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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아Gaia Jun 10. 2019

[왕비재테크 비밀] 딸아, 술은 마시지 마라

My princess



19.06.10




딸아, 술은 마시지 마라




혹여, 지금 친구들과 마시는 

맥주 캔 정도 말고

혹여, 네가 술을 즐겨야 한다면

엄마는 너를 이해할 수 없음에 

태클을 걸지 않길 바라며 

이 글을 쓴다.




살다보면 

기분이 좋은 날은 기분이 좋아서 좋은 대로 

이유가 붙고 

서글프거나 울고 싶은 날 슬픈 날 

어떤 이유로든 

술을 마셔야 한다면 

넌 너에게 진거다.




두려움은 두려운 대로 

이해가 안 되는 건 안 되는 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술을 알코올의 힘을 빌려 의지한다는 건 

네 살갗을 네 손톱으로 상처내고 후벼파는 일과 진배없다.




그러니 혹여 이제부터 시작된

너의 청춘 앞에 보낸다.

아픔과 슬픔을 

너의 맨 정신에 알코올을 희석시켜 

헝클어진 감정의 쓰레기통을 뒤지며 

방황하지 않길 바란다. 




술은 

잠시는 그 후유증을 이겨주는 듯 하지만

습관이 되면 

오해도 이해도 한 끗 차이듯 

주정도 한 잔도 한 끗이 된다.




술을 마셔 고통이 사그라들거나 

술을 마셔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건 

가장 어리석은 사람들의 

가장 쉬운 표현방법이다.

어쩌면 

비겁하게 술로 달래려

아까징기 바르는 마음.




술주정뱅이도 

태어날 때부터 알코올 중독이 아니었다. 

그것이 정답이다.

술주정뱅이 입장에서 

맨 정신으로 버티는 사람들을 보거나 

TV나 영화에서 멋지게 바에서 양주를 꺼내드는 부자나 

저 포장마차에서 안주 없이 소주 한 병 까는 어떤 남루한 사람도 

이유는 뭘까? 

결핍이다. 




삶이 잘 살아내어지지 않는 날 

술에 의지해 술에 기대어 

맨 정신을 비우는 일

참으로 어리석고 어리석은 행동이고 

변명이다.




삶이 멈추는 순간 앞에서도 

네 정신을 분실하면 안 된다.

기쁨도 슬픔도 아픔도 상처도 

푸르른 날도 비오는 날도 눈 오는 날도 

그냥 무의미한 날도 

모두 받아들여 섞여야 한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더라.




그러니 승현아,

엄마가 부탁하는 것이 몇 가지라면 

이것이 그 첫 번째다.




술에 맛들이지 마라. 

지금 담배 피우는 이는 

과거에도 피웠고, 

미래에도 피울 확률이 높듯 

인간은 쉬이 그 습을 바꾸지 못한다. 

아름다운 인생에서 

술이란 

와인 한 잔 맥주 한 캔 양주 한 잔 소주 한 잔 정도로

스톱해야 한다.




술 먹는 분위기와 술을 사랑하면 

반드시 실수를 한다.

그러니 네 영혼을 좀 먹는 행동으로 

실수를 애초에 말아야 한다.

너를 지키는 건 

한 줄의 글과 

한 권의 책과 

한 곡의 음악이면 된다. 

그것이면 족하다.




사연 없고 상처 없는 사람 없다.

한낱 술에 

혹여 네 인생 실수로 

무릎 꿇는 일을 만들어선 안 된다.

죽을 만큼 힘들어도 

죽을 만큼 맨 정신으로 

버텨내야 한다.

매사 정신줄 놓지 마라.




엄마는 

술 좋아하고 술을 즐기고 술에 기대는 사람이 싫다.

술이 바람막이가 되고 

그것으로 평온을 찾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혹여 그 어떤 일이 생겨도 

온몸으로 막아서라

피해가지 마라.

술을 쌓아놓지도 술을 담그지도 술을 사지도 마라.

그것이 아니라도 

쌓고 담그고 살 것들 채울 것들은 충만하다. 




특히 

가장이 되고 엄마가 되는 사람은 

더 그래야 한다.

그것은 사회적 지위가 높고 낮고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 마음도 보듬지 못하면서 

누구를 건사해?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눈 뜨고 맨 정신으로 

자기 뜻대로 밀어붙여라.




술은 자주 마시고 잘 마시고 하다보면 

주당들만 들러붙는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술은 

실수의 근본이고 

화의 근원이다. 

상념의 화근이다.




울고 싶으면 미친 듯 울되 

술 먹고 우는 미친년이 내 딸이라면 

엄마는 너 못 본다.

그러니 가끔이라도 

미운 행동 미워 보이는 모습 거두거라.




기적을 바라며 미친 듯 살아낸 엄마는 

술 먹는 시간마저 아까웠다.

아무리 힘든 벼랑 끝에서도 

술은 입에 대지 않았다.

깊디깊은 슬픔에 빠져도 

맨 정신으로 헤엄쳤다.




그러니 이것만은 절대, 부디 부탁한다.

비우기 위해 버리기 위해 

술을 이용하지 말거라.

부질없는 욕망에 

술 먹고 하는 sex도 미친 짓이다.




모든 건 제자리가 있다. 

술은 

술을 마셔도 되는 자리의 사람이 

흘려버리고 가는 쓰레기다.




엄마는 술맛도 모르고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 

삶의 모진 고문 앞에 

엄마는 내 자리 엄마 자리 지키려고 

내 모습 꿋꿋이 버텨가며 살려고 

10억을 쫄딱 잃고 망한 

너의 아빠를 옆에 보면서도 그랬다. 




그 죽음보다 잔인한 시절 

딱 13개월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미친년이 되어 

온 세상천지를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진짜 미치고 싶었지만 

술을 마셔 내팽개쳐질 

현실의 일분일초가 아까워 

그 시간에 잠자는 너희의 미래를 

일기에 잔인하게 기록했다.




그리고 언젠가 네가 커서 

술을 마셔도 되는 나이가 오면 

이 말을 이 글을 전해주고 싶었다.




이 엄마 한 줌의 가루로 남겨질 육신에 

알코올 한 방울 넣지 않고 

이토록 맨 정신을 괴롭혀 

종양이 생겨날 정도로 아프게 되고 

극심한 두통에 죽음 앞에 오락가락하더라도 

산다는 건 

한번 뿐이라서 그랬다. 

그래서 너도 그래야 한다.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알을 낳기 위해 

거친 물살을 헤쳐 바다를 건너 강을 거슬러 오르듯 

엄마가 너에게 주고 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연어가 어미의 강으로 돌아가듯




내 딸, 승현

이 모자란 어미보다 

더 훌륭한 어미가 되라고 

내가 가르치고 가는 것이다.




엄마가 아니 엄마는 

이 세상을 살면서 

이 세상이 이 엄마를 가르치는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그게 아니더라.

내가 배우고 나를 가르친 건 

세상이 아니라

바로 너였다.

네가 내 스승이었고

네가 내 세상이었고

네가 내 온 우주였다.




그렇게 엄마는 

술 안 마시는 하루하루로 이루어졌고 

오늘의 엄마를 존재케 했다.




술이란 향에 취하고 

술이란 분위기에 전율하고

완전한 인간에게 한 잔의 술은 

행복해지고 싶은 

시간의 리셋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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