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to Jul 18. 2019

아빠와 나의 꿈

꿈에 아빠와 함께 있었다

오늘 새벽 3시쯤, 꿈을 꾸다 잠에서 깼다.

꿈에 아빠와 있었다.


어두운 계단을 내려갔다. 아빠랑, 언니도 있었던 것 같다. 계단을 내려가니 지하였다. 감옥처럼 철창이 있고 어두컴컴했다. 철창 안에는 사람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무서운 기분은 들지 않았다. 잠에서 깨어보니 오싹하긴 했지만 꿈을 꿀 당시 그 꿈속에서는 나는 아주 가볍게 이야기했다.


'모야- 여기 아니잖아. 감옥이잖아? 여기 아닌데?'

아주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이런 내용이었다. 아주 가볍게 우리 여기 오려고 한 거 아니잖아. 길을 잘못 들었네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아빠 손을 꼭 잡고 다시 내려온 계단을 올라갔다. 아빠 손을 꼭 잡았던 그 장면이 아주 생생하다. 따뜻했고 내 손을 잡고 따라오는 아빠가 너무나도 작고 귀여웠다. 현실은 몸무게 80킬로에 키 174센티미터의 큰 체격을 가진 아빠이다. 그런데 그런 아빠가 내 손을 잡고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조금 들떴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아빠는 조금 소심해져 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아빠의 생각과 기분을 살피었는 데, 아빠는 본인이 나에게 민폐인가 걱정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곧 아빠는 나에게 물었다.


'딸아, 아빠 괜찮아? 아빠 때문에 괜찮아?'

나를 살피는 질문이었다. 조심스러운 어투로 본인 때문에 힘들지 않은지, 아빠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인지 그런 뜻의 질문을 하였다.


'아빠, 아빠 완전 괜찮아! 아빠 너무 귀엽고 너무너무 괜찮아. 아무 걱정도 하지 마-'

나는 아주아주 진심으로 너무너무 따뜻한 마음으로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의 작은 어깨가 안쓰럽지 않고 너무너무 귀엽게 느껴졌다. 아빠의 소심한 표정과 말투가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슬픈 기분도 없었고 힘든 것도 없었다. 정말 너무너무 귀여운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그 계단 위는 하얗게 빛이 났다. 어딘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바로 잠에서 깼다. 새벽 3시 즈음이었다. 잠에서 깰 정도의 소음도 없었고 내가 일어날 시각도 아니었다. 온전히 꿈이 끝이 나서 깬 것처럼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나는 평소에도 꿈을 아주 많이 꾸는 편이다. 꿈은 심리적인 상태를 반영한다고 하였는데, 그래서 나는 꿈을 생생하게 꾸는 날이면 그 꿈을 기억하고자 일어나자마자 그 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찬찬히 훑어내려간다.


나는 오늘 새벽 아빠가 나온 꿈을 꾸고 화장실에 다녀와선 침대에 앉았다. 바로 자야 하는 시간이었다. 아직 4시간이나 더 잘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그 꿈을 계속 회상했다. 괜찮겠지. 좋은 꿈일 거야. 지하로 내려갔다가 다시 아빠 손을 꼭 잡고 올라왔으니까. 아빠는 나랑 함께 오래오래 살 거야.


다행히도 꿈이 무섭거나 으스스하거나 그런 기운은 없었다. 보통 무서운 꿈을 꾸고 일어날 때면 나는 잔뜩 질려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날은 잠자기 전부터 이미 악몽을 예상하기도 한다. 온갖 스트레스로 너무너무 힘든 하루였음에 예상할 수 있다.


나는 아빠의 병으로 인하여 몇 주간 이틀에 한번 꼴로 금붕어가 될 때까지 펑펑 울곤 한다. 나의 완벽한 아버지는 2주 전 폐암 4기를 확진받았다. 뇌를 감싸는 근처 뼈까지도 암이 전이된 상태였다. 암이 곳곳에 퍼진 아빠를 떠올릴 때면 그간의 세월의 고됨이 곳곳에 남아 암으로 퍼진 것이 아닐까. 눈물이 멈추지가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슬픔에 잠겨 있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사실을 계속해서 인지는 하고 있었다. 극복하려고 노력하다가도 내가 슬픈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 하며 내려놓기를 반복해왔다. 나는 독립해서 혼자 산지 약 8년 차 딸이라 아빠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진 않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저번 주 주말을 남자 친구와 소소하게 보내며 이제는 조금 진정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집에서 혼자 우는 빈도도 줄어들었다.


그러던 차에 꿈을 꿈 것이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나는 다행히다-를 계속해서 생각하며 다시 남은 잠에 빠졌다.


내가 계속해서 슬픔과 불안의 늪에 빠져있었다면 나는 아빠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진심으로 안도했다. 다행이다. 나의 깊고 깊은 속 안의 생각에서도 불안이 많이 사라져서 그랬던 걸까. 그래도 그런 와중에도 아빠를 절대로 잊거나 놓지 않는 나의 굳은 심지도 느낄 수 있었다.


결코 아빠의 병이 나의 일상에 치여 잊혀서 무뎌지고 안일해져서 슬픔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매일매일 슬픔을 이겨내려는 나의 시도들과 아빠의 근황을 전달받으며, 아빠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나가는 와중에 조금씩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있어진 것 같다. 그리고 꿈속에서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아빠의 물음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었음에 너무너무 감사하고 기쁘다. 정말 다행이다. 꿈속에서 나는 아빠의 질문으로도 아빠의 병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나는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아빠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래 앞으로도 나는 아빠를 계속 계속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생각을 멈추지 않는 한 내 안에 아빠는 작고 귀엽게 남아 있을 것이다. 언제나. 언제나.





모든 암 환자들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리고 모든 암 환자의 보호자분들의 희망과 용기를 응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빠의 마스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