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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초록 Jun 06. 2022

결국, 행복해지고 싶어서

《한국이 싫어서》 리뷰


한국이 싫어서

저자 장강명

출판사 민음사

출간일 2015.05.08

페이지 205


《한국이 싫어서》는 예전부터 읽을 책 목록에 있던 책이었다. 어쩌다 보니 출간한 지 수년이 지난 지금에야 읽게 되었는데, 출간 당시에 읽었으면 공감의 영역이 더 넓어졌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2015년 경 한국에는 'N포 세대'나 '헬조선' 같은 절망적 단어들이 범람했다. 과도한 경쟁, 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한국 사회의 단점을 '지옥'에 빗댄 '헬조선'이 대두하면서, 한국 사회를 떠나야겠다는 '탈조선'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 계나는 '한국이 싫어서' 호주에 정착하려는, 그야말로 '탈조선'을 꿈꾸는 인물이다. 소설에서 계나가 생각하는 것처럼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라고 나 또한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수년이 지난 지금 '헬조선'은 잘 쓰이지 않는 단어가 되었다. 그간 한국의 상황이 더 나아져서 '헬조선'이 사어가 된 것인지, 아니면 '헬'인 게 너무 당연해져서 굳이 단어로 표현할 필요도 없어서인지는 평가하기 아직 이르다. 다만 그 수 년 사이에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고, 중간에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을 겪으면서 한국에 대한 국내외의 평가가 달라진 것은 확실하다.


이 소설을 지금에서야 만난 게 아쉬웠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유효한 이야기가 많아서 상당 부분을 공감하면서 읽었다. 호주는 아니지만 워킹홀리데이로 해외에서 체류한 적이 있어서 주인공의 호주 생활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한국에서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떠난 계나를 기다리는 현실은 10여 명이 작은 평수의 아파트 공간을 나눠 사는 '닭장 셰어'였다. 힘들게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해도 그들의 '커뮤니티'에 속하지 않은 이방인이어서 '회계 비슷한 일'을 하기까지 긴 시간을 거쳐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자리를 잡기보다 호주행을 택하는 계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명에게 계나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호주에서는 알바 인생도 나쁘지 않아. 방송기자랑 버스 기사가 월급이 별로 차이가 안 나."


워킹홀리데이 비자 기한이 끝날 때쯤 '이 나라에서 계속 알바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던 내 마음의 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 한국도 알바 인생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젊은 나이가 아닌 한 알바로 생계를 꾸려가는 것에 대해 사회적 시선은 차가운 편이다. 생활 수준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졌는데, 그에 맞는 노동 환경을 제공하는 기업은 극소수다. 그 극소수에 들지 못하면 눈높이에 맞는 생활 수준을 영위하기 어려워진다. 중간에 해당하는 영역은 매우 희박하다. 고용안전성이 보장되는 공무원, 공기업이나 근로 조건이 좋은 대기업 또는 유니콘 기업 쪽으로 몰리는 현상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구직난과 구인난이 공존하는 희한한 현상이 나타난다.


여전히 한국 사회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과 비교해 다른 나라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한국인으로 태어났으니 외국으로 간다면 외국인으로서 살아가게 될 텐데,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과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것 둘 중 어느 선택이 살기 좋을지는 직접 저울질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물론 이 소설의 계나는 직접 저울질을 해서 호주행을 선택했다.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이 있는 것 같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뭔가를 성취했다는 기억이 남아서 그 기억으로 조금씩 행복을 얻는 '자산성 행복'과, 순간순간 행복을 얻어야 하는 '현금성 행복'. 계나는 그 두 가지 행복이 다 중요한 사람이어서 결국 한국에서 자리를 잡는 대신 호주로 떠난다. 계나가 호주에서 행복해졌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어찌되었든 계나는 행복해지기 위한 결정을 했고 실행에 옮겼다. 한 번쯤은 나도 도전해 보고 싶었던지라 그 용기와 실행력이 부럽다.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여서 많이 공감했고,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 '내가 정의하는' 행복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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