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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초록 May 05. 2022

우리는 모두 기획자다

《기획자의 습관》 리뷰


기획자의 습관

저자 최장순

출판사 홍익

출간일 2018.05.08

페이지 300


나는 기획자였다. 그야말로 회사에서 기획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이었다. 《기획자의 습관》은 내가 기획자로 일할 때 출간된 책이다. 꽤 알려진 책이고 기획자가 관심을 가질 법한 제목이었기에 '읽을 책 목록'에 넣어두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직업을 갖게 된 지금에서야 비로소 이 책을 손에 들었다.


기획자로 일을 하던 시절, 나는 내 직업을 말하기 싫었다. 기획자라는 직업이 싫어서가 아니라, '기획자의 무덤'인 상황에서 일하다 생긴 자괴감 때문이었다. 오히려 기획을 좋아한다. 직접 기획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비단 기획자뿐 아니라 무슨 업무를 하든, 심지어 일상을 살아갈 때도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초반부에도 비슷한 말이 있어서 놀랐다.

기획은 기획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상을 책임감 있게 살아가려는 모든 이들이 할 수 있는,
사유의 한 형식이다.


일상 속 사소한 결정도 기획에서 비롯한다. 이 책에서는 점심 메뉴를 고르는 일도 기획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예를 들어 여행을 계획한다고 생각해 보자. 같은 도시를 가더라도 무슨 콘셉트인가에 따라 여행의 여정도 세부 내용도 달라진다. 힐링 목적인지 관광지를 즐기기 위함인지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여행의 콘셉트가 달라진다. 우리는 여행을 계획하면서 여행을 기획한다.


업무 또한 그렇다. 기획자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만약 기획 없이 일하고 있다면 주도적으로 일하는 프로페셔널이라 할 수 없다. 일의 전체적인 흐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을 가끔 목격하는데, 업무 수행에서 기획 과정을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생략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책임감 있게 업무에 임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기획을 하게 된다. 그게 기획인지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전체적으로 관찰, 정리, 독서, 대화, 표현, 발상 등 기획의 여러 과정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풀어낸 점이 좋았다. 다루고 있는 내용들 자체는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실제 기획 경험 사례는 경험자가 아니면 풀어낼 수 없는 부분이어서 이해하기가 더 쉬웠다. 크리에이티브의 최전선에 있는 기획자의 실용적인 팁이 담겨 있어서 나에게 맞춰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적는 코멘트와 해시태그에 사진에 대한 각자의 정의가 들어 있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데이터 분석 측면에서도 해시태그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해시태그를 통해 어떤 분석이 가능한지를 알기 쉬운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서 재미있었다.

정보 접근성 향상 면에서도 외국어가 중요하다는 파트도 나 자신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티켓을 판매 회사의 웰컴킷 아이템을 정했던 사례도 인상적이었다. 고객사는 티켓을 파는 회사니까 티켓북을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저자는 타깃인 2030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인스타그램의 티켓인증샷을 통해 분석했다. 분석을 거쳐 '네일아트 서비스'라는 아이템을 도출한 과정이 충분히 납득 갔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기획을 하면서 살아간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생각했던 기획의 의미가 더욱 확고해졌다. 내가 생각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행하는 이 일련의 과정들을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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