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오고 그렇고 해서..
새벽에 눈 앞이 번쩍 하길래 스마트폰의 알람이나 Push Notification이 왔나 싶어서 눈을 떴다. 가끔 알람 소리를 못들어서 쿨쿨 잤던 경험 때문에 베개 옆에 스마트폰을 나란히 두고 자는데, 새벽에 오는 페이스북, 구글, 카카오톡, 그리고 쿠팡이나 마켓컬리의 도착 알림에 눈을 뜰 때가 있다. 화면에 뜨는 알림창으로 잠에서 깨기도 하니 푹 잠들지 못하거나, 새벽 즈음에 잠에서 깨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서너 번 더 번개가 치는 밝은 빛을 보며 일찍 나가야 하는 날이라 어두컴컴한 6시10분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쿵..하는 천둥 소리가 들리는 것이 불안정한 흐름이 지나가는 중인 것 같았다. 바로 샤워를 하고 나오니 번개와 천둥(천둥 번개가 아니라 번개가 빛의 속도로 더 빨리 오기 때문에 번개와 천둥이 맞는 표현이라고 한다)은 그치고 비만 뿌리고 있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니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었고 회사에 도착할때까지 이른 시간이라 차들은 별로 없었지만 비는 계속 내렸다.
동유럽에 가본 몇몇 도시의 해질녘 처럼 회색빛이 돌았다. 출근을 해서 모모스커피의 ‘므쵸베리’ 원두를 내려서 자리로 돌아왔다. 오늘은 추천받은 Buena Vista Social Club의 ‘Chan Chan’부터 몇 곡을 들으니 날씨에 어울렸다. 오후에 휴가를 내고 나오니 흐린 하늘아래 비가 몇 방울 뿌리긴 하지만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예전에 들은 노래들이 딱 어울리는 계절과 날씨가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다.
날이 본격적으로 추워지는 11월 중순 즈음에 의외로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비가 내린다. 더위가 물러가고 기온이 점점 내려가고 있지만, 더 추운 기단이 북쪽에서 내려오면서 불안정한 대기를 만들고, 그 흔적으로 요란한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가 그치고 나면 바람은 더 불고, 아침 저녁 해가 없는 시간에는 더 추워지면서 일교차가 커질 것이다. 이미 첫 눈이 내렸지만 아직은 늦은 가을 같은 느낌이 더 크다. 이번 주가 다 지나가고 달력이 마지막 장인 12월이 되어야 겨울이 왔다고 생각이 들지 않을까.
오후 반차를 내고 나오는 길에 목요일인가 싶은 느낌을 잠깐 받았는데, 볼일을 좀 본 다음에 집에 오면서는 토요일 오후인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추석 연휴 부터 요일 감각을 좀 잃었는데 반차나 연차를 내면서 더 잃어가는 것 같다. 내일은 수요일이고 11월 26일이다. 스케쥴러를 잘 확인해야지.
20251125. 1,210자를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