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 자체에 함정이 있다. 뇌에는 사실 잘못된 점이 하나도 없다. 무시무시한 토네이도가 분다고 오클라호마의 공기가 잘못된 것은 아니듯이. 이와 비슷하게 의사결정 회로가 특정한 방향에 맞춰지면 뇌를 우울증에 빠뜨려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 수 있다. 습관 회로, 스트레스 회로, 사교 회로, 기억 회로 등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회로는 조건만 맞아떨어지면 언제든 우울증의 하강나선을 야기할 수 있다.
우울증에 걸렸다 하더라도 뇌에 흠이 생긴 게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신경 회로와 동일한 뇌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뉴런이 연결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고 그 회로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역동적인 활동과 의사소통도 그 사람 자신만큼이나 제각각 다르다. 각 신경 회로는 구체적으로 조율되는 방식에 따라 특정한 패턴을 이루며 서로 공명을 일으키는 경향성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하는 생각, 상호작용,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은 전체 시스템과 공명을 일으키는데 유감스럽게도 그중 하나만 동요를 일으켜도 뇌 안에서 우울증 패턴을 촉발할 수 있다.
각 회로마다 활동하고 반응하는 표준적인 패턴이 있는데 이 역시 사람마다 차이가 난다. 어떤 회로가 더 쉽게 활성화되면 그 회로가 반응성 또는 흥분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걱정 회로의 흥분성 정도에 따라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고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또 의사결정 회로의 신경이 연결된 방식에 따라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단호하게 결정을 내린다.
- <우울할 땐 뇌 과학>, 앨릭스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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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뇌에 잘못된 점이 있어 생기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뇌의 회로가 특정 조건이 맞아떨어져도,
뇌의 회로 간 상호 작용, 조율 방식에 조금의 이상(동요)이 생겨도 누구나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