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우울증은 마음과 몸을 망가뜨리고 삶을 어둡게 만듭니다. 게다가 그 고통은 워낙 깊고 무겁게 다가오죠. 그런데 다른 측면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때로는 우울증이 삶에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부터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과 경험, 사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 이야기를 풀어내려 합니다.
“우울증은 그 사람의 삶에 필요하기에 겪는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이 한 말입니다. 우울증이 왔다는 건 변화가 필요하다는 강력한 신호일 수 있어요. 지금과 다르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거죠.
저 또한 번아웃과 마음의 지진, 우울증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무렵 저는 완벽주의에 갇혀 스스로를 끊임없이 몰아붙이며 살았습니다. 그런 삶의 방식이 결국 저를 무너뜨리고 말았던 거죠. 삶이 더는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살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저는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고, 우울증에서도 벗어났으니까요.
더 깊고 의미 있는 삶을 향한 전환점
정신적 외상이나 극심한 스트레스 후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를 경험하는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PTG)’ 개념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역경 이후에 삶에 대한 감사, 타인과의 관계 심화, 개인적 강점 발견 등 긍정적 변화를 겪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역경 경험 후의 외상 후 성장에 대한 메타 분석 연구’는 이러한 긍정적 변화가 실제로 나타남을 뒷받침합니다(《Journal of Loss and Trauma》, 2014).
즉, 우울증과 같은 깊은 고통을 계기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더 깊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거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지용도 우울증에 대해 “삶의 방식이 바뀔 필요가 있어서 와르르 무너뜨렸던 거고요. 이제는 다른 방식의 삶을 만들어야 그게 진짜 치료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우울증은 삶의 깊이를 더하는 계기가 됩니다. 우울증을 앓았던 경험이 반드시 공감 능력을 높인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고통의 경험이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해나 연민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예컨대 역경을 경험한 것이 타인에 대한 연민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Lim & DeSteno, 2016, 《Emotion》).
가수이자 시인인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은 “내 음악은 우울증에서 비롯되었다.”라고 했죠. 그는 고통을 창작의 뿌리로 삼아 사람들의 영혼을 울리는 노래를 만들었어요.
뜻밖에도 우울증은 삶을 완전히 바꾸는 절체절명의 전환점이 되기도 합니다. 우울증과 좌절로 밑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소설 <해리 포터>를 집필했던 J.K. 롤링은 2008년 하버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생의 밑바닥은 제가 삶을 재건할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신호를 무시하거나 외면하지 마세요. 바뀌지 않고 도전하지 않는 것이 더 두려운 상황을 만듭니다. 움직이고 행동하세요.
내면의 고통을 밖으로 꺼내 놓으세요
무엇보다 우울증은 삶의 깊은 깨달음을 줍니다.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Victor Frankl)은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고통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우울증의 고통을 통해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들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고명환 작가는 “지금 당신에게 닥친 고통, 당신이 짊어지고 있는 짐은 어쩌면 당신을 살리기 위한 고통이고 짐인지 모른다.”라고 했습니다.
이렇듯 우울증이야말로 삶을 돌아보게 하고 재설계하게 하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또한 우울증은 창작과 회복의 씨앗이기도 합니다. 고통이 자신의 그림을 낳았다고 말한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처럼, 학계에서도 우울증과 창의성 간의 관련성에 주목한 연구들이 있습니다.
2013년 《The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작가와 같은 창의적 직업군에서 양극성 장애 등 특정 정신 질환의 유병률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정신 질환과 창의성 간의 복잡한 연관성을 시사합니다.
저도 우울증이 가장 깊었던 시기에 글을 쓰며 마음속 깊이 담아 둔 속마음을 표현하면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글쓰기가 항우울제이자 진통제 역할을 해 주었고, 그 효과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여러분도 마음이 괴롭다면 꼭 책을 읽고 글을 써 보세요. 내면의 고통을 밖으로 꺼내놓는 순간 치유가 시작될 테니까요.
우울증을 무조건 해로운 것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우리 삶의 일부이며, 변화를 촉구하는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이세요.
혹시 지금 마음이 괴롭고 힘들다면 삶에 변화를 주세요.
내면의 신호를 절대로 무시하지 마세요.
그리고 새로운 도전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뒷걸음치지 마세요.
우울증을 통해 무너진 삶을 새롭게 세우는 것이 진짜 치유입니다.
우울증은 단지 고통스러운 질병이 아니라, 진짜 나를 만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그러니 이 메시지를 외면하지 마세요.
그러면 우울증을 통해 삶이 전보다 더 깊어지고 단단해질 거예요.
-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박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