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에 맛볼 수 있는 훌륭한 조합이다.
페친중에 요리와 베이킹에 진심이며 미식가이신 분이 있다. 며칠 전 통영에서 주문한 굴을 소개하고 계시길래 참지 못하고 쇼핑몰을 찾아서 주문을 했다. 페이스북이 이럴땐 작은 공간인 것이, 다른 페친도 이 쇼핑몰의 마케터였다. 소개글 밑에 쇼핑몰 링크를 올리니 감사하다고 다시 댓글을 다셨다.
목요일 오후에 주문한 굴이 토요일 오전에 도착을 했다. 요즘은 왠만한 온라인 주문은 하루 반이나 이틀이면 집에 도착하는 것 같다. 이틀 전만 해도 통영 바닷속에 있었을 굴이 신선하게 포장되어 집앞으로 금방 배송이 되니 우리나라의 물류는 어마어마한 것 같다.
며칠 전 오프라인에서 만났지만 역시 페친인 분이 운영하는 와인샵에서 은근한 맛과 향이 다시 생각나게 하는 화이트 와인인 ‘샤블리’를 두 병 구입했다. 11월 말에 해산물과 같이 먹어야지 했는데, 싱싱한 굴과 조합이 딱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토요일 하루, 마음껏 늦잠을 잔 후에 여유있고 게으른 하루를 보내다가 저녁에 마트에 가서 장을 보았다. 저녁을 집에 와서 차린 후에 굴과 샤블리를 꺼냈다. 적당한 크기의 볼에 굵은 소금을 풀어서 굴을 넣고 세 번 잘 씻어서 준비하고, 초장을 작은 접시에 부어서 놓았다. 샤블리는 2023년으로 2년을 꽉 채운 것인데 입안에서 퍼지는 맛은 순하기 보다는 쇼비뇽 블랑처럼 화사한 느낌이 있었다.
처음 경험해 본 샤블리는 ‘루이 자도’에서 나온 것이었는데, 한 모금 마신 후에 ‘이건 뭔데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건가?’ 라고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입안에서 은은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그 첫 모금의 느낌이 기억나는데, 그 이후로 강렬하지 않고 은근한 샤블리를 좋아하게 되었다.
오늘은 300그램 정도 되는 굴을 혼자 다 먹으면서 샤블리 두 잔을 마셨다. 아직 굴은 한 통이 더 남았고 샤블리도 반 병이 남았으니 며칠 안에 한 번 더 굴과 샤블리를 즐겨야겠다. 요즘은 주말이 여유가 있어서 좋다. 내일은 파주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긴 운전을 하게 될텐데 그래도 오랫만에 가는 거라 기다려지는 밤이다.
20251122. 1,020자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