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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아Gaia Sep 21. 2020

[왕비재테크 비밀] 엄마의 예언

My Princess

20.09.21




엄마의 예언





승현에게

99년생 너에게

지금 너의 나이는 어떤 느낌일까?

고 그리고 대학 2년차

유치원을 3년 어린이집을 1

지금껏 그 얼마나 긴 시간을 공부했니

그 과정 과정

얼마나 많은 고생스런 땀방울과 눈물

애간장을 녹아내리며 흔들림을 겪어야 했니.






그때 그때 마다 이 엄마는

너와 함께 내면을 고민해준 적 없어

넌 늘 엄마는 이기적이라 했었는데

그런 시간을 보낸 지금 스물 둘 너에게

소명은 무엇이고 재능은 어떤 것이며

무얼 하고 싶고 어떤 기묘한 아이디어를 가졌니?

혹 함부로 쓴 시간은 얼만지

혹여 너도 모른 채 정신 빠지게

남의 꿈을 위해 공부만 했는지

혹시나 너는 지금 혼자 자립할 수는 있는건지

잘 살펴 챙겨보길 바래.     





네가 처음 이 세상에 왔을 때

이 엄마는 너의 천부적 재능을

내가 썩히는 어리석은 어미가 될까

나를 버려 너의 교육에 맞추어

네가 인정받고 살기를 바라며

나는 내 자아를 늘 배반해야 했다.

그리고 후회는 없다.

혹시라도 한 맺힌 응어리가 쏟아질 때는 모르겠지만

이미 너무 지난 일이고

난 이미 늙어가는 중년이 되어버렸다.     





좀 더 잘 이끌지 못한것도 알고

무엇을 실수했는지도 더 잘 알고

내게 넌 너무 아까운 나보다 나은 자식이라

나를 닮을까 두려웠지만

나의 예언대로 넌 나의 복사품이구나

온몸에 소름이 돋칠만큼 오싹한건

그대로 카피되는게 자식이구나

절대 선로는 이탈할 수 없구나

막연해지기도 했다.

내가 꿈꾼 희망과 내가 키운 희망은 다르구나

라는 걸 알게 된 거지.          





내가 그토록 간절히 바랜 자식 농사의 꿈

20년이 지나고 보니

결국은 다 녹아듬이었다는 사실

정 반대가 될 수 없는 불변 원칙

DNA는 바꿀 수 없는 역설

그나마 뒤집을 수 있었던 유일함이 환경일 뿐

다시 더 어렸을 때로 돌아가도

더 어려울 것 같아

미련도 한도 후회도 없다.     





단 지금부터 정신차려라

네가 타고난 재능을 잘 해독하고 해설해라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나의 예언은 적중했다고

그것이 명백한 진실이라고

그래서 이제는

그 예언을 네 스스로 만들어가라.

너의 삼심대 너의 사십대가 되었을 때

갈 길을 몰라 방황하는

영혼 없는 어른이 되면 안 된다.     





시간에 끌려 이리저리

급한 일에 치여 남의 꿈을 대신 꿔주거나

남의 노예가 되어 이리저리 끌려 다니느라

어릴적 꿈을 까맣게 잊고 사는

미친 어른이 되어선 안된다.

더욱이 지금 정신차려라.

이 세상에 하찮은 존재가 없다는 걸 안다면

시골 논바닥에 풀도 다 그 나름 생명이 있듯

너에게만 부여된 재능을 잘 끌어내라.

이 엄마가 20여년 찾았는데

엄마의 판단엔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오해 없이 네 삶을 시작해라.          





마음 깊은 곳에서 너의 소리를 들어라.

네 마음가는 곳에 본성이 있고

네가 크게 기뻐할 때 신의 가호가 있단다.

얄팍히 아는 것으로 척하며 살지말고

불가피하게 곤란한 일들 만들지 말며 살아라.

그렇게 되면 넌

오랜 세월 엉뚱한 일에 시간을 쓴

바보는 되지 않을 테니.






매 순간 웅크려 들지 말고

엄마에게 받은 어두운 상처를 감출 수는 없지만

어두운 경험들 도피하지 말고

진실로 모순이라 생각치 말며

네 삶을 더 멋지게 승화시키는

메마르지 않은 사람으로 커 다오.

엄마는 줄곧 낙오자가 될까?

멀리보지 못했다

그러나

네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예언했다.

DNA보다 더 무서운 게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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