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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초록 May 29. 2022

개발자의 '안 된다'는 말

《오늘도 개발자가 안 된다고 말했다》 리뷰


오늘도 개발자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저자 김중철, 김수지

출판사 디지털북스

출간일 2021.03.25

페이지 240


서점을 갔다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오늘도 개발자가 안 된다고 말했다》라니, 개발자와 긴밀하게 일해본 적이 있다면 심금을 울리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웹 기획과 서비스 기획을 하던 때의 나는 정말이지 개발자와 소통하는 게 답답했다. 개발자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만나 온 개발자들은 대부분 방어벽을 최소 3중으로 친 상태에서 소통에 임했다. 그야말로 '안 된다'는 말을 기본값으로 듣는 나날이었다. 무엇이 왜 안 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는 개발자는 드물었다. 너무 답답한 나머지 직접 개발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물론 실제로 내가 개발을 배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었지만.


데이터 분석 분야로 커리어를 바꾸겠다고 결심한 후, 데이터 분석 관련 커리큘럼을 포함한 교육을 수료했다. 확실히 개발을 공부하고 난 뒤엔 개발의 흐름이나 '안 된다'는 개발자의 말에 숨겨진 무수한 메시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기획자에서 데이터 분석가가 된 입장에서 봤을 때, 사실 가장 와닿는 부분은 '언어가 다르다'는 점이다. 단순히 개발 용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사고 체계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개발 '언어'라고 하듯이, 개발자는 컴퓨터와 소통하는 언어를 쓰는 사람이다. 기획자나 디자이너와는 사고 체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개발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팁을 담았다.


기획자로서, 디자이너로서 개발자와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이 정리된 부분도 현직 주니어라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았다. 특히 기획은 전문적인 교육이 있기보다는 실무에서 부딪히며 배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필요한 지식과 팁을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었다. 내가 기획자였을 때 이 책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트 1 <가깝고도 먼 개발자>는 개발자와 협업하고 있는 비개발 직군이 읽으면 개발자를 심정적으로 이해하기에 좋을 부분이다. 개발자도 여러 유형이 있고, 다양한 개발자들과 협업하게 될 테니까. 개발자의 '안 된다'는 진짜 기술적으로 구현이 안 된다기보다는 시간, 리소스, 공수, 개발 환경 등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그 많은 이유들을 말하지 않고 '안 된다'고 일축하는 것은 말해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게 개발 지식적인 것이든 상황적인 것이든 말이다. 개발자 개개인의 성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부서 간에 제대로 소통을 하지 않는 분위기의 회사에서 높은 확률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사실 나는 '전적으로' 비개발 직군이 개발자를 이해해야 하는 존재처럼 몰아가는 현재의 분위기가 달갑지 않다. 물론 대부분 개발자가 '요청을 받는' 입장이다 보니 소통에서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간혹 개발자를 '요구하면 그대로 만드는 기계'처럼 대하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가 있다. 개발자가 마음의 벽을 쌓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과도하게 방어적인 개발자도 분명 존재한다. 개발자도 비개발 직군의 협업자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업에서 만난 좋은 개발자들은 다른 직군과도 소통이 원활한 사람들이었다. 개발자도 프로젝트의 다른 협업자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양쪽의 입장을 다 겪어본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곤 한다. 결국 개발 흐름에 대한 이해, 상대방 입장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소통에서의 마찰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조직 차원에서의 R&R 명확화, 발전적인 소통 문화 조성을 위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개선이 어렵다. 구성원으로서 나 자신은 《오늘도 개발자가 안 된다고 말했다》라는 제목이 더이상 공감가지 않는 날이 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협업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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