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속에서 찾을 수 없는 어린 시절의 골목길
출근길에 건널목에 멈춰서 신호등을 기다리며 건너편의 빌딩 신축 현장을 바라보았다. 판교역앞 공영주차장으로 쓰이던 장소는 nc소프트의 연구센터를 짓는 현장이 되었다. 600여 대의 차를 흙바닥에 세울 수 있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넓은 부지에 대략 5층 높이의 건물이 H 빔을 세워서 올라가는 중이다. 판교의 건물들은 고도제한이 있지만, 높은 크레인 타워를 보니 이 건물은 아직 더 높게 올라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길을 건너려는데 뭔가 작은 것이 밟혀서 내려다 보니 도토리만한 돌멩이가 하나 있다. 마치 보도블럭 같은 곳에서 떨어져 나온 것 같은 모양이다. 잘 정비된 도심의 인도에서는 작은 돌멩이를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공사장이 근처에 있다 보니 굴러온 것 같다. 아니면 비가 내리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정말 보도블럭이 깨져서 굴러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초등학생 시절 가방을 메고 집에 가는 길에 바닥을 차면서 걸으면 돌멩이는 쉽게 발에 차였다. 특히 거칠지 않고 맨들해진 자갈들도 많이 있었다. 바닷가였기 때문에 가끔은 깨진 조개 껍데기 같은 것들도 있었다. 이제 모래를 만지면서 놀 수 있는 곳은 콘크리트 블럭 한 가운데에 작게 있는 놀이터 정도가 남아있다. 아니면 바닷가 해수욕장을 찾아가거나, 등산로를 따라 산을 적당히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점점 자연은 도시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혀가는 중이다.
도시를 참 좋아하지만, 가끔은 어린시절 흙을 만지면서 뛰놀며 집에 가던 포장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길과 나무들이 마음대로 자라던 언덕이 그리울 때가 있다. 지금은 그 자리에 큰 빌딩이 들어서서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지만, 기억속에는 선명하게 남아있다. 개발이 된다는 건 조금은 더 편리해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획일적인 모습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카메라를 가질 수 없던 때이기도 하지만, 그 시절을 되돌아 보고 보여주고 싶을 때 어린 시절 뛰놀던 곳의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 많이 아쉽다.
어린 시절 남아 있는 많은 기억들은 혼자서 겨우 기억해 낼 수 있는, 하지만 그려서 보여줄 수도 없고 그린다고 같이 떠올릴 수는 없는 장면들이다. 그렇게 사라져버린 옛 공간에 대한 혼자만의 추억과 향수일 뿐인가보다. 그것이 가끔 많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