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

시간은 흐르고..

한 아이가 있습니다.

나이는 초등학생처럼 보입니다.



새벽 6시쯤 일어나 맛있게 밥을 먹고 학교 셔틀버스를 탑니다.

30분 정도 후 학교에 도착.

이른 시간이라 같이 등교한 친구들 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교실 의자에 앉아 매일 아침 주어지는 과업인 한자 쓰기를 합니다.

칠판에 적힌 한자를 공책에 따라 적습니다.

열심히 연필을 꾹꾹 눌러 다 쓴 후 후다닥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으로 뛰쳐나갑니다.

1교시가 시작되려면 아직 시간이 꽤 남아 있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핸드볼 골대를 두고 신나게 공을 찹니다.

매일 아침마다 공을 찹니다.

아이는 축구를 참 좋아합니다.

그렇게 좋아하다 보니 축구도 제법 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쯤,

어느 날 많이 좋아하던 체육 선생님께서 아이를 부르십니다.

쫄래쫄래 체육실 안으로 들어갑니다.

선생님께서는 기계 체조를 해볼 생각 없는지 물어보십니다.

아이가 다니던 학교는 체조로 나름 유명한 학교였습니다.



아이는 두려움이 있었는지,

부모님께서 반대를 하셨는지 거절을 합니다.



대신 원하던 학교 축구부에 들어갑니다.

거의 매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운동장에서, 때론 축구장에서 부단히 축구 연습을 합니다.

아이는 하루 중 이 시간이 가장 좋습니다.

요즘 말로 축구에 진심인 아이입니다.

비록 대회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진 못했지만 아이에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어느덧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중1 때부터 집 근처 독서실을 끊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합니다.



아마도 가고 싶은 고등학교에 꼭 들어가고 싶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거의 매일 쉼 없이 공부를 합니다.

가끔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기도 합니다.

당시 유행하던 검은색 기지 바지와 반팔 쫄티를 입고 한껏 멋을 내며 당구장에도 종종 갑니다.



중학생이 되어선 축구도 재밌게 하지만 농구를 더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체육 시간에 선생님께서 농구를 하게 해 주시면 그리 좋아합니다.



체육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도 가져봅니다.

늘 자신이 좋아하는 체육, 운동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시는 체육 선생님이 마냥 부럽습니다.

때론 아이들에게 자습을 시키고 선생님은 체육실에서 라면을 끓여 드시곤 했는데

그것마저도 부러웠고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원하는 고등학교에 들어갑니다.

1학년때부터 야간 자율 학습이라는 야자를 매일 하며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커서 뭔가가 되려면 대학, 가능한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겠죠.



사실 아이는 아주 어릴 적부터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고등학교 음악 서클에 들어가 보컬로 활동을 합니다.

주 1-2회 친구, 선후배들과 학교에서 합을 맞추며 즐겁게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는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연 1회 학교 축제가 열립니다.

축제 준비 기간에는 학교 밖에서도 다 같이 모여 열심히 연습하고 합을 맞춥니다.

축제 당일엔 많은 학생들 앞에서(타학교 학생들이 보러 오기도 합니다.)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는 무대 체질인가 봅니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긴장도 많이 되고 떨리지만 막상 무대에 오르면 자신 있게 무대를 즐기고 내려옵니다.

고3 때인지 수능을 치고 난 후인지,

학교 밖 공연실을 하나 빌려 꽤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공연을 한번 하기도 합니다.

이 날의 기억과 감정을 아이는 절대 잊을 수가 없습니다.

환희와 감동에 벅찬 하루였습니다.



고2 때부터 대학교 진학, 입시에 대한 준비가 밀도 있게 진행됩니다.

아이는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합니다.



처음엔 물리 치료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TV에서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보람이 클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좋은 일이긴 하지만 몸이 많이 고되고 그에 비해 벌이는 적어 다른 길을 알아보길 원하십니다.



아이는 다시 고민에 빠집니다.

그럼 무엇을 할까,, 무엇을 하면 좋을까..?



사실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긴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밖으로 꺼낼 수 없습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가수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며 부모님도 반대를 하실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생각은 가슴속 깊은 곳에 간직만 해두기로 합니다.



고민 끝에 수의사가 되기로 결정합니다.

아이의 아버지께서 동물을 좋아하셨던 것에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겁니다.

새, 어항에 다양한 물고기들,

다람쥐(잠시 보호하고 초등학교에 기증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강아지 등

동물과 같이 지낸 시절들이 아이가 자연스럽게 동물을 좋아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아이는 운 좋게 원하는 대학, 과에 들어갑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노래 좋아하는 것은 계속 이어집니다.

학업에 지장이 있을 것을 염려해 음악 동아리엔 들어가지 못했지만

교내 작은 음악 가요제에 나가 노래를 부르고 2등(은상)도 되어봅니다.



하지만 가수의 꿈을 더 키우거나 하진 않습니다.

여전히 자신이 갈 수 없는 길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꿈은 그저 꿈일 뿐이고 꿈으로 남겨두는 것이라고 자위하며..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가고,

무사히 전역을 하고,

졸업을 하고,

마침내 수의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병원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어느덧 40 대란 나이를 맞이합니다.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몸은 크고 나이는 들었지만

생각과 마음은 여전히 젊을 때와 크게 다른 것이 없다고 느낍니다.



자신에게는 절대 30 대란 나이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30대는 잊지 않고 찾아왔으며,

어릴 때 어른 하면 떠오르는 나이가 딱 40대였는데

자신이 그 40대가 되어 있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합니다.

아쉽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는 무엇이 아쉬울까요.

혹시 가수가 되지 못한 것이 아쉬운 걸까요?

물론 전혀 아니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가수는 왜 되고 싶어 했을까요?

단지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아서?

그것 보다 아이는 노래를 부를 때 사람들이 공감해 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이는 한때 물리치료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도

그것이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남에게 이로움을 주는 어떤 일이나 행위 같습니다.

요즘 많이 나오는 단어,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있었던 겁니다.



수의사도 분명 이로운 행위를 하는 직업임에는 틀림없지만,

대상이 동물이다 보니 그러한 욕구가 온전히 다 채워지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는 남들이 다 겪는 사춘기도 없이 40 대란 나이가 되었습니다.

영영 사춘기 없이 인생을 살 줄 알았는데 이제야 뒤늦게 사춘기가 온 것일까요.



아이는 남은 인생을 지금까지 흘러온 것처럼 보내기는 싫은가 봅니다.

마음속에 담아둔 욕구, 욕망, 헛헛함과 공허함이 자꾸 말을 걸어옵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남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사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집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것이 가능할까?



우선 한 가지 답을 얻습니다.

남에게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하자.

그럼 어떤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할 수 있을까?



아이는 또다시 답을 얻습니다.

바로 글입니다.



글은 읽는 사람이 공감을 함으로써 재미와 감동, 위로와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가치 있는 일입니다.



아이는 블로그를 시작하고 글을 매일 쓰기 시작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 숙제로 쓴 일기와 독후감,

대학교 입시 때 논술 시험 말고는 평생 써본 적이 없는 글쓰기입니다.

참 막막했지만 일단 하루하루 어떤 글이든 써내려 갑니다.



그곳 사람들과 소통도 하며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글에 대해 좋은 댓글을 달아주면 아이는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아이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아이의 글을 보며

'글에서 늘 따뜻함이 느껴진다'

'글마다 늘 생각할 거리를 줘서 고맙다.' 등 칭찬과 인정의 댓글은

아이가 글을 계속 쓸 수 있게 해주는 힘의 원천이 됩니다.






아이는 즐겨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 양희은, 서경석의 '여성시대'에 사연도 한 번 보내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아이의 사연은 당첨이 되었고 차 안에서 생방송으로 흘러나오는 자신의 사연 소개를 듣게 됩니다.

그 순간의 감정은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신기함과 동시에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무엇보다 나의 글이 통하였구나,

남에게 공감을 줄 수 있었구나 하는 마음에 아이는 자신이 대견했습니다.

그리고 글을 더 쓰고 싶어 졌습니다.



아이는 이제 책도 많이 읽습니다.

어릴 적부터 책과는 담을 쌓고 산 아이입니다.

만화책조차 슬램덩크 몇 권 외에는 보지 않았을 정도로

아이의 인생에서 책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책 읽기 전과 후, 아이의 삶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책을 많이 읽고 적게 읽음을 떠나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이 좀 더 나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 되는 기분을 느낍니다.



책을 읽는 것은 글쓰기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아이는 뒤늦게 책 삼매경에 빠졌고 이젠 책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책을 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전을 하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입니다.

여기서 글을 쓰려면 '브런치 작가'로 신청을 하고 승인을 받아야만 '브런치 작가'로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아이는 글쓰기 인생 불과 3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탈락되어도 재도전을 할 수 있어

미리 7-10번 정도 재도전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도전을 합니다.



첫 번째 도전 실패.

언제나 불합격의 맛은 씁니다.

하지만 아이는 좌절하지 않고 바로 2차 도전을 합니다.



당당히 합격.

그렇게 아이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꼭 책을 내야만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여받는 시대는 지났나 봅니다.

요즘엔 작가라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면 작가라고 말하는 시대랍니다.



아이는 단 한 번도 글쓰기가 있는 자신의 인생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젠 비록 책을 내진 않았지만 작가라는 수식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이제 꾸준히 글을 쓰는 삶도 살아보려 합니다.

본업도 열심히 하면서 말이죠.



글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의 변화를 줄 수 있길 원합니다.

자신의 글이 가치 있게 쓰이길 원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언젠가 자신의 책도 세상에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 자신의 글이 한정된 곳에서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으니까요.

꿈을 꾸는 것은 자유이니 아이는 마음껏 꿈을 꿔봅니다.



전 그 아이 곁에서 항상 응원하고 지지를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이젠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너만 생각해도 돼.

네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꼭 하고 살아.

그래야 네가 행복해지고,

네가 행복해야 네 주위 사람들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항상 네가 우선이야.

알았지?

너만 생각해.

그리고 그동안 정말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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