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초음파

5mm의 작은 방

by 오늘의 온도




4차 피검사 결과는 742

3일 전보다 5배가 뛴 수치였다.



“다음 주 2월 12일 목요일 오전에 초음파 보자고 하시네요.”


수치가 아직 1000이 넘지는 않았지만

월요일에 742가 나왔으니 삼일뒤에는 더 오를 거라

생각하셨나 보다.

그렇게 첫 초음파 일정이 잡혔다.


평균적으로 5주 차에 처음 아기집을 볼 수 있다.

6주 차에는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심장소리를 듣고도 7-8주 차에 유산이 되는 경우도 많아 사실 안심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12주 차, 기형아검사가 끝나는

3개월쯤 되어야 이 걱정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5주 2일 차 아기집과 난황



2월 12일 목요일 오전 11시 20분 예약 진료날

오늘은 수업 시작이 빨라 한 시간 먼저와 병원에서 대기를 했고 11시쯤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질초음파 준비를 마쳤다.


"이건가,, 좀 작은데 난황도 보이는 것 같고, 아기집 맞네요."


5주 2일 차 5mm의 아주 작은 아기집이었다.


"어.. 피가 좀 보이네요."


"네, 어제부터 약간씩 피가 비치더라고요. 혹시 유산기가 있는 걸까요?"


"네.. 좋은 건 아니에요. 아기집도 좀 작고 피가 보여서 장담할 수는 없겠어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오늘 아침 병원에서 아기집이 안 보인다는 꿈을 꾼 터라

들뜬기분으로 오진 않았는데, 막상 유산기가 있다는 소리를 들으니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일단 열흘 뒤에 다시 볼게요. 그때는 6주 차라 심장소리 들을 수 있을 텐데, 그럼 임신확인서도 그때 드리겠습니다. 약은.. 피 비침이 있으니까 몇 개 빼고 나머지 주사, 질정, 약 유지해 볼게요. 아.. 주사가 좀 아프죠. 주사 맞기 힘들지 않겠어요..?"


"네.. 그래도 필요하면 맞아야죠.. 제가 뭐 조심해야 할 건 없을까요..?"


"기다리는 것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요. 그냥 평소대로 잘 먹고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편히 있다가 오세요."



나에게 다른 선택권은 없으니 3주 넘게 맞고 있는 크녹산 (돌주사) 주사가 아파도 포기할 수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진료실 밖을 나서

약을 타고 운전대에 올랐다. 남편과 전화를 하며 소식을 알려주는데 결국 진료실에서 내내 참았던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초음파 사진을 주머니에 품고 일터로 향하는 길.

그래도 울음은 이내 그쳤고,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시험관시술은 내가 선택했지만 그 결과까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한 생명이 오는 길을 생명 스스로가 선택하는 과정이며 버텨내는 과정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배경이 되어주는 일인데 나는 그마저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도, 방법도 없다.



다시 마음을 비운다.

아니 끝까지 비우지는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비워볼 거다.


며칠을 설레하던 그 마음을 감사히 생각하고

나를 웃게 해 준 그 작은 씨앗에게

미리 고마움을 보내며 다시 열흘간의 고독한 수행이 시작되겠지.


글을 써 내려가니 마음이 한결 잠잠해진다.

쓰고 지우며 평탄해지는 마음을 한 번 더 꾹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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