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잊으면 잊힐까

by 오늘의 온도




“6주 5일 차, 심장박동 70, 난황크기 6mm, 아기 4mm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오늘 심장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질 줄 알았는데 매번 병원에 올 때마다 눈물을 안 흘리는 날이 없다.


“난황 크기가 커진 것도 예후가 좋지 않은 거라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커요. 심장박동도 100 이상은 나와야 하는데 주수에 비해 너무 약하고요. 오늘 결정하셔도 되고 다음 주에 한 번 더 보고 결정하셔도 됩니다.”


미약하지만 심장이 뛰고 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의사 선생님의 말에 마음이 아팠지만 나에겐 냉정한 전문의의 말에 반박할 수 있는 마음의 여지가 없었다. 그저 한 번이라도 희망의 끈을 잡아 보고 싶었을 뿐.


“다음 주에 한번 더… 한번 더 볼게요.”


“네, 알겠습니다. 오늘 임신 확인서는 드릴 거예요. 바우처 신청 하시면 다음 주에 병원비 결제 하실 때 사용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약은 다른 건 큰 의미가 없어서, 엽산만 처방해 드릴 거예요. 밖에서 안내받으시고요.”



그렇게 축하와 환영 하나 없는 임신 확인서를 받았다.

진료실 문을 나오자마자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져 내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니, 내 의지가 와르르 무너진 눈물이었다.



남편이 수납을 하는 걸 기다리며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는데 정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흐르는 눈물을 닦아 낼 뿐이었다.



수납 후 2층에서 바우처신청 상담을 받았다.

임신확인이 되면 국민 행복 카드를 신청할 수 있는데

병원비로 쓸 수 있는 100만 원 정도의 지원금이 나온다.

우리의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담원에게 처음으로 축하를 받았다. 그리고 바우처와 보험 등의 상담을 받으며 당뇨와 고혈압이 있으면 태아보험가입이 어렵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참 서글픈 일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당장 일주일 뒤에 헤어질 수 있는 아이를 두고 이런 상담을 받는 게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무사히 상담을 마쳤다.



그리고 그때쯤 카톡이 울렸다.



“애기가 이제 10개월인데 방문 수업을 할까 문화센터를 다닐까 고민돼서 조언을 좀 구하려고, 내가 놀아 주는 게 한계가 있는 거 같아.”



평소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친구의 문자에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아 버렸다. 하필이면 지금 이 타이밍에.. 하늘도 참 무심 하지. 눈물 젖은 답장을 하면서도 친구에게는 더 이상 오늘 있었던 어떤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기분전환을 해주겠다는 남편의 의지에 못 이기는 척 카페에 들러 커피도 마셨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오후부터 자기 전까지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친정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사실을 알리는데도 눈물이 나려는 걸 간신히 참고 끊어버렸다.


남편은 계속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접으라고 했지만 지금 내가 마음을 접으면 뛰고 있는 아이의 심장이 당장이라도 멈출 것 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계속 미련을 두면 다음 주의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 것 같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마음을 먹어야 최선의 선택이 될까,

하루가 지난 오늘도 도무지 모르겠다.



다음날 아침

팅팅 부은 얼굴로 일어나는 내가 걱정되는지

남편은 집에만 있으면 안 되겠다며 밖에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하지만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도 잊는 건 잠시, 내내 또랑이가 무사히 있는지 걱정되었다.


‘어제 내가 종일 울어서 또랑이가 힘을 잃지는 않았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은 질좌제와 크녹산 주사를

맞았다.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주변에서 다른 병원에 가보란 말도 들었는데,,

남편이 출장 간 사이 혼자 갈 용기가 나질 않는다.

아침에 어떤 말을 들을지 모를 병원에 갔다가 오후에 일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냥 마음을 비운 채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걸까… 사실 아직도 고민 중이다..



혹시나 심장형성에 무리를 줄 수 있으니 고혈당을 관리하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잊으면 잊힐까…?


오늘은 어제만큼 울지 말아야지..

그렇게 조금은 고요해진 마음을 글로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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