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좋아하는 일을 즐기고 있는가?
산만하고 다양한 관심사 중에서 이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적어도 10년 이상 꾸준하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고 실행하는 것이라면 후보에 올릴만 할 것 같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커피
고등학교때부터 시작해서 자판기의 믹스커피를 박사과정때 피크를 찍으며 사랑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믹스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질렸다. 우유를 마시면 배가아프기 시작한 이후로 좋아하던 라떼를 떠나 아메리카노에 정착.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의 쓴 맛에 잘 적응하는 줄 알았다.
산미있는 드립 커피에 눈 뜬 이후로 다양한 산미와 꽃향기가 있는 원두를 고르는 재미에 빠져있다. 카페에 갔는데 원두를 판다면 빠지지 않고 둘러본 후에 사온다. 원두를 사면 얼른 갈아야 해서 카페인을 과음할 때도 종종 생긴다. 그라인더와 드리퍼를 사고 종이필터에 드립한지 10년이 훨씬 넘었다.
처음으로 구글의 gmail 아이디를 만들 때 고민하다가 만든 아이디가 'coffeeblue'인데, 이 때 블루마운틴 원두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bluemountain이란 아이디를 가질 수가 없어서 이리저리 바꾸다 나온 아이디다.
와인
레이블 읽기도 힘들어서 발 들이지 않았던 분야인데, 석사과정때 레스토랑에서 지도교수님과 동기들이 저녁을 먹으며 와인리스트를 내게 떠넘기는 바람에 열심히 고른 와인을 모두 마음에 들어해서 우연하게 와인에 입문했다. 그 뒤로 20년 가까이 다양한 품종의 화이트와 레드 와인을 경험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마카오 와인샵에서 추천받아 마신 와인이 너무 좋아서 한국에 돌아와 힘들게 찾아 박스채로 두 번이나 구입해서 쌓아놓고 마셨던 것.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병은 아직 냉장고 야채칸에 누워있다. 두 번째는 도쿄에 출장가서 저녁에 제일교포 3세인 법인 직원과 둘이서 와인바를 갔는데, 일본어로만 적힌 메뉴판을 열심히 읽어주고, 현지 소믈리에가 추천해주는 리스트를 들어도 내가 아는 와인과 단 한 개도 겹치지 않아서 놀랐던 것. 그래서 결국 ‘하얀거(화이트와인) vs 빨간거(레드와인)’로 시작해서 ‘단거 vs 안단거’, ‘거품있는거 vs 거품없는거’, ‘가벼운거 vs 무거운거’로 밸런스 게임으로 와인을 추천받았다. 그 때 깨달은 것은 어려운 레이블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쉽게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사진
요즘은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사진 찍는게 제일 쉽고 빠른 방법이지만, 초등학교 때 차를 타고 가다가 형님이 뒷자리에 앉은채로 돌아서 막 찍은 필름 한 장 속에 주황색 노을이 지면서 가로등 하나가 잡혔는데, 그 때 부터 사진이 멋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사회인이 된 후에는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샀다가 적응하려고 노력하다가 실패하고 다시 팔고를 반복하고 있다. (지금도!) 좀 더 잘 찍고 싶은 마음에 책도 여러 권 사고, 유튜브 채널도 구독하면서 열심히 시간 날 때 마다 노출, 빛, 구도, F값, ISO 등을 공부하지만 응용은 어렵다. 올 해는 <사진의 이해>, <사진영상론> 같은 수업을 듣고 있지만 이론과 실제의 거리란..
곧 추워지지만 출퇴근길과 주말을 이용해서 다양한 사진을 찍어보겠다. 아, 손떨림방지가 들어있는 작은 액션캠인 DJI OSMO NANO도 샀는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하지만 거의 써보지 않고 모셔둔) DJI OSMO Pocket, Insta360 ONE, GoPro Max 보다 마음에 든다. (제발 좀 들고 나가서 써보자!)
EPL
English Premier League를 좋아한다. 보통 이렇게 이야기 하면 박지성때문에 좋아하는구나? 하고 묻기도 하는데, 아니다. 형님이 이탈리아 출장길에 사다 준 유벤투스 엠블렘을 보고 해외 축구에 관심을 가진 후로, 1990년대 말 부터 EPL에 관심을 가졌다. 아스날, 리버풀의 로고에 흥미를 가지고 팀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도깨비에 빠져서 1998년 무렵 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 되었다. 당시 새벽에 가끔 해주던 중계방송이나 하이라이트를 챙겨보기도 하고, 홈페이지를 찾아서 영국 현지 온라인 샵에서 맨유의 로고가 새겨진 굿즈와 후드티 등을 주문해서 입고 다니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의 광풍이 지나간 후에 박지성이 PSV 아인트호벤을 거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영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농담인줄 알았다. 그 후로 박지성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 새벽 3시반에 눈비비고 일어나게 되었고, 여전히 EPL의 소식과 중계방송을 챙겨보고 있다. 네이버의 뉴스 다음 화면을 ‘해외축구’로 설정해 두고 매일 매일 확인하고 있다. 시즌에는 팀과 경기 소식을, 비시즌에는 트레이드되는 뉴스들을 열심히 본다.
시간이 모자라서 적지 못한 그 밖의 주제들..
애니메이션
피규어
게임
지도보기/찾기
새로운 IT 뉴스 읽기
기타 등등..
은 다음 기회에.
그래서 나는 덕업일치한 생활을 하고 있는가? 라는 주제를 아직 쓰지 못했다..;
20251014. 2,433자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