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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초록 Apr 23. 2022

지적자본가는 꿈을 꾼다

《지적자본론》 리뷰


지적자본론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

역자 이정환

출판사 민음사

출간일 2015.11.02

페이지 216


책을 좋아한다. 책이 있는 공간 자체를 좋아한다. 출판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어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로 체류했다. 꽤 오래 기획 일을 했다. 갑자기 중구난방 TMI를 늘어놓는 건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에 대해 운을 떼기 위해서다. 어떤 책을 고르게 되는 데는 생각보다 개개인 삶의 궤적이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물론 선물로 받거나 돌발적인 계기로 만나게 되는 책도 있겠지만, 그 돌발성 또한 살아온 발자취의 영향을 받는다. 가령 누군가 나에게 선물로 책을 줬다면 내 취향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고, 그건 남들이 보는 내 모습이라는 뜻이니까. 결국 내가 살아온 삶과 관련한다. 그래서일까. 일본 서점 츠타야의 창업자의 경영 철학을 담은 이 책을 읽는 내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던 것은.


나에게 츠타야는 시부야점 이미지가 크다. 흔히 일본 번화가 이미지로 떠올리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다. 처음 츠타야 시부야점을 갔을 때 서점이 맞나 싶었다. 일단 책 진열이 빽빽하지 않아서 책이 상품이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처럼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납득이 갔다. 저자는 츠타야의 상품이 책이나 CD 같은 상품 자체가 아니라 상품에 내재한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요즘에는 그다지 새롭지 않은 비즈니스 철학일 수도 있지만, 츠타야가 생겨날 즈음의 비즈니스 환경을 떠올리면 매우 파격적이다.


기획 일을 하면서 사무치게 느꼈던 비즈니스에 대한 여러 성찰이 담겨 있어서 놀랐고 사무치게 공감했다. 상품에 있어서 디자인은 더이상 '부가'가치가 아니라 본질 중 하나라는 것, 책 자체가 아니라 책이 표현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는 혁신이 가능해지려면 지적자본이 필요하다는 것, 지적자본을 가진 전문가를 지적자본가로 인식하고 협업하는 조직 형태가 아니면 존속이 어렵다는 것 등 전체적으로 납득이 가는 내용이 많았다.


콘텐츠 관련 사업 기획을 하던 경험이 떠올랐다. 이 세상에 콘텐츠가 너무나 많은만큼, 큐레이션해서 보기 좋고 접근하기 좋게 만드는 것 자체가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큐레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편집과 기획 능력이 필요하다. 이 지적자본의 중요성을 아는 경영자나 결정권자가 드물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미래에 내 비즈니스를 하게 된다면 꼭 새겨두어야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전轉―사실 꿈만이 이루어진다' 챕터 중 데이터베이스 이노베이션 관련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카드 하나로 포인트를 관리할 수 있는 T카드(한국의 T가 아니다)를 만들고 싶어한 저자에게 사람들이 터무니없이 꿈같은 이야기라며 비웃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비난이 더 우습다. 사실은 '꿈만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꿈꾸었던 것이 현실 세계에 나타나는 것, 그것이 이노베이션이다. 어느 누구의 꿈에도 나타난 적이 없는 것은 절대로 실현될 수 없다.

맞는 말 아닌가. 터무니 없어 보이는 꿈을 꾼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현실 세계에 실현된 것이다. 데이터 분석 공부를 하면서 데이터를 활용해서 만들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이런저런 상상(?)을 했다. 심지어 이 부분에서 예로 든 것과 비슷한 콘셉트의 서비스를 구상한 적도 있다. 실제로 구현하기엔 기술적인 한계도 있고 그외에도 난관이 무수한 기획이 대부분이다. 데이터 분야에 있는 사람인만큼 기술적 한계가 더 잘 보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상을 멈추지 않기로 했다. 꿈꾸지 않으면 실현도 되지 않으니까. 꿈만이 이루어진다니, 너무 멋진 마인드다.


흔히 '경영 철학'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당장 회사를 차릴 것도 아닌 회사원 인생의 소시민으로서는 말만 번지르르한, 현실과 동떨어진 단어처럼 느껴졌다. 현실에서 접하는 기업 중에 경영 철학을 가졌다는 생각이 드는 곳을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경영의 대상은 기업뿐 아니라 '나 자신'이 되기도 한다. 나 자신의 경영 즉 삶 자체를 대하는 신조와도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을 경영하는 철학도 결국 삶에서 중시하는 가치가 반영될테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세상에는 지적자본이 아닌 다른 가치로 삶을 경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다만 내 지향점이 이 책에서 말하는 지적자본을 바탕으로 꿈을 이루어가기와 맞닿아 있었기에, 아주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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