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부터였다.
내 속, 내 장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할 일이 있으면
화장실 용무가 급해져 난감한 상황을 자주 맞이하곤 했다
수업시간에 손을 들고 화장실로 가는 건 일상.
가장 신경 쓰이는 일 중 하나는 차량 이동이다.
소풍, 수학여행을 갈 땐 보통 버스를 타고
장시간 이동하지 않는가.
마냥 즐겁고 붕 들떠야 할 친구들과의 여행시간이
적어도 내겐 차 안에서만큼은 지옥 아닌 지옥이었다.
혹시나 이동 중 배에서 신호가 오면 어쩌나 불안과
걱정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래서 차에 타면 바로 잠을 청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잠을 자면 그나마 정신적으로 신경을 더 쓰게 되는
악순환은 막을 수 있으니.
지금도 시내, 시외버스는 거의 타지 않는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자차를 이용하거나
화장실이 구비된 기차를 애용한다.
중학생 때부터는 시험시간이 늘 곤욕이었다.
시험 스트레스는 여지없이 나의 배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시험 보는 중간에 신호가 와서 손을 들고 화장실을 간 것이 여러 번이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당연히 수능 시험날이 걱정이 되었다.
시험 도중 화장실을 보내줄지도 의문이었고,
설사 보내준다 해도 피 같은 시간을 날리는 셈이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시험 치는 장소가 낯선 곳이면
스트레스와 긴장감은 더 배가 될 게 뻔했다.
그런데 하늘이 도와주더라.
수능을 치는 장소 즉, 학교가 발표가 되었는데..
내가 다니고 있는 나의 학교에 배치가 되었다.
1학년 동인지 2학년 동인지까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건물 동만 바뀐 내 학교였다.
당시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는 도보 10분 내외로
아주 가까웠다.
참 다행스럽게 홈그라운드에서 나름 평온한 상태로,
시험 중 화장실 가는 불상사 없이 수능을 잘 치렀다.
지금 와 생각해 봐도 내겐 참으로 큰 행운 중 하나였다.
대학생 때도 여전히 배가 속을 썩여 대장내시경 등
검사를 통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진단받아
지금까지 동반자처럼 이 녀석과 살고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들이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자극적인 음식 피하고 음주 삼가 등.
술은 원래 거의 마시지 않고
음식이야 내가 조절 가능하지만
스트레스는 나의 가장 취약점 아니던가.
없는 스트레스도 만들고 증폭시키는 게 나란 놈인데..
불행 중 다행은 지금까지 더 심해지진 않았다는 것.
하지만 종종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삶의 질이 떨어질 때도 있어서 이 자체도 스트레스다.
때론 스트레스, 음식 등 전혀 이유가 될만한 게 없는 날에도
장트러블이 생겨 사람을 미치게 한다.
이것 외에도 몇 개의 지병 내지 달고 사는 증상이 있다.
뾰족한 방법은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해 나갈 뿐.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은 순응할 뿐.
생각해 보면 이것 외에도 운이 좋았던 일이 꽤 있었던 것 같다.
또 그런 일이 생각나면 하나씩 적어보련다.
앞으로도 운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