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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우 Oct 28. 2022

10월의 숙제 하나, 아니 배설을 끝냈다.

좌충우돌 뱃살해방기 브런치북 발간

10월에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하기로 했던 것은 브런치북 하나를 만드는 것이었다. 브런치를 처음 알고 관심을 나타낸 건 9월 초였던 것 같다. 하지만 밤에 일하고 낮에 자야 하는 업무의 특성 때문에 좀처럼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9월 말까지 하던 일이 끝나 10월에 비로소 시간적 여유가 생겨 무조건 글쓰기를 마음먹었다. 무엇보다도 10개월 동안 내 몸의 변화에 대해 후배들이 많이 궁금해했고 그것들을 공유하고자 머릿속으로 겨우 개요를 잡았던 것을 일단은 글로 쏟아내어놔야 하는 배설? 의 욕구가 컸던 탓이기도 하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나에게 글쓰기는 일종의 배설이었다.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학력고사(대입수능을 나 때에는 그렇게 불렀다 ^^;)를 치른 날 집에 돌아오며 문구점에 들러 300쪽 두께의 노트 2권을 사서 집으로 돌아와 그날의 기록을 시작했었다. 젊은 날에는 왜 그리 고민거리가 많고 즐거웠던 일들이 많았든지 그 날들을 기록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이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 그래서 매일을 내 머릿속에 든 것들을 배설해내듯 기록했고 다시 비워진 머리에 내일들을 담는 일을 반복했던 것 같다. 그 결과 대학 졸업 때 그 2권의 노트를 다 채운 적이 있다. 지금은 어딘가에 쳐 박혀 있을 그 2권의 노트는 그 이후 눈에 띌 때마다 뒤적거리며 내 젊음의 기록을 읽는 재미로 감정이입과 함께 스스로 대견해 했던 적이 많다.


이번 글쓰기도 그랬다. 책을 만드리라 생각은 했지만 책의 구성은 생각지도 않고 키보드위에서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마음껏 배설(?)했다. 그렇게 연결되지도 않는 중구난방의 글들을 제목 그대로 '좌충우돌' 엮어 하룻밤을 꼬박 새우면서 발간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한 것을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어쨌든, 브런치북 하나를 배설해 놓고 나니 허기가 진다. 이제부터는 뭘 써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하얗다. 뭘 먹어야 배설을 할 수 있을까. 아직도 뭘 채워 넣을지 고민하고 있는, 10월의 숙제 하나를 끝낸, 헛헛한 시간들이 지금 지나고 있다.


내 첫 브런치 북 


내 대학시절을 함께 한 2권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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