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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to Sep 22. 2018

사랑이 사라질까

해처럼 지고, 낙엽처럼 떨어지는

사랑이 사라질까?


우리가 수십 년을 함께 살며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혀 잦은 싸움을 하게 되면, 우리의 사랑은 사라질까?

잦은 싸움들로 인해 서로에게 더 이상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만들고 서로를 원망하고 미워하게 된다면, 우리의 사랑은 사라질까?

서로가 서로를 더 이상 아끼지 못하고 더 이상 남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고 인정하게 되는 날이 되면, 우리의 사랑은 결국 사라질까?


사랑이 그렇게 사라지는 걸까? 사랑은 사라질 수 있는 것일까? 사랑은 도대체 뭘까? 마주치는 순간 서서히 불이 붙어 결국에 될 사람은 되고 안될 사람은 안 되는, 마치 운명처럼 그렇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그런 데 태어나면 죽고, 만나면 헤어지는 인생의 진리처럼 사랑도 그렇게 사라지는 것일까?


정말 사랑이 없을까? 내가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그래 그렇다고 그렇게 인정하고 나면, 정말로 사랑은 사라진 걸까? 아니. 내가 '나는 너무 예뻐', '나는 너무 못났어'하고 믿으면 그것도 사실이 되는 건 아니니까. 그러니까 내가 스스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정의 내린다 해도 사랑은 남아 있을 수 있어. 그런데 그게 무슨 소용일까. 사랑이 없다고 인정해 버린다면, 그것은 설사 사랑이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다고 해도 없는 것보다 더 최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 없다고 확정 지어 버린 사람이 남아있는 사랑의 감정을 스스로 발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어떤 계기나 누군가의 강한 외침이 필요할 것이다.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가나다라 말을 배우고, 심지어는 ABCD 다른 나라 말까지 배운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내 안의 내 목소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듣지 못한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해서 계획성 있는 생활을 하라고 하지만 정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나 자신이며, 나의 감정이고 생각인지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살아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실 자신의 감정과 느낌, 생각도 제대로 알지 못하며 사는 것이 살아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이야기가 조금, 방향을 잃었으나 나는 이 글을 쓰기 위에 수일을 밤잠 설쳐 생각하고 생각했다. 사랑이 사라질까에 대한 답을 내렸다. 물론, 수 억만 인구의 단 한 사람의 의견일 뿐이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쓰레기를 태워도 재가 남는데, 우리 서로 아끼고 위하며 사랑한 그 수많은 날들을 태웠는 데,

어떻게 사랑이 남김없이 사라질까.

아니, 사랑은 남아있다.


해가 지고 달이 뜨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내일 다시 해가 떠오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해가 지고 다시 떠오르기까지 달도 없이 그 캄캄한 밤, 우리는 너무도 두렵다. 다시 해가 뜨지 않을까 봐 너무 두렵다. 내일 다시 떠오를 것이라 막연하게 믿으며 간절히 믿으며 그 캄캄한 밤을 견뎌내는 것이 너무도 힘들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남아있다.


우리는 사랑에 빠질 때에 상대의 전부를 알고 사랑에 빠지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사랑을 하다 보면 내가 사랑할 수 없는 점을 상대에게서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발견이 오래지 않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부분이 만들어낸 사랑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누구나 장단점이 있지만, 그 사람을 오래 알게 되면 장점이 단점을 만들고 단점이 장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혹, 사랑할 수 없는 너를 발견하게 된다면 나는 그곳을 지긋이 오래 바라보겠다. 결국은 사랑하게 될 때까지 바라만 보겠다. 사랑은 해처럼 지고, 낙엽처럼 떨어지는 것이다. 사랑은 해처럼 뜨고, 꽃처럼 피어나는 것이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 남아 있지 않다면, 그가 돌아올 리가 없어. 사랑이 있으니까 캄캄한 밤에도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는 것처럼. 사랑이 있으니까 해가 다시 뜰 거야.


내 인생에 아직 남아있는 사랑이 여럿 있다. 나는 그들이 죽어도 내 사랑은 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살면서 인생의 진리라는 느낌을 받는 몇 가지 큰 줄기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는 데, 그중에 하나는 들리고 보이고 만질 수 있는 것들보다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것들이 더욱 강하다 라는 생각이다.

존재가 사라져도 기억이 살아 있듯이, 보이지 않는 것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것들 중에도 가장 강한 것이 사랑이다. 사랑이 사라질까? 아니,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2018년 8월 25일. 해가 지는 강릉의 바다



너에게-

분명 설득력이 부족한 글이었으리라, 나는 심리학자도 뇌 연구가도 아니기에.

그러나, 사랑은 사라지지 않아. 정말 사라졌다면 사랑이 있냐, 없냐는 언쟁 조자 불필요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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