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키워드를 풀어본다.
어제 키워드를 몇 개 적지도 않았는데 생각보다 길어져서 다 쓰지 못했다. 하루 천 자씩인데 2천자를 넘겼으니 두 배 이상 적었다. 계속 써보자면..
애니메이션과 피규어
어릴때 글자만 있는 책 보다 그림이 있는 것이 더 재밌는 것은 당연하다. 네 살 정도부터 글자를 읽기 시작해서 집에 있는 왠만한 책은 여러 번 읽어서 다음 페이지에 어떤 내용인지 거의 알 지경이 되었다. 그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백과사전이었는데, 다양한 사물들에 대해서 그림과 함께 원리와 내부 구조, 칼라로 된 사진까지 있어서 매번 꺼내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놓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에는 자연스럽게 만화책에 빠져들었는데, 2주 마다 발행되던 두꺼운 (하지만 종이질은 매우 좋지 않았던) 만화 잡지도 사서 보았고, 동네 만화방에서 시리즈로 된 것들을 빌려서 쌓아두고 보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기억에 콕 박혀서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바로 친구집에 놀러가서 보던 ‘드래곤볼’이었다. 당시에 완결이 안되었는데 20여 권을 가지고 있던 친구가 얼마나 부럽던지. 그 이후로 다양한(?) 캐릭터에 빠져들었고, 중고등학교 시절에 잠시 멀리하다가 대학생이 된 후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의 토토로’를 보면서 본격 캐릭터와 피규어에 빠져들었다.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오락을 하면서 OSMU(One Soure Multi Use)를 시도하던 ‘닷핵(.hack)’이란 콘텐츠를 좋아했고, 미궁을 탈출하는 ‘이코(ICO)’도 게임과 책을 좋아했다. 어른이 된 후에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통해서는 다양한 ‘이세계물’을 접하게 되었는데, 특히 ‘Sword Art Online’과 ‘Re:제로로 시작하는 이 세계 생활’의 콘텐츠를 좋아해서 라이트 노벨과 만화와 피규어를 모으기 시작했다. 일본에 출장을 가거나 놀러가면 도쿄의 아키하바라를 들러서 중고 피규어를 골라 오기도 하고,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진열해 놓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피규어가 주는 효용이란 내가 좋아하는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그 세계관과 스토리, 등장인물 캐릭터와 형상화된 피규어를 통해서 상상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상상력이야 말로 한계가 없는 무한한 공간을 펼치는 것이니까.
게임
초등학교때 동네 오락실을 다니던 기억이 항상 남아 있다. 처음 보는 오락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옆에서 잘 살펴보면서 어떻게 하는 것인지 대충 이해를 한 후에 내 차례가 되어 동전을 넣고 (짧으면 불과 수 십 초에서 길면 몇 분 정도) 신나게 플레이를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컴퓨터를 처음 접한 이후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줄곧 컴퓨터반 활동을 했다. 컴퓨터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컴퓨터 오락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게임을 하려면 그 도구가 되는 컴퓨터를 잘 알아야 했다. 디바이스,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콘트롤러 등을 이해하고 잘 다뤄야 했고, 필요하다면 어느 부분을 어떻게 수정하고 수리하고 업데이트 해야 하는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애플 컴퓨터로 슈팅 게임을 하던 시절에는 우연히 어샘블리 코드를 보다가 플레이할 수 있는 횟수를 지정하는 함수를 찾아서 수정하여 플레이할 수 있는 횟수를 3회에서 100회로 늘려서 무적처럼(죽으면 또 기회가 생기니까) 오락하던 기억도 있다.
손에 쥐고 하는 작은 게임기인 PSP(Playstation Portable)를 꽤 오래 가지고 놀았는데(지금도 PS Vita가 서랍안에 잠들어 있긴 하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3, 4, 5), 액스박스(One, 360)를 거치는 콘솔 게임기의 역사도 가지고 있다. PC방이 생기는 시절에는 스타크래프트를 열심히 하고(멀티 플레이에서는 대부분 빨리 지고 구경하는 쪽..), 직장인이 된 후에는 저녁과 주말에 WOW(World of Warcraft)를 만랩까지 열심히 키웠다. 지금도 내 캐릭터는 얼라이언스 영역의 어딘가 여관에서 쉬고 있을 것이다. 가끔 그 풍경과 캐릭터가 보고싶다.
이런 관심이 컴퓨터와 네트워크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게 해주었고, 결국 IT 업계에서 일하도록 이끌었는데, 온라인게임 서비스 회사에서도 2년 정도 일을 했으니 덕업일치한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것과 게임을 기획하고 서비스 하는 것은 너무 다른 일이었다. 물론 게임을 즐기던 경험과 지식이 업무를 할 때는 실무적인 도움이 아주 많이 되었다. 아예 몰랐다면 매우 힘들었거나 게임업게에 진입조차 못했을 것이니까.
지도보기/찾기
집에 지구본을 하나 두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손가락으로 찍은 후에 그 곳을 지도책에서 찾아보고 싶었지만 지구본이 없었다. 대신 ‘사회과부도’를 펼쳐서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갈만한 작은 영역의 도시와 마을의 이름을 찾아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는 운전을 하면서 전국운전지도/서울운전지도 같은 책을 두 권씩 차에 두고 다녔다.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하기 전에 미리 살펴보고 머릿속으로 가는 길을 그려본 후에 기억에 의존해서 찾아가곤 했는데 나름 재미가 있었다. 그 덕분일까 아직 낯선 곳에 가도 길을 잃어버린 경험은 없다. 잠시 두리번 거린 후에 아마 이쪽인 것 같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면 생각하던 곳이 맞았다(내 머릿속에 새처럼 자기장을 인식하는 센서가 있지는 않을테니). 지도를 열심히 구경하는 경험 덕분에 공간감각은 다른 사람들 보다 좋은 편이라고 생각이 든다.
아이패드를 처음 샀을 때 제일 먼저 한 일 중에 하나는 구글 어스와 구글 맵을 설치한 후에 이리저리 눌러보고 확대해보면서 어릴때 하던 지도 찾기를 했다. 지금도 네비게이션앱에서 비슷하게 여기저기 확대해 보고 위성사진으로 바꿔보고 하면서 동네를 이리저리 지도상에서 탐험하곤 한다.
여행을 갈 때도 구글맵에 즐겨찾기를 하고, 거리뷰를 통해서 갈 곳을 둘러보는데, 홍콩에 처음 갈 때 지도로 보던 것 보다 거리와 골목이 매우 좁았던 것은 신기했다. 이미지로 보는 것과 실제 가서 보는 것의 차이는 상당했다. 가고 싶은 곳은 구글맵에 여전히 즐겨찾기 해두고 있는데, 아마 나중에 갈 수 있는 곳도 있겠지만 구글 맵으로 다녀온 것으로 끝나는 즐겨찾기가 더 많을 것 같다.
어제 적은 키워드 중에서 새로운 IT 뉴스 읽기를 남겨두고 마무리 해야겠다. (벌써 3천자를 넘겼다!) 새로운 뉴스를 찾아보는 성향으로 인해서 계속해서 꾸준하게 찾고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가끔 적어두고 했더니 ‘시장 조사와 리서치’에 관한 역량이 늘어나게 되었는데, 이건 다음 기회에 적어야겠다. 그리고 다른 키워드로 더 생각해서 시리즈로 적어봐야겠다.
20251015. 3,166자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