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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to Oct 09. 2021

믹스견 두 마리가 나에게 주는 행복

[교보문고 x카라 주최] 반려동물 사진 콘테스트 우수상

2019년,

당시 결혼식 전 함께 살기 시작한 남자 사람과 나의 가장 큰 공통점은 

바로, 강아지를 미친 듯이 좋아한다는 거였다.


9월 말부터 함께 살기 시작한 우리는 포인 핸드와 

유기견 보호소, 유기견 입양 카페, 거리 입양 캠페인 등

온갖 입양 공고를 보기 시작했다.


2019년 입양 후 이 시월, 쭈굴탱, 거북목, 7세 추정, 개농장 출신, 출산 경력 있음. 허리가 펴지기까지 1년 이상 걸렸다.


그중 하얀 양말을 신은 까만 개가 한 마리 있었다.

우리 집에 가고 싶었던 걸까, 그곳에서는 그래도 눈도 마주치고 눈도 땡그랗게 뜨고

하지만 그날도 내가 안자마자 똥을 몇 덩이나 싸긴 했다..


입양 카페에서 한 달이면 좋아진다는 말에 덥석 가족으로 등록해버린 시원이는

4개월간 집에서 미친 듯이 우리를 피해 도망치며 겁에 질려 똥오줌을 싸 댔다.

그러다 6개월 차에는 산책을 시작했고 제법 집에 사는 강아지 같아 보였다.


지금의 이 시월, 집에서 종종 꼬리 올라가고 표정 좋아짐, 2년이 된 지금도 아직 항상 그런 건 아님.


우리는 "겁 많고 소심한 강아지 어떻게 하면 좋아질까요?" 관련 유튜브 영상이란 영상은 죄다 봤다.

개농장, 유기견, 들개 등등 모든 시월이 관련 단어는 다 쳐가며 시월이 와 비슷한 사례를 찾았다.

1M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강아지, 만지면 똥오줌을 싸는 강아지.


그때 우리가 꽂혔던 것이 사회성 좋은 강아지 친구와 함께하면 많이 좋아진다는 영상이었다.

남자 보호자와 나는 고민했다.

한 마리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서 무슨 한 마리를 더..?



그런데 운명처럼 하늘에서 강아지가 떨어졌다.

이번에는 연한 갈색의 귀여운 무늬를 가진 하얀 개.


길 잃은 강아지 한 마리가 버려진 것 같다며 아빠가 일하는 파출소에서 잠시 보호 중이었다.

아빠는 그날 야간 근무로 6시 출근을 했는 데 글쎄 눈이 맞아 버렸다.


지금의 이사랑, 1세 추정, 어느 시골길 출신, 2개월 추정 아가일 때 입양


뭐 누구라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그냥 지나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사랑이는 2-3개월 추정이었고 발이 컸다.

그래서 우리는 얘는 시월이 보다 많이 클 것이다. 나는 개인 임보를 시작하자고 했다.

섣불리 시원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는 데,

그리고 지금도 강아지 키우는 게 어려운 우리가 두 마리는 섣부른 것 같았다.


임보 일기를 SNS(@october_n_love)에 올리기 시작하자마자

며칠이 안지나 중고등학생 정도 되는 여자분에게 연락이 왔다.

가족의 허락을 받을 것이며, 입양하고 싶다고 했다.

우선은 알겠다고 했고 가족의 허락을 받은 후, 더 얘기하자고 했다.

며칠이 지나 받은 연락은 입양하지 않겠다였다.


누구라도 이럴 수 있을 것이다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면.

입양 후 어떻게 자랄지 모르는 이 아이를 누구라도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발견되었던 그 시골 길가로 다시 돌아가버릴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마음을 먹었다.

얘는 우리 가족이야.


남자 보호자는 자긴 처음부터 입양으로 보낼 생각이 없었다고 하지만(ㅎㅎ)

사실은 나도 누구에게도 보내지 못할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생명에 대한 책임은 정말로 무겁다.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나 하나도 잘 살아내기 어려워 매일매일이 아등바등인데.



뭐 결과적으로 우리 가족, 남자 사람과 여자 사람 그리고 이 시월, 이사랑은 정말 정말 행복하게 잘 살아간다.


까만 개와 하얀 개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베스트 패밀리이다.

최근 이 사진으로 교보문고와 카라가 함께하는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콘테스트]에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상"분야에서 무려 우수상(2위)을 했다.


온라인 투표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당시에 나는 어디에서 투표를 하는지 몰라서 심지어 내 지인들은 투표도 안 했다.�


'품종 동물을 전시하지 않는 것', '가족으로 만난 동물과 끝까지 함께하는 것' 등의 

취지를 가지고 시작한 이 사진 콘테스트에, 게다가 일반 사람들의 투표로 2위를 하다니..

정말 정말 감사하다.



유기동물 캠페인을 진행하여 주시는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카라에 너무 감사하며,

우리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보아주시고 투표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나와 가족이 되어준 남사 사람 그리고 까만 개 시월이 와 하얀 개 사랑이에게

나에게 이만큼이나 큰 행복을 줄 수 있는 건 이 지구에서 오직 이 셋 뿐이라.




나는 오늘도 믹스견 두 마리가 나에게 주는 이 행복을 전시해본다.





인스타그램 @october_n_love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월랑이행복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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