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aby Designer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to Dec 23. 2018

디자이너의 칭찬

칭찬은 직장상사도 춤추게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것.

고래뿐이겠는 가. 칭찬은 직장상사도 춤추게 한다.

그렇다 하여 억지로 있지 않은 칭찬을 만들어 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칭찬은 자꾸 습관 하지 않으면 타이밍을 놓치고 만다. 칭찬을 받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 계속 좋은 성과를 내듯이, 칭찬을 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발견한다.


칭찬이라는 것은 꼭 아랫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윗사람이라 하여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칭찬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윗사람도 그것이 아랫사람에게 좋은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디자인 글을 쓰겠다며 왜 칭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디자인에 있어서 자기 확신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디자인에 대한 확신은 칭찬으로부터 시작된다. 한두 가지씩 사소한 칭찬들이 디자이너의 스타일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칭찬의 중요성을 느낀 오늘, 나는 칭찬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하였다.



우선, 오늘 회사에서 사소한 칭찬 타이밍 하나를 놓친 디자이너의 반성이다.


간단하게 상황설명을 하자면, 나보다 경험이 많은 기획자가 부족한 자료를 보충해주며 나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다. 종종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때는 내가 부족한 자료로 인해 진행하고 있던 작업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 디자인적으로 고려해주지 않는 기획들로 인해 어느 정도 지쳐있는 상태였다. 그 와중에 자료를 보충해 주고 내 자리까지 직접 와서 어떤 자료가 작업하시기에 좋을 것 같냐고 의견을 물어봐주었다. 당시에는 ‘B안으로 우선 작업을 시작할게요.’라고 건조하게 이야기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을 하면서 나는 기획자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받은 자료에 고민이 느껴졌고 의견을 물어봐 주어 나에게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그냥 “B기획이 더 좋네요”하고 끝날 것이 아니라 “A와 B 모두 전에 받은 자료보다 더 내용이 풍부하고 이해가 잘됩니다. 디자인 소스에 선택지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자료를 보충해 주시니 작업이 더 수월하네요. 작업 완료되는 데로 전달드리겠습니다.”라고 좀 더 디테일하게 말씀을 드릴걸.. 아쉬움이 몰려왔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작업을 하며 다시 생각해보니 기획자가 의견을 구하러 왔을 때, 분위기에서 ‘나 잘했죠?’라고 말하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완벽한 착각일지도) 그래서 더 아차 싶었다.



협업은 각자의 파트 안에서 자신의 업무에만 충실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협업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내 맡은 작업 이상으로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진심이 필요하다. 진심이라는 단어는 업무적인 이야기를 할 때에 사적이고 감정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진심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일을 할 때에도 진심이 없는 업무와 진심을 담은 업무는 결과물에 굉장한 차이를 만든다.


협업을 할 때에 진심을 담은 칭찬은 그 흐름을 매끄럽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서로에 대한 작업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에 가장 빠른 방법이다.


칭찬은 칭찬을 만든다. 사소하지만 좋은 행위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번 언급함으로써 칭찬 릴레이가 시작된다. '김대리님은 일을 잘해'라고 생각만 하는 것과 "김대리님 좋은 기획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입 밖으로 낸 그 문장이 실제로 김대리를 더 존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칭찬은 칭찬을 만든 다고 했으니, 그것은 결국 김대리가 디자이너를 존중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물론, 나의 칭찬은 이런 결과를 위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타인에게 전달되는 칭찬은 순도 99.9%의 진심을 담아야 곧게 전달된다.



또한, 칭찬은 디자인에 간접적,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아무도 칭찬하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훌륭한 요소가 있다고 하자. 그 요소는 누구에게도 언급되지 않은 죄로 디자이너에 의해 삭제될 가능성을 가진다. 처음 확신을 가진 디자인이었더라도 디자인을 본 어느 누구의 좋은 피드백도 받지 못한다면, 시간이 지나며 불안해지고 자신감을 잃으며 디자인에 대한 의심을 가지게 된다. 한번 의심을 품은 디자인은 더 이상 좋은 디자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다수의 칭찬을 받은 디자인 요소는 디자이너에 의해 삭제될 가능성을 잃는 다. 칭찬은 디자이너에게 확신을 주어 디자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더불어 칭찬은 디자이너의 열정에 불을 붙이기 때문에 그 작업은 불이 붙은 폭탄이나 다름없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불붙은 폭탄을 작업하는 디자이너를 누가 말릴 수 있을까. 칭찬은 디자이너의 열정에 불을 붙여, 간접적으로 그 디자인은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칭찬에 목마른 사슴의 글 같을까 싶지만, 이 글은 칭찬을 받고자 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 아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 디자이너가 되고자 칭찬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정리해 본 것이다.


매거진의 제목처럼 나는 '베이비 디자이너'이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디자인이 마르는 그런 베이비 디자이너이다. 그런 스스로를 이해하고 그날의 기분을 좌우하는 여러 가지의 요소들을 경계한다. 그리고 이미 안 좋아진 기분을 전환하여 어깨 춤추며 디자인하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 바로 '칭찬'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아요'는 디자이너가 춤을 추며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자이너의 야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