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갑자기 추워지면 적응하기 힘들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갑자기 한파가 찾아왔다. 설악산에는 단풍보다 먼저 첫 눈이 내렸다. 분명 2~3일 전까지 반팔을 입었는데, 가벼운 잠바를 이틀간 함께 입고, 오늘은 긴팔 후드티를 입었다. 보름에서 한 달 정도 겪던 날씨의 변화를 3일만에 경험하고 있다. 가을로 서서히 들어서면 낙엽도 좀 떨어지고, 바람도 차가워지고, 해가 지고 뜨는 변화에 따른 일교차도 점점 느끼면서 적응하게 되는데, 요즘의 기후변화는 변동 폭도 커지고 예전의 경험들과는 차이가 커서 놀라는 일이 많아졌다.
며칠 간의 날씨와 예보를 자주 확인하는데, 생각보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우산을 챙겨야 하고, 눈이 오면 미끄럽지 않은 신발로 바꿔 신고 나가야 한다. 작은 기온의 변화에는 서서히 적응할 수 있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날씨의 변화는 몸이 적응하기 힘들다. 지하철을 타면 다양한 복장의 변화를 체감한다. 아주 가끔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보이지만 예외적인 수준이고 대부분 비슷한 패턴으로 가디건이나 얇은 잠바, 스웨터를 입은 걸 보았다.
요즘은 일기 ‘예보’가 아니라 ‘생중계’ 같은 느낌이다. 일기예보가 시시각각 변하고 가끔은 비가 많이 내리는데 흐리다고 하거나 우산없이 출근하는데 회사에 도착하기 전에 비를 맞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옛날 사람들은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서 다양한 경험들을 동원하였는데 지금은 많은 부분 일기예보에 의존하게 된다.
보통 낮 기온이 11도 정도 되면 반팔을 그만 입어야 하겠구나 생각을 하는데 이번주에 갑작스럽게 반팔 옷을 정리하고 가을에 입을 옷을 꺼낸다. 초겨울에 입을 옷들까지 같이 빼놔야 할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날씨가 추워지니 겨울이 기다려지는게 아니라 싫어진다. 여름에는 덥다고 싫어했었는데, 사람의 마음이란.. 이렇게 생각하면서 겨울이 지나고 날이 다시 더워지면 또 싫다고 하겠지. 가을에 어울리는 클래식을 좀 찾아서 플레이 리스트에 넣어야겠다. 모닥불 피워놓고 앞에 앉아서 불멍을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또 너무 추울 것 같다.
실제로 봄과 가을의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는만큼 봄과 가을을 더 그리워하고 사랑하게 될 것 같다.
20251021. 1071자를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