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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초록 Feb 01. 2022

스터디 고인물의 스터디 예찬

함께의 힘은 강하다

스터디는 아직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스터디는 이미 일상적인 단어가 되었다.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의하면 스터디는 '여러 사람이 모여 특정한 내용이나 분야를 함께 공부함. 또는 그런 모임.'을 의미한다. 나는 지금까지 꽤 많은 스터디를 거쳐온 '스터디 고인물'이다. 오프라인 스터디부터 비대면 인증형 스터디까지 다양한 스터디를 경험했다.


처음 스터디를 접한 것은 대학 학부생 시절의 소설학회였다. 심지어 직접 만들었다. 이름만 들으면 소설에 대한 이론 공부를 할 것 같은 딱딱한 느낌이 들지만, 실은 소설 쓰기 모임이였다. 같은 과 동기들을 위주로 모아서 소설을 쓰고 합평을 했다. 아예 다른 지역으로 진학한 대학원에서도 소설을 쓰는 모임을 만들었다. 치열하게 쓰고, 서로의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나눴다. 뿐만 아니라 신춘문예나 문예지에 적극적으로 응모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두 모임에서 총 세 명이 학부 재학중에 등단을 했다. 물론 나의 성취는 아니지만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함께'라는 토대를 만듦으로써 누군가의 성취나 자아실현에 일조할 수 있다니, 자부심 가질만 하지 않은가.


가장 오래 유지했던 것은 일본어 스터디였다. 삼 년이 넘도록 동일한 스터디를 지속했다. 물론 멤버는 많이 바뀌긴 했지만 처음 시작했던 창립 멤버(?) 한 명과 나는 계속 스터디를 지켰다. 일본어 그룹 과외를 해도 될 정도로 다양한 커리큘럼을 스스로 짜서 공부했다. JPT같은 시험 대비에서부터 프리토크, 비즈니스 일본어, 원서(문학/비문학) 읽기, 기사 읽기, 관심 주제 프리젠테이션하기 등 정말 다양한 커리큘럼을 거쳤다. 더이상 일본어로 업무를 하지 않아도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이 스터디 덕택이었다. 다른 나라의 기사를 읽으면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관점 차이를 읽을 수 있었던 것도 색달랐다. 관심 주제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는 내가 절대로 몰랐을 주제에 대해서 알아가는(그것도 외국어로 설명을 들으면서!) 즐거움이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스터디를 했다. 인문학 스터디, 독서 모임, 영어 스터디, 자율 스터디, 모각코(모여서 각자 코딩) 등 다양한 분야의 스터디를 했다. 어이없게 끝난 경우도 있었고, 다양한 사정으로 오래 지속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스터디든 참여해서 후회한 적은 없었다. 아무리 짧았어도 무언가를 얻었다. 한 공부 주제를 두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신선한 자극이었고 즐거움이었다. 심지어 자유 주제의 자율 스터디를 한 적이 있는데, 생전 접해본 적이 없었던 분야에 몸 담고 있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회사에만 매몰되었던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이었다.


때론 매너 없는 진상을 만나기도 하고, 연애나 포교 등 다른 목적을 가지고 참여하는 경우를 마주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터디 예찬론자다. 스터디는 향상심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목표를 공유하는 모임이다. 혼자였다면 이루기 어려웠을 크고 작은 성취들을, 함께이기에 해낼 수 있었다. 물론 고독한 싸움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모든 싸움을 고독하게 할 필요는 없으니까.


요새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형식의 스터디가 많아졌다. 챌린저스, 한달어스, 경험수집잡화점 등의 인증 형식 자기개발 습관형성 플랫폼도 눈에 띈다. 팬데믹 시대에 걸맞는 '함께하기'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더이상 2022년 새해 목표를 미룰 수가 없는 마지노선인 구정이 왔다. 무언가를 할 마음이 생겼다면 어떤 방식이든 '함께' 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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