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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Sep 06. 2016

예산

따라갈 것인가, 따라오게 할 것인가...

기업에서 IT부서에 대한 인식은 비용을 집행하는 부서, 즉 일명 돈쓰는 부서일 때가 많습니다. 많은 IT 서비스 기업들은 IT부서가 혁신의 중심이 되어 돈을 쓰는 부서가 아니라 돈을 버는 부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경영분야 많은 사례를 살펴봐도 그 말이 맞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기 힘듭니다. 혁신을 주도하는 건 대부분 현업부서이고, IT는 그저 현업이 하고자 하는 혁신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게 됩니다. 

영업 프로세스의 혁신, 제조 프로세스의 혁신, 공급망 혁신을 실행하는 IT시스템을 계획하고 설계하고 구축하는건 대부분 IT지만 구축의 결과로 절감된 비용과 효과는 현업부서의 몫이죠. 혁신적인 시스템이 잘 운영되기 위해 시스템을 구매하고 운영인력을 확충한 IT부서는 돈을 마구 쓴 부서로 전락합니다.(조금 과장해서... ^^;) 


앞서 말한 프로세스 혁신 사업들은 대부분 현재 프로세스를 IT시스템으로 전환했을 때 효과를 매우 분명히 산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런 계획이나 보고 업무를 많이 했던 현업부서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예산을 수립하니까 큰 비용이라도 예산을 할당 받을 수가 있습니다. 당장 영업수주율을 1% 늘릴 수 있다는데 투자비용을 2년안에 회수할 수 있다는데 돈을 쓰지 말라는 CEO는 없겠죠. 


그러나 업무포털을 개선해야 하는 IT부서는 좀처럼 예산을 받기 힘듭니다. 

공지글을 좀더 빠르게 볼 수 있다고 영업력이 좋아지나요? 

소통이 좀 편해졌다고 수주율이 0.5% 올랐다고 말할 수 있나요?

협업을 잘하면 비용이 얼만큼 절감되나요? 

지금까지 잘 써왔는데 구지 바꿔야 하나요? 

결국 올해는 그냥 쓰고 내년에 다시 검토해보자로 결론이 납니다. 그렇게 한해, 두해 흐르다 보면 직원들의 불만은 쌓이고, 업무포털 시스템은 어쩔 수 없이 접속해야 하는 먼지가 풀풀 나는시스템으로 전락하는 거죠. 


타사의 사례를 가지고 어찌 어찌 방향성을 수립해서 가져가 보지만 IT부서에서 소통과 협업을 기반으로 한 업무향상에 대해서 얼마나 설득력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보안, 시스템의 유연성, 운영의 효율성을 설명하는게 훨씬 설득하기 쉽고, 예산 받기도 쉬울 겁니다. 


예산이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고, 뭘 하려고만 하면 예산은 항상 우리의 발목을 잡습니다.  

예산에 발목 잡히지 않으려면, 정말 우리회사와 직원을 위해 필요한 업무포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쉽지 않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업무에 예산이 따라오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에 필요한 업무포털의 모습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 결과가 메뉴구성  정도라면 더 작은 예산으로 보안성과 시스템 유연성만 높여서 구축할 수 도 있고, 저렴한 퍼블릭 클라우드 시스템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점점 변화되고 있는 기업환경에서 조직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면 직원간의 수평적인 소통을 하려며, 시스템이 협업을 방해하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어떤 UX를 가져야 하는지를 제대로 한번 기획하고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아마 명확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처럼 ROI가 나오긴 힘들겠죠. 


그러나 우리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산업의 환경변화는 우리에게 더이사 업무 효율성 향상만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ROI가 딱딱 산출되는 시스템만 가지고는 우리 회사가 더이상 살아남기 힘든 경영환경 속에서 우리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게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했다면, 그런 고민이 들어가 있는 보고서라면 CEO도 무시하지는 못할 겁니다. 이런 고민이 있어야 예산이 우리의 발목을 잡지 않고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따라올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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