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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to Jul 30. 2019

아빠, 그런 폐암이라 다행이야

폐암, 간과 뼈 등 몸 곳곳에 전이된 4기

아빠는 현재 항암치료 중이다. 3주째 알레센자라는 약을 아침, 저녁으로 먹고 있다. 아빠는 폐암 3기, 간과 뼈 곳곳에 전이된 4기이다.


몇 주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평범한 하루하루들이 지나고 있다. 나는 평소처럼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해서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온다. 씻고 누워잔다. 그 하루에 아빠는 거의 사라졌다.


아빠 생각만 하면 울컥하던 시기도 지나, 이제는 마치 건강한 아빠가 있는 딸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사실은 아빠가 폐암 4기이며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23.5%인 것이다.(2016년 기사 첨부)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05&aid=0000861722


나는 아빠의 폐암에 매일매일 울던 시기를 지나 현재는 좀 더 차분히 기사를 찾고 암 공부를 하는 중이다. 아빠는 조직검사 결과 알크라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5프로의 확률이라고 한다. 표적치료를 할 수 있었다.


암 관련 카페에서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읽었다.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사연들. 대부분의 엔딩은 이별이었다. 그때마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기적일까 싶지만 나는 그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나의 아버지보다 더 상황이 좋지 못한 사연들을 읽으며 나는 다행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불행이 가장 큰 불행이라 생각했지만 상황이 더 좋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게다가 그들은 나보다 강했다. 내가 질질 짜고 있을 시간에 그들은 병을 글로 써서 알리고 정보를 공유받고 서로를 응원하고 의지하며 힘을 받았다.


나도 그런 글들 속에 희망을 찾아보았다.

1.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어 몸이 견디기 힘든 치료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빠는 표적치료가 가능하다. 치료제 중 알레센자를 제일 먼저 처방받는 사람들의 징후가 좋았던 것 같다. 아빠는 알레센자를 처방받았다.

2. 뇌까지 전이된다면 정말 안 좋은 상황이지만.. 아빠는 뇌 근처 뼈.. 까지만 전이가 되었다.

3. 아주아주 더 늦게 발견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빠의 기침 덕분에 치료에 희망을 걸 수 있다. 폐암 4기 확진을 받고 5년 이상 산 사람 중에 약 5퍼센트는 치료를 중단하고도 괜찮을 정도로 거의 완치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다행이다. 나의 귀여운 아버지가 이런 폐암이라 다행이다. 나에게는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있다. 아빠에게도 이 인생을 정리할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

최근에 상견례를 했다. 암에 관련된 이야기만 나와도 울컥했지만 다행히 눈물을 쏟아내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내 마음은 아빠도 평생 함께 할 것 같고 결혼도 머나먼 일이었다. 그런데 둘 다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친구들은 축하해줘도 되냐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딱히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기쁠 일도 슬플 일도 없다. 요즘 나는 그렇다.


그래도 그래도

다행이다 아빠가 그런 폐암이라.




모든 암 환자들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리고 모든 암 환자의 보호자분들의 희망과 용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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