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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리셋

[리셋버튼] 포기하면 실패자,낙오자다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by 박근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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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어려움을 이겨 낼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 제프 베이조스 —


포기하면 실패자, 낙오자라는 시선이 두려워 우리는 종종 멈추지 못합니다. 포기는 나약함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무조건 끝까지 가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하죠. 특히 오랜 시간 공들인 일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때로는 멈추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아니, 멈춰야만 할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가 해 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니다’ 싶은 확신이 든다면 거기서 멈추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길은 어쩌면 처음부터 내 길이 아니었을 수 있어요. 세상에는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길이 무수히 많습니다. 무조건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는 생각, 어쩌면 그것이 우리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는 관성일지도 모릅니다. 아닌 줄 알면서도 그저 붙들고 있는 건 미련함에 가깝습니다. 영민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때로는 포기도 전략이다


이것을 저는 ‘전략적 포기’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럴듯한 포장이나 말장난이 아니에요. 더 나은 기회를 잡기 위해, 혹은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현재의 경로를 수정하는 현명한 판단입니다. 저명한 경영 사상가 세스 고딘Seth Godin은 『더 딥』에서 이러한 개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그는 성공으로 가는 길에는 필연적으로 넘어야 할 고비, 즉 ‘딥Dip’이 있지만, 어떤 길은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에 이를 수 없는 막다른 길, 즉 ‘컬드색Cul-de-Sac’이라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둘을 구별하여, ‘딥’이라면 인내하며 돌파하고, ‘컬드색’이라면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죠. 그는 “전략적 포기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밀”이라고까지 말합니다. 마치 체스 경기에서 다음 수를 위해 때로는 말을 포기하는 전략이 필요하듯, 삶에서도 현명한 후퇴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포기’라는 단어는 사실 적절치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종료’, ‘전환’, 혹은 ‘재정비’라고 부르는 것이 더 본질에 가깝습니다.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서는 우리가 잘못된 결정에 계속 매달리는 경향을 설명하는 개념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 혹은 ‘결정 고착화Escalation of commitment’입니다. 이미 투자한 시간, 노력, 비용이 아까워서 현명하지 못한 선택임을 알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심리적 함정을 뜻하죠. 예를 들어, 재미없는 영화를 보면서도 ‘이미 표를 샀으니 끝까지 봐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심리가 바로 그것입니다.


1976년 조직 행동 연구의 권위자인 배리 스토Barry M. Staw 교수가 발표한 연구 이후 이 개념은 꾸준히 증명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프로젝트에 이미 많은 자원을 투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개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몇 년간 준비한 시험, 전망 없어 보이는 사업, 맞지 않는 인간관계 등에서 우리는 이미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쉽게 돌아서지 못하곤 합니다. 하지만 매몰 비용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일 뿐, 미래의 결정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잘못된 길에 계속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 더 큰 손실을 초래할 뿐이죠.


전략적 포기의 필수 요건


그렇다고 오해는 금물입니다. 무엇이든 간 보는 식으로 살짝 해 보고 금방 쉽게 그만두라는 말이 아니에요. 그것이야말로 깊이 없는 시도이며, 어쩌면 진짜 ‘포기’일 수 있습니다. 전략적 포기가 의미를 지니려면, 스스로 인정할 만큼 충분한 노력과 시간을 투입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객관적인 정보 수집과 진지한 성찰을 통해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 혹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라는 합리적인 판단에 이르렀을 때, 그때의 멈춤이 바로 전략적인 선택이 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의 노력과 고민의 깊이는 결국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입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월스트리트의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온라인 서점 사업에 뛰어든 것도 유명한 사례입니다. 그는 훗날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Regret minimization framework’를 통해 당시 결정을 설명했는데, 시도하지 않았을 때의 후회가 실패했을 때의 후회보다 훨씬 클 것이라 판단했기에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하죠. 이는 단순한 충동이 아니라, 깊은 고민 끝에 내린 전략적 전환이었습니다.


캐나다 콘코디아대학교의 카르스텐 브로슈Carsten Wrosch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성취하기 어려운 목표를 포기하는 능력, 즉 ‘목표 재조정 능력Goal adjustment capacity’이 오히려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도달 불가능한 목표에 계속 집착하는 것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높이고 염증 반응을 증가시키는 등 건강에 해로울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목표를 수정하거나 포기하고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는 능력은 웰빙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패자, 낙오자라는 외부의 시선이 두려워 스스로를 해치는 길을 계속 걷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포기의 기준은 타인의 평가가 아닌, 자신의 내면에 두어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질문해 보세요.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가?’, ‘이 어려움은 극복할 가치가 있는 어려움인가?’, ‘만약 이 길을 멈춘다면, 나는 무엇을 새롭게 시도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통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내가 모든 노력을 기울였고, 충분히 고민했으며, 객관적인 상황 판단을 마쳤을 때, 지금 멈추는 것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면, 그 결정을 존중해 주세요. 그것은 패배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향한 용기 있는 방향 전환입니다. 수많은 길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다른 길을 택하는 것, 그것은 당신의 소중한 삶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남의 시선이나 사회적 통념에 얽매이지 마세요. 여러분의 삶은 오롯이 여러분의 것입니다.


-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박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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