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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초록 Feb 05. 2022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전제를 말하는 설명서

《카네기 인간관계론》 리뷰


카네기 인간관계론 

저자 데일 카네기

역자 안영준, 엄인정

출판사 생각뿔

출간일 2018.12.14

페이지 400


독서 모임을 통해 읽게 된 책이다. '인간관계론'이라니, 관심이 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빤한 처세술 분야의 책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빤한 처세술 책이긴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원래 출간 연도가 1936년인 것을 감안하면 당시에는 꽤 파격적인 책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간한지 80년이 넘었는데도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예로 드는 에피소드의 사회적 배경과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세세한 부분을 기대하기보다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을 대하는 기본 태도와 마음가짐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해 저자가 내세우는 방법은 사실 빤하다. '비판하지 마라' '칭찬하라' 같은 처세술은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다만 이 책에서 일관적으로 말하는 상대방을 대할 때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에 대한 메시지에는 동의한다. 바로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할 것과 그 존중하는 마음을 보여줄 수 있도록 행동하라는 메시지다. 


저자의 핵심 메시지에는 동의하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세상에는 비상식적이고 무례한 사람이 상상을 초월하게 많다. 그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비상식적이거나 무례한 인간들을 상대로 진심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이 책에서는 진심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지만 애초에 어떻게 '별로인 인간들'에게 존중감을 가질 수 있는지는 다루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가 인권 의식이 지금보다도 낮았을 80여 년 전을 살았던 백인 남성이어서 가능한 마인드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약자가 상대적으로 '별로인 인간들'에게 갑질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경험이 쌓인 상황에서 사람들에 대한 존중감을 갖는 것은 쉽지 않다. 만약 상대방에 대한 호오가 없는 상태를 전제로 한다면 꽤 참고할 만한 조언이 담겨 있다.

특히 '사람들을 비판하지 말라'나 '논쟁하지 말라는 부분이 많이 공감갔다.


크든 작든 상관없다. 비판을 통해 누군가의 아픈 곳을 쿡쿡 찌르면, 거기에서 생긴 분노는 몇 년이 지나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죽는 순간까지 계속 이어진다. 그 비판이 정당한지 아닌지는 전혀 상관없다.
명심하자. 사람들을 대할 때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이 논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실수다. 상대방은 감정적이며 편견으로 가득 차 있는 존재이고, 자존심과 허영심으로 움직이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 또한 감정적이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럽고 편견으로 가득 차 있는 존재인데 왜 상대방은 나의 비판도 논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논쟁으로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략) 이렇게 가정해 보자. 여러분이 상대방의 논리에서 허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지적해 상대방에게 완벽하게 이겼다고 해 보자. 상대방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증명해 보였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서 어떻다는 말인가? 여러분의 기분은 좋겠지만, 상대방은 어떻겠는가? 여러분 때문에 상대방은 열등감을 느꼈을 것이고, 자존심마저 상처받았을 것이다. 상대방은 여러분의 승리에 분노한다.
자신의 의지에 반해 승복한 사람은 여전히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A man convinced against his will is of the same opinion still.

영어와 병기한 문장은 인용문인 듯해서 구글링해보았는데 작자 미상의 격언이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하게 옳은 누군가가 완벽하게 그른 누군가와 논쟁을 해서 이겼다고 자신의 의지가 아닌 논리에 의해 패배한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바꿀까? 절대 아니다. 단지 논쟁 상대에게 악감정만 생길 뿐이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 크고작은 이슈에 대해 논쟁을 할 때가 있는데, 논쟁이 꼭 필요한 상황(문제 해결을 위해 논쟁이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논쟁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일반적인 대화에서 팩트 체크를 해가면서 논쟁을 한 적도 있는데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틀렸다는 걸 지적당하면 대부분 방어적이 된다는 말이 공감갔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다.


사실 마지막 챕터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7가지 방법'은 상당히 시대착오적인 내용이 많아서 저자의 생몰연도를 확인했다. 100년도 더 전에 태어난 사람이 쓴 처세술 책이니 사회상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건 감안한다고 해도 다소 황당할 정도라서 책장을 덮었을 때 마지막 인상이 좋지는 않았던 점이 아쉽다.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크지 않은 사람인지라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대하라는 부분을 보고 나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몇몇을 제외하고는 사람에게 관심이 생기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나 '존중감이 도무지 생기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대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여전히 남기는 했지만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전제라고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존중하'는 방법을 체계적이고 쉽게 다룬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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