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만 쉬운 발걸음
무엇이든 처음 시작할때면 그 일의 제목을 정하고 목차를 잡는다. 보통 목차를 잡는 것이 더 쉬운데, 특징을 잡을 수 있는 제목을 정하는게 훨씬 어렵다. 마케팅을 전공했지만 브랜드 네이밍을 하는게 어려운 것 처럼, 이것이다 싶은 제목을 정하기가 어렵다.
매일 쓰는 일기같은 이 글도 제목을 한 번에 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절반쯤은 아무것도 적지 못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남은 절반에서 다시 절반은 처음에 적은 제목을 수정하게 된다. 결국 25% 정도만 처음에 적은 제목을 그대로 쓴다.
다이어리나 노트를 쓸 때 첫 줄을 가장 쉽게 시작하는 방법은 날짜를 적는 것이다. 어릴적 일기장은 항상 날짜와 날씨를 적었는데, 날씨는 굳이 필요하지 않지만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몇 년도에 적은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오늘도 엑셀 시트를 열었는데, 월과 일만 적혀 있으니 몇 년도에 적은 건지 구분이 안되었다. 탭을 월로 적어서 ’12월’을 썼더니 ‘같은 이름을 쓸 수 없다’는 경고창이 나왔다. 좀 더 길게 생각했다면 연-월-일로 적었을텐데 하고 생각하면서 2025년을 추가했다. B5 크기의 노란색 리갈 패드에 글을 적고 낱장으로 뜯어서 주제별로 클리핑을 하는 습관도 있다. 마찬가지로 연도를 적지 않았더니 몇 년이 지나면 시점이 애매해진다. 요즘은 꼬박꼬박 연-월-일로 적는다.
다가올 계획은 열심히 고민하고 적지만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금방 잊어버리는데, ‘이때 뭐했지?’라고 생각하면 연도가 마구 섞여서 2~3년 정도는 구분이 안되고, 한 5년까지 뒤섞이는 일이 흔해졌다. 물론 학교에 입학한 해, 직장을 들어간 해, 결혼을 한 해 같이 굵직한 마일스톤은 잊어버리지 않는다. 회사에서 어떤 부서로 가고, 어떤 담당을 했고 하는 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느낌이다.
지나고 나면 특별히 기억나지 않는 시간은 그저 특별하지 않게 써버린 것 같아서 아쉽다. 과거보다 미래를 바라보는 노력도 좋지만 하나 하나 기억이 남도록 만들고 싶은 생각이다. 그저 쓸 때는 잘 모르지만 시간의 누적과 축척은 지날수록 마치 복리로 불어나는 것 같은 힘을 발휘한다. 시간을 소비하지 말고 투자해야 하는데 계속 소비하는 느낌이다.
2 년 전에 고민해서 정하고 구입한 도메인 네임을 한 번도 안썼는데 벌써 만료라고 메일이 왔다. 제목만 정하고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
20251219. 1,173자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