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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아Gaia Sep 01. 2022

[가이아(Gaia)의 컬럼] 노예 바코드

부자마인드




노예 바코드    





나는 사회정의를 위해

국가와 사회에 공을 세운 적은 없어도

적어도 나랏돈을 좀먹거나 축내지 않았다.

나는 이번 생 몇 천 억을 벌어보지도 못했지만

배우고 간다.

부자 그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    





나는 진짜 무지해 누가 바보등신 소리하면 죽도록 듣기 싫었는데

그 이유의 진짜 본질은,

단순한 학벌이 해결해 주는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내 자식들에게 목숨을 아끼기보다

목숨을 준다한들 얻지 못하는 것들을 남겨주고 간다.

나는 이번 생을 생각하면 다시는 죽어도 태어나기 싫다.

그것도 인간으로.

그래서 나는 쓴다, 이글을.    





나는 안다.

내가 영원히 기억될 영웅도 아니고

죽으면 아무도 한 달 이상 슬퍼할 이도 없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이렇게 산다.

남기고 가는 내 새끼 둘

이 새끼들만큼은 사는 일이 저주가 아니라 삶이 축복이길...

내가 죽어도 국가는 존재하고

이 세상 모든 건 그대로 잘 돌아 갈 것이다.

아무 일이 없는 듯.    





그래도 내 죽는 날 나는 말할 것이다.

잘 살다 간다가 아니라 잘 버티다 간다.

삶은 전쟁이었다.

잠시 며칠 몇 주의 휴전들이 있었지만

내 시간들은 늘 총탄에 피 눈물과 굶주림의 연속이었다.

단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이 돈 버는 노예를 자처해

내 새끼들의 인생을 대신 살아줘야 함에

내 목숨 줄은 그리 중하지 않았다.

나는 우매한 한낱 노예였으니까.    





1989년 고1부터 돈을 벌었다.

거부가 된다는 꿈보단 책을 사고 싶었고

책 읽을 시간을 사고 싶었을 뿐이다.

또한 그 시절 나처럼 가난한 부모를 둔 흙수저의 노예들

아오지탄광 같은 지옥에서 3년을 버텼다.

잦은 인사사고,

손가락이 잘리고 화상을 입고

뭔 개죽는 이야기를 듣듯

공장이란 곳은 쉬이 사람이 죽어나갔다.

물탱크에 직원이, 노예가 빠져 죽어도

다음 날 창립기념일에 식판메뉴가 달라 좋아했고

회사에서 주는 선물 받으면 들떠했던 것 같다.

그때 난 내가 종인지 노예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우리를 부를 때 다들 공순이라 했다.

그래도 난 좋았다.

학교도 보내주고 일단 잠자리를 제공해줬다.

집 나온 나에겐 그 0.5평 내 이불 누워 잘 수 있는 그 공간

작은 방에 많게는 6명씩 끼어 자도 좋았다.

그때 술집 가는 친구도 봤다.

그래서 난 행복했다.

적어도 몸 안 팔고 재워주는 그 회사가.    





그렇게 일찍 진짜 생산현장에서 한 내 노예 짓은

나를 갈아엎게 만든 시절이다.

시간이 지나 늘 공부가 고플 땐 이 더러운 삶에

내 부모를 그땐 원망하지 못한 채

도리어 그렇게 번 돈의 일부를 드렸다.

그런데 내 새끼 낳고나서 깨달았다.

내 부모는 부모가 아니었다.

나를 자신들의 부모로 만들었다.

내 아버지는 고작 45살에

내가 산업체로 갈 때

돈 만원 한 장도 인사도 없었다.

그 한이 오늘의 나를 쓰레기 같은 지저분한 똥통에 살게 하도록

내 아버지는 내가 살점을 뜯어 내

지워도 지워도 되살아나는 내 분노였다.    





지나가는 개도 불쌍할 때가 있건만

지 자식인데 내 아버지에게 나는 그냥 생활비 창고였다.

내 아버지는 그렇게

내 인생 가장 큰 대가를 지불한

위대한 정신의 깨달음을 주셨다.

내 부모 같은 어미는 되지 않으리라.

“인생은 한번 뿐이다. 시간도 한번 뿐이다.

아무도 남의 인생에 관심 없다.

사랑 , 그까짓 거 내 새끼 낳고 버려진 나는 배웠다.

인생은 어리버리하다간 식구수대로 시궁창이란 걸.

나는 내 자리만 찾았다”    





그런 전쟁이 33년째 휴전 없이 이어지고 있다.

누구의 지시도 없이 심지어 전술도 없이

기습에 싸웠고 탄알 앞에 적의 총탄 앞에

목숨이 끊어지지 않았을 뿐

이 거대한 자본주의는 덩치가 너무 컸다.

나의 영혼은 이미 이 전투의 분투 속에

장렬히 가볍게 산화했고

지금은 고비사막에 와있다.    





내 전생에 무슨 죄가 그리 많을까.

나는 태어나고 싶지 않았는데

묻지도 않고 나를 낳으신 내 어머니는

태어나서부터 만나지 못했다.

가끔 따지고 싶었다.

이리 사는 거 보려고 날 낳으셨나,

그렇게 살아계신 아버지에겐 용기 없어 묻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볼 수도 없다.

차마 하면 안 될 그 말을 꺼낼까봐.    





이게 내 진실이다.

나를 낳아두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부모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래서 일까?

나는 사니까 살고 싶다.

10배 잘나서 나를 시기 시샘하고

헐뜯고 해코지 하는 사람들 속에서

100배 잘나지도 못한 채 2류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나는 노예는 아니다.

적어도 시간에 자유롭다.

난 한때 고등학교 3년 자발적 노예 12년

llllllll 바코드 부착된 노예로 살았지만

내 아들 수현이가 태어나고

내 첫딸에게 위대한 자유를 선물하고 싶어

바코드를 떼 버렸다.    





이글은 아마도

부동산투자스쿨 스쿨러님이나

부자엄마 투자수업 독자님들께서

혹시나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되신다면

나는 꼭 전해주고 싶다.

내가 노예 탈출을 하라는 이야기가 비현실로 들리는지

단 노예를 탈출하면 아니 아무나 노예탈출을 하려 하는데

문제는 노예는 아무나 탈출하는 게 아니다 라는 것.

노예를 탈출하면 당장 지옥불이다라는 것.

그래서 나는 지옥불 안에서 이글을 쓴다.

단순 돈만 목적이라면

당신은 탈출과 동시에 총알받이라는 걸.




저자 권선영 (가이아 Ga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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