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질문하기
물은 100도만 넘으면 끓는다. 100도 그 이상은 얼마나 더 뜨거운지, 인간의 몸으로는 그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의 사랑은 언제나 펄펄 끓는 용광로 같았다.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뜨거운 사랑이었다. 과거의 사랑도 현재도 내 사랑은 100도 밑으로는 내려간 적이 없었다. 내 경우에는 사랑이 식었다는 것이 이별의 이유가 된 적이 없었다. 물론, 사랑의 온도는 이별의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이 식지 않아도 헤어질 수 있다.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공부하지 않으면서 사랑을 갈구한다.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레 습득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원하는 게 있다면 가장 먼저 그것에 대해서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성찰, 상대방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다. 나는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일까? 그(그녀)는 어떤 것에 사랑을 느낄까? 사랑은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인 질문들에 답을 구해본 적도 없으면서 '사랑, 사랑해.'라고. 우리는 사랑을 남발한다.
사랑을 남발하는 것은 그나마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렇다. 우리는 이별을 남발하면서도 제대로 이별하지 못한다. 어떻게 이별해야 할까? 어떨 때 이별해야 할까? 이별은 무엇일까? 오늘은 사랑보다 어려운 이별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
과거 그 혹은 그녀와 이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편의상 앞으로는 글쓴이 입장에서 ‘그’라고 쓰겠습니다.)
사랑이 식어서 이별했을까? 그게 아니라면, 그가 더 이상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아서 이별했을까? 그와 있는 게 재미 없어져서? 그 없이도 행복한 나를 발견해서?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자주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면 연락이 안 된다. 싸움을 하면 말을 함부로 해서 상처받는다. 이성 관계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치고 유흥업소나 클럽 등을 가거나 성인용 이상한 채팅어플에서 모르는 이성들과 대화한다.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돈으로만 데이트하려 하거나 미래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 지나치게 부모에게 의존적인 성향으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한다. 스스로가 어떤 관계들보다 아래에 있다고 느껴지고 존중받지 못한다. 주기적으로 잠수를 타고 약속시간을 한 번도 지킨 적이 없거나, 극단적으로는 바람을 피거나 데이트 폭력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남녀를 구분하는 이야기도, 드라마나 소설 이야기도 아니다. 실제로 이런 일들은 주변에 흔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이별 후 사람들은 말한다. 바람을 피워서,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어서, 더 설레는 사람을 만나서 등등. 그런 이유들을 이별의 이유로 말한다. 사랑이 식어서 이별한 것이 아니라면, 사람들의 말처럼 위와 같은 문제들이 이별의 이유가 되는 걸까? 내 생각을 말하자면, 아니다.
이별은 이별을 이유로 둔다.
뜨겁게 사랑하더라도 마음을 먹으면 하는 것이 이별이고, 그 어떤 잔인한 일이 벌어져도 마음먹지 못하면 할 수 없는 것이 이별이다. 이별의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별의 이유라는 것이 이래서, 저래서 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헤어짐을 고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대부분 적절하다. 그들이 시야에서는 그렇다. 그들은 모두 이별을 마음먹었던 사람들이다. 이별을 결정한 후에는 어떤 것도 이별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이별의 이유는 그저 그들의 이야기 일 뿐이다. 이별의 이유보다 중요한 것은 이별을 결정했고 이별했다는 것이다. 결국은 그저, 이별하기로 마음먹었기에 이별하게 되었다.
어떤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찾고 싶을까? 이별에 대하여. 그것은 당신의 사랑이 아직 식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사랑은 영원히 식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적절한 이별의 이유와 시기를 계산하고 있을까?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사랑을, 초반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에 견딜 수 있었다. 더 이상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함에 견디지 못하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것은 사랑의 연속성, 관성 혹은 우유부단함. 그게 다 아니라면, 아직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직 사랑하는 데, 견디지 못하니 헤어져야 할 것 같은 데, 아직 사랑하니까...... 그 뫼비우스의 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별을 고민하고 있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이별은 맞는가? 나는 이별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인가? 내가 찾고 있는 반드시 헤어져야 할 이유랄 게 있을까? 반드시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를 상대방이 만들어주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은가? 절대로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 맞이하게 된다면 나는 이별할 수 있을까? 이별의 이유를 찾아도 찾아도 자꾸만 이별의 시기를 놓치고 있는 것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별을 마음먹지 않은 사람은 이별의 이유를 찾을 수 없고, 이별의 시기를 알 수 없다. 계속해서 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이별은 이별을 이유로 든다. 이 모든 질문에 답은 스스로에게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진짜 이별을 마음먹게 된다면 이 모든 질문들이 아무 의미 없어짐을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사랑이 식었다는 이유 만으로 헤어지는 경우는 주변에서 들어보지 못했다. 사랑이 식지 않아도 이별할 수 있다. 아직 사랑하는 데, 왜 이별의 이유를 찾고 있는 걸까? 혹시, 그런 생각은 해보았을까. 내가 하는 것이 사랑은 맞을까 하는 그런 생각.
어떤 관계는 사랑이 없어도 헤어질 이유를 찾지 못해 함께 하기도 한다. 그것을 정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미련이나 두려움으로 보일 때도 많다. 하지만 그것이 분명히 사랑이라면, 나는 조금 냉정하게 질문해본다.
어떤 싸움이나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을 보지 못하고 그저 흘러간다면, 그것은 회피이고 나의 무책임이다. 어떤 관계든지, 그 관계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면, 그것은 절대적으로 한 사람만의 탓은 아니다. 해결 의지를 잃은 것은 아닐까? 혹은 변화의 힘을 무시하고 있는가? 나는 변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는 가? 관계가 그렇게 되어 버린 데에 가장 큰 원인(사건 혹은 문제)을 두고 진지하게 상담가를 찾아가 조언을 구해 보았는 가? 나의 노력은 어디까지 였을까? 상대방이 더는 나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때에 나는 노력을 멈추었을까? 상대방이 왜 나의 말을 더는 듣지 않는 걸까?
사랑한다면, 더 이상 피하지 말자. 그것은 내가 시작한 사랑, 나의 사랑이다.
모든 질문은 나에게 던지는 것이다. 답은 스스로가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모두 너무너무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별을 고민하는 것이 결국은 사랑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랑을 주제로 글을 쓰고는 있지만, 나는 사랑을 전공하지 않았다. 심리학을 공부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심리학 책을 5권 이상 읽은 것도 아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의 모든 것은 나의 경험과 생각, 느낌들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전문성 제로..)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사랑을 공부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 어떤 굉장한 가르침을 주려고 거만하게 구는 것이 아니라고 이해를 구한다. 나는 그저 사랑을 잘 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나는 그가 좋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와의 연애가 끝이 난 건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었다. 그와의 이별에는 어떤 이유도 감히 댈 수가 없다. 그냥 이별이었다. 지금 돌이켜 봐도, 나는 적절한 이별의 시기나 좋은 이별 같은 것은 알 수가 없다. 나와 속도가 다른 사람과 맞추어 걷는 방법이 서툴렀다. 누구를 만났어도 그때의 나라면 나란히 걷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나는 누구를 만나도 맞추어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진짜 사랑을 하기 위해서 사랑(사람)을 배우려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건 다 그와의 사랑이 끝났기 때문에 배울 수 있었다. 그와 사랑을 하는 중에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끝났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다면, 사랑하는 중에 계속해서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나는 더 이상 나의 사랑이 전과 같이 끝나게 두지 않을 것이다. 이게 바로 펄펄 끓는 용광로 같은 나의 사랑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인생에 가장 중요할 수 있는 그들의 사랑을 잘 해나가기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반드시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