설 때마다 

나는 할머니의 사랑에 어긋나지 않도록 

나 자신에게 엄청 노력했다

그 어떤 혼선 앞에서 

혼자 남아 설 때도 그랬다.



할머니가 떠나가고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 주는 이를 잃는 슬픔은 

무능한 현실 앞에 

헤어 나올 수 있는 용기가 되었다.



성격을 바꾸고 

누군가에게 비위를 맞추고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버릇은 

이때부터 생겼다

뒤늦게 

내가 잘 되어야 

할머니께서 주신 사랑에 

빚 갚은 일.



재능과 능력이 없어서 

남들의 수십 수백 배로 시도했고 

절대 안 되는 일은 만들지 않았다.

다들 가난한 동네 

가난한 친구들 속에 

가난한 마인드 안에서 

잘될 리 없다

미련 없이 그 안을 박차고 나왔다.



근근이 먹고 사는 사람들이 싫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보였고 

성공한 사람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빈손으로 맨손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닌 성공을 위해 

끼니를 아끼고 

하루 24시간 밖에 없는 걸 억울해 하며 

저절로 철이 들었고 

그로 인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무엇인지 적기 시작했다



자존심과 자존감

내게 선물하고 싶은

나를 지탱해 준 것은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이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 

밥은 굶어도 책은 굶주리지 않았다.



돈 벌어 책을 사도 

남의 책은 빌려 읽지 않는 자존심도 지켜가며 

사회수준 문화의 격식을 생겨나게 했을까.

내게 할머니는 

사랑을 넘어 

꿈의 작용이 되신 분이셨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낼 수 있었던 원천은 

할머니의 깊은 손녀 사랑이 

나를 각성시켰던 것 같다.



이젠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지도

10년이 훌쩍 넘어 

내 가난해방을 보시지는 못하셨지만 

나는 할머니께서 남기신 숙제를 

또 이렇게 풀어가고 있다.



나의 자식에게 

언젠가 만나게 될 나의 손녀 손자들에게 

할머니의 사랑 그대로 

할머니 사랑보다 훨씬 더 뜨겁게 훨씬 치열하게 

내 영토의 확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할머니가 남기신 정신적 유산은 

내가 내 새끼와 그 새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나로서는 조금은 억울했던 유년시절일 수 있지만 

그 억울함에 

현실을 뛰어넘는 

이 강한 벽을 뛰어넘었으니 

제대로 살아낸 것 같다.



내 할머니는 

광산 김씨로 1912년생이시다

일제시대에 태어나셔서 

625 동란을 겪으시며 

광복 후 자식 5남매에 나까지 

손발이 닳도록 가난과 싸우시다 

94살의 나이에 

치매 5년을 앓으시다 돌아가셨다



총기가 있으신 분이셨다

아마 할머니의 영향력이 

정 많은 

조금은 사람 같은 

나를 만드셨는지 모르겠다

물론 만만치 않은 콤플렉스와 열등감도 함께 지녔지만 

인생이란 

살아보니 억울하지만 

그것으로도 얻는 게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다음카페 왕비재테크 당신 또한 

당신 삶에 분명 

결정적 존재가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서 

그 존재로부터 

인생의 중요한 밑천이 된다면 

때론 너무 서럽고 힘들고 괴로운 일들이 

발목을 잡고 

이를 악물어 살아내야 하는 현실이 오더라도 

가끔은 아파서 밥 한 숟가락 못 먹는 날이 있더라도 

살아내어지리라.   



그 사람의 지배가 

당신의 영향력이 되어 

좀 더 성숙한 자아로 살아가는데 

책임감을 심어주는 것이 아닐까.



이젠 나 역시 

그 지긋지긋한 청춘에서 벗어났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

굽신 거리며 살았던 내 영혼 

이젠 그 녹슨 기억을 지우려 애쓴다.



나의 잔인한 그 시절에 

나는 내 할머니가 계셔서 싸워 이길 수 있었듯 

오늘 당신과 내가 물살을 거슬러 헤엄쳐 가더라도 

책임과 믿음사랑과 신뢰로 

아무도 예상치 못하는 미래를 만들어 

보상받고 공유하자.



부단한 담금질과 절박한 간절함으로 

그 어떤 억울함도 원망하지 않으며 

신세를 지고 

또 그렇게 

다음 세대에게 

신세를 갚으며 살자.



다음 세대는 

우리를 영영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우리 삶에 

생명이 생명에게 

무엇을 남기고 갈 수 있다는 건 

바로 

사랑이고 

정신이리라



6월 6일 현충일도 그렇듯 

이번 미션은 

조금이라도 주고 가는 조상이

그런 할머니가

그런 할아버지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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