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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초록 Feb 06. 2022

자기계발서 혐오를 멈춰주세요

자기계발서를 위한 변명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서 유독 자기계발서에 거부감을 가지는 부류가 있다. 나 또한 그랬다. 나이대에 따라 '해야 하는 것' '알아두어야 할 것' 류의 자기계발서에서 소위 말하는 사회적 성공을 위한 천편일률적인 방법이 있는 것마냥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나도 알고 있는데 '공부해야지!'라고 재촉받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딱히 큰 성공을 하려는 마음도 없고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소시민으로 살아가고 싶을 뿐이어서 그들이 말하는 성공을 위해 해야 하는 것들에 도무지 공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학재학중에 다독자상을 받을 정도로 독서량이 많았지만 자기계발서(와 에세이)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자기계발서는 독자가 아니라 저자를 개발시키는 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생기기도 했다. 자기계발을 하려는 사람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지갑을 열게 하고 정작 경제적 이득을 누리는 것은 저자라는 논리다. 계열이나 분야는 나뉘겠지만 자기계발서에서 하는 말은 결국 다 비슷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심지어 문학이나 인문 분야나 지식서 정도가 책으로서 가치가 있고, 에세이와 자기계발서는 신변잡기나 성공담 늘어놓기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정말 재미있는 건 그랬던 내가 자기계발서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는 자기계발서에 대한 거부감도 옅어졌던 때라 열린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고 그렇게 자기계발서에 눈을 떴다. 그간 자기계발서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오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학생일 시절보다 자기계발서의 스펙트럼이 더 다양해졌고 전반적인 질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자기계발서는 거부감이 들어서 절대 가까이하지 않는 유형들을 목격하곤 하기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혹시 모를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나는 출판 종사자도, 자기계발서 관련 업종 종사자도 아님을 밝힌다.)




자기계발서는 인생을 바꿔주지 못한다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인생이 바뀔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 자기계발서의 니즈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서 당연한 기대일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인생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 자기계발서를 찾을 테니까. 하지만 사실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미라클 모닝》을 읽은 사람들 모두가 5시에 일어나 미라클 모닝을 실행하진 않는다. 나도 책을 읽었고 공감도 했지만 실행해보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그 독서 경험은 무의미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라클 모닝》에서 말하는 것은 결국 바쁜 일상이더라도 '자신의 발전을 위해 쓸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만 저녁에는 변수가 많고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서 하루 시작 전에 방해받지 않을 자신의 시간을 확보하라는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미라클 모닝'을 내세운 것이다. 핵심적인 메시지를 이해하면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를 위해 방해받지 않을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식하고 노력하게 된다. 꼭 내가 미라클 모닝을 해서 인생을 바꿔야만이 독서 효용이 있는 것이 아니다.

혹자는 자기계발서를 백날 읽어봤자 실행도 안 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말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을 알아두면 의식하게 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행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자기계발서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힌트를 던져주는 책이지, 문제를 해결해 주는 책이 아니다. 책을 읽으면 감명을 받아서 갑자기 마인드와 습관을 확 바꿀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환상이다.


어떤 자기계발서는 인생을 바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자기계발서는 인생을 바꾼다. 종종 간증(?) 접하는  보면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의 성공담이 가장 많은 책을 보면 인생을 바꿀  있을까? 아니다. 우리 개개인의 상황과 성향은 너무나도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동일 인물이더라도 독서 시기에 따라 독서 효용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나만 해도 지금은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도움을 많이 받곤 하지만,   전에 읽었다면 공감하지 못했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책과의 만남은 사람 사이의 인연과 닮은 구석이 있다. 여러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간혹 가치관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인연이 있듯이 책도 그렇다. 단시간에 인지하지는 못하더라도 가랑비에   서서히 스며들어 삶의 방향성을 조금씩 다르게 만드는 책도 있다. 우리는 전자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만을 고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후자의 패턴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데 가시적인 부분이 아니다 보니 평가절하되곤 한다.


인생 책을 만날 가능성을 닫아둘 필요는 없다

근래 들어 가장 자주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는 말이다. 갈증이 있다면 해소 방법을 찾게 된다. 살아가면서 어떤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제된 콘텐츠가 책, 그중에서도 자기계발서다. 개중에는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드는 자기계발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환경, 상황, 운이 좋아서 이룬 것으로 보이는 성취를 전시하면서 가르치려 드는 느낌이 들거나 사이비 종교처럼 터무니없는 정신론을 강조하는 책도 있다. 자기계발서에 대한 편견 생성에 일등공신들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어딘가에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책이 있을 수도 있다. 사람은 잘못 만나면 패가망신할 수 있지만 책은 잘못 만나면 중고서점에 팔아버리면 된다. 나에게 맞지 않는 책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된다. 막연한 거부감으로 나에게 맞는 책을 만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아예 닫아둘 필요는 없다. 자기계발서는 (실용서를 제외하고) 가장 직접적으로 생활인으로서의 삶에 영향을 주는 책이니만큼, 한번쯤은 마음을 열어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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