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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초록 Feb 26. 2022

한때 질투했던 작가에게 받은 응원

《책 한번 써봅시다》 리뷰


책 한번 써봅시다

저자 장강명(글), 이내(그림)

출판사 한겨레출판

출간일 2020.11.23

페이지 300


나는 장강명 작가의 글을 소설이 아니라 신문에 실린 연재 글로 처음 접했다. 그 전까지 내가 알고 있던 장강명 작가에 대한 정보라고는 '메이저 신문사 기자로 일하다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소설가' 정도뿐이었다. 메이저 신문사 기자로 일하다가 장편소설로 등단이라니,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도 이루지도 못한 어정쩡한 스탠스로 회사원 생활을 하던 나에게는 질투의 기억이 있는 이름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처음 본 장강명 작가의 글이 <지인이 책을 내서 배가 아픈 당신에게>(지면 제목 기준으로 기재)였다. 지인은커녕 하등 연관도 없는 장강명 작가의 등단 소식에도 배가 아팠던 나에겐 무척 찔리는 제목이었다. 글 내용도 재미있으면서 신랄했다. 작가를 꿈꿨던, 혹은 꿈꾸는 사람에게 유머러스하면서도 신랄한 '팩폭'을 선사했다. 팩트로 맞아서 마음이 아팠지만 싫지 않았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애정 어린 팩폭이어서다. 나를 격려하기 위해 기사를 인쇄해서 벽에 붙여놨을 정도로 인상깊었다. 자세히 보니 그 글은 단발성이 아닌 연재 기사였고, 이후 《책 한번 써봅시다》로 출간되었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차고 넘친다. 글쓰기를 위한 요소 중 어떤 것을 주로 다루는지는 책마다 다르다. 글쓰기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동기부여가 위주인 책이 있는가 하면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구체적인 팁 위주의 책도 있다. 이 책은 동기부여와 실질적인 팁을 모두 담고 있다. 초반부에는 글쓰기를 위한 마음가짐으로 격려를 해주고, 중반부에는 장르별로 나누어 쓰기 팁을 제시하고, 후반부에는 퇴고와 투고 요령을 다뤘다.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고 - 실제로 글을 쓸 때 팁을 적용해 보고 - 퇴고와 투고에 대해 실질적 정보를 얻는 구성이다. 본업인 소설은 물론이고 에세이와 칼럼도 잘 쓰는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한 내용이기 때문에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지나치게 협소한 주제에 매달리는 지침서가 아니어서 좋았다.


책에서는 작가를 꿈꾸는 사람의 선택지는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책을 쓰지 않고 계속 후회하며 사는 것. 둘째, 졸작을 내고 후회하는 것. 셋째, 멋진 책을 쓰고 후회하지 않는 것. 물론 뒤로 갈수록 좋은 선택이다. 두번째가 첫번째보다 나은 선택인 이유는 졸작을 써도 실력과 경험이 쌓이고 '다음 책'이라는 기회가 또 있지만 책을 쓰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고 아무 기회도 없기 때문이라고. 내 글이 별로일까봐 두려워서 쓰지 않는 것보다는 엉망이더라도 쓰는 게 더 낫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여러 이유로 걱정하고 고민할 시간에 쓰는 게 낫다는 메시지가 와닿았다.

미래의 판매량을 미리 고민하지 말고 먼저 쓰자. 편집자와 독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쓰자. 그들의 반응은 따라잡기 어렵다. 나 자신을 위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기쁨을 위해 쓰자. 글자와 문장,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생각에 집중하자. 그렇게 쓸 때 더 좋은 글이 나온다. 그리고 더 즐겁기도 하다.

직업인처럼 매일 '근무시간'을 정해 1년에 2,200시간 이상 글을 쓴다는 부분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한국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2,100시간)과 비슷한 시간은 일해야 하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세상에 이미 글을 잘 쓰는 장강명 작가도 이렇게 치열하게 쓰는데, 글쓰기 시간이 1,000시간도 되지 않을 것 같은 내가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푸념할 자격이 있을리가!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글을 써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를 잊고 살았던 나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 글쓰기를 실행하기 위한 용기를 얻고 싶을 때 펼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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