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능아닌 학력고사를 보았다
수능일이라 한 시간씩 늦게 출근하는 회사들이 많은지 평소처럼 지하철을 탔는데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졌다. 직장인의 출근 시간도 바꾸고, 비행기도 이착륙을 피하고, 증시 개장도 미루는 파워는 수능 밖에 없을 것 같다.
올해는 2007년 황금돼지띠가 수능을 보는 해라 응시자가 늘어서 55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오늘 친구들의 대화 주제는 단연코 수능이다. 친구들의 자녀들이 수능을 볼 나이들이다 보니 더 관심들이 많다. X세대의 가운데에 태어나서 가장 많은 응시생수를 기록했던 때에 학력고사를 본 기억들도 계속 소환이 된다. 1990년(71년생)에 87만2천명, 1991년(72년생)에 95만1천명, 1992년(73년생)에 93만1천명으로 응시생이 정점을 찍던 해였다. 수학이 매우 어려웠고 영어는 조금 쉬웠던 해이기도 해서, 다들 수학과 영어에 대한 경험들을 풀어놓았다. 국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력고사가 폐지되고 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뀔꺼라서 (어떻게 출제 경향이 바뀌는지 전혀 모르니) 길어봐야 재수가 끝이라고 하던 말들도 생각이 난다. 그래서 선지원 후시험의 시스템이라 하향지원이 엄청 많았던 기억. 대형 입시학원에서 나온 배치표를 보면서 학교와 학과를 고르고, 대학교에 원서를 내러 가서도 실시간으로 발표되는 경쟁률을 확인하려고 모여들던 기억이 있다.
합격자 발표도 대학보다 언론사에 연락해서 알아본 기억이 난다. 신문사가 합격자 명단을 받아서 전화로 문의하면 종이로 된 명단을 확인해서 알려주었다. 가끔 잘 못 불러주기도 해서 확인은 발표일 당일에 지원한 대학교에 가서 본관 앞에 붙여 놓은 합격자 명단을 확인해야 했다. 신문사에 전화해서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로 부모님과 함께 대학교에 가서 확인한 기억도 난다. 그 당시에는 엄청 중요한 인생의 이벤트 같은 날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모든 것이 시험 보는 하루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 처럼 살았으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중요한 날이었긴 한데 가물가물한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다시 되돌려 억지로 끄집어 내야 겨우 조각 조각 기억해 낼 수 있다. 인생은 점을 찍어서 지나가다가 뒤돌아 보면, 선으로 이어져 보이는 그런 흐름인 것 같다. connecting dots..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 한 것 처럼, 점을 찍을때는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스스로가 선택을 하면서 찍은 그 점이 다른 점들과 연결이 되면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경로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20251113. 1,240자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