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의 좋은점
책장을 뒤져서 읽지 않는 책을 꺼내서 박스 두 개를 채웠다. 예전에는 바코드를 하나씩 찍으면서 책의 상태를 나름 상중하로 평가하여 얼마일까 확인을 했다. 책에 줄을 긋거나 가운데를 쫙 펼쳐서 보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책 상태는 ‘상’으로 표시할 수 있었다. 실제로 알라딘에 도착한 책의 평가가 낮아지는 일은 드물었다.
‘매입불가’라고 뜨면 이 책의 내용 모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슬퍼졌다.
책을 골라서 집에 가져와 책꽃이의 한 켠을 차지할때는 분명 읽어볼만한 좋은 콘텐츠가 있었을텐데, 오랜 시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니었던 것일까. 선택을 잘 못 한 것일수도 있지만 재고가 너무 많아서 매입이 안되는 경우도 있으니 매입불가라고 모두 부정당한 것은 아니라는 안도감도 있다.
근처에 들러볼 수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이 몇 군데 있어서 아주 가끔 방문해 보는데, 역시 직접 서가를 보고 고를 수 있을때 우연하게 좋은 책을 만나기도 한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책이라도 세렌디피티는 의외성과 만족감을 준다.
사고 싶은 책을 알라딘 홈페이지에서 검색을 할때 출간일이 적당히 6개월 이상 지난 경우라면 중고서적이 등록된 것이 있는지, 최상의 상태가 있는지, 장바구니에 담은 같은 지점에 더해서 무료배송이 가능한 2만원을 넘길 수 있는지의 순서로 확인해 본다. 깨끗한 중고책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없어서 중고로 등록된 것 중에서 최상의 상태를 고른다. 운이 좋게 가끔은 새 것 과 다름없는(판매자가 전혀 본 흔적이 없는) 책을 만나기도 한다. 중고를 장바구니에 오래 담아두다 보면 같은 책을 고르는 동작 빠른 사람을 만나서 ‘품절’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럼 얼른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 다른 지점의 책을 찾아서 또 장바구니를 채운다.
마음에 드는 책은 얼른 구매하는게 좋은데, 찾는 바로 그 책이 아니라면 장바구니에 며칠 담아두고 ‘정말 이 책의 내용이 필요한건가?’하는 고민을 해 본다. 만약 아닌 것 같으면 장바구니에서 비우고, 필요한 내용인 것을 확신하면 빠르게 구매하는 편이다.
지금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긴 책을 ‘전체 선택’으로 모두 구매를 한다면 94권에 172만원이 나온다. 품절/절판된 리스트에 42권의 책이 있으니 이걸 모두 구해서 살 수 있다면 136권에 250만원은 될 것 같다. 보고 싶은 책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으니 이 리스트는 비워주지 않으면 계속 늘어나서 무게를 더 할 것 같다.
20251022. 1,209자를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