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물을 많이 마시기 위해서..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편이었다. 딱히 목이 마르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화장실을 자주 가야하는 것도 불편했기에 밖에 나갈 때에도 물을 따로 가지고 다니진 않았다. 식사할때 마시는 물 한 두 잔이나 가끔 사서 마시던 500ml의 생수 한 통이면 충분했다.
아침에 일찍 차를 몰고 나가는 날이면 카페에 들러서 커피를 사기가 어려우니 300ml 생수통에 스타벅스 콜롬비아 비아(하우스 블랜드 보다 콜롬비아가 제일 적당하다)를 하나 넣고 흔들면 상온의 커피 한 잔을 가져갈 수 있었다. 물론 시간적인 여유가 있게 출발했을 때면 스타벅스 DT(드라이브 쓰루)를 이용하기도 했다.
환절기를 지나면서 더 겪게되는 일이지만 손끝이 건조해지고 피부가 한 줄씩 일어나는 일이 더 심해졌다. 몸에 수분이 부족하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쁘다고 사놓은 텀블러도 많아서 물을 끓이고 스타벅스 비아를 넣어 나가는 날도 있었고, 마트에서 RTD(Ready-to-Drink, 통 옆에 붙은 빨대를 뜯어서 위에서 꽂으면 바로 마실 수 있는 형태)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이용하기도 했다. 운전하다가 배가 아플 수 있으니 주로 아메리카노인데, 유일하게 동서식품에서 만든 ‘스타벅스 라떼 RTD’는 마셔도 괜찮았다. 적으면서 되돌아보니 물은 잘 안들고 다녔지만 커피는 어떻게든 만들어서 들고 다녔다.
일 년 넘게 하고 있는 패턴은 출근 후에 자리에 있는 몇 가지의 원두 중에서 골라서 조용히 갈고 드립을 한다. 정수기의 뜨거운 물은 드립을 하기에는 온도가 낮은 편이라 네스프레소 머신에서 캡슐을 넣지 않고 뜨거운 물을 내릴 수 있는 옵션을 이용해서 물을 받는다. 이것이 정수기의 뜨거운물 보다 조금 더 뜨겁기에 드립을 적당히 내릴 수 있다. 드립하기 좋은 온도는 90~92도 정도라고 하는데, 정수기와 네스프레소 머신의 온도를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원두에 동그랗게 드립할때 올라오는 기포와 원두의 상태, 그리고 드립 후의 맛을 보면 짐작할 수가 있다.
카페인에 반응하는 체질이라 오후 4시가 지나면 커피 말고 다른 것을 찾게 되는데, 탄산음료와 달달한 에이드 등을 끊은 이후로 차를 많이 우리고 있다. 그냥 현미녹차는 현미맛이 강해서 피하는 중이다. 오설록 녹차 세트를 사기도 하고 선물을 받기도 해서 여러 가지 맛 중에서 골라서 500ml 정도 연하게 많이 우려서 물처럼 마시고 있다. 녹차는 (현미녹차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다가 도쿄에서 말차를 경험하고 말차와 100% 녹차를 위주로 해서 마시고 있다. 카페인도 있고 이뇨작용도 있어서 너무 늦게는 마시지 않는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아는 분의 추천을 받아서 TWG의 디카페인 차를 여러 개 주문해서 향과 함께 마시는 날도 종종 있다. 얼른 다 마시고 나면 새로운 향을 추가로 주문해 볼 생각이다. 싱가폴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문을 했는데 국내에서 사는 것 보다 종류도 많고 가격도 적당해서 마음에 들었다. 첫 주문할 때 심플한 찰스턴 티팟을 함께 배송시켜서 잘 쓰고 있다. 20년도 더 전에 처음 다양한 차를 알게 되고 경험할 때 남대문 수입상가를 뒤져서 산 하얀 도자기에 핑크빛 작은 꽃들이 새겨진 티팟도 아직 집에서 잘 쓰이고 있다.
뭐든 한 번 시작하면 다양하고 깊게, 그리고 오랫동안 즐기는 편이라서 커피와 티도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동반자 같은 취미다.
20251018, 1,665자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