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오프

쉬어가는 하루

by 이웃의 토토로

뭘 해야한다는 스위치를 꺼놓고 하루를 흘려보냈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영화를 뒤적이면서 커피 한 잔과 크래커와 과일을 앞에 두고 그저 쉬었다.


커피 외에 아침(?)을 1시에 먹고 저녁을 7시에 먹었는데 그다지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움직임이 없고 생각도 안하고 있으니 에너지 소비가 별로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저녁은 집근처 가까운 곳에 외식하는 식당들이 몰려있는 곳에 가서 가볍게 먹었다. 좋아하는 베이커리를 들러서 일요일에 먹고 다음주 출근하면 아침으로 먹을 빵을 집어서 돌아왔다.


오전에만 비가 5mm 정도 내린다고 예보에 나왔지만 거의 오후 4시까지 비가 부슬부슬 뿌렸다. 창밖으로 내다보면 바닥은 비가 와서 젖어있는데 비가 내리는 것이 보이지는 않았다. 기온이 적당히 오르고 촉촉한 하루였는데 해가 지고 나니 집에 있어도 바람이 불어오는 것 처럼 쌀쌀해진다. 밤에 더 추워질 것 같아서 보일러의 온도를 조금 더 올려놓았다.


하루종일 고양이가 안방과 서재를 오가면서 냐옹거린다. 안아주면 금방 발톱을 세워 점프하기에 긁혔는데 오늘은 가만히 안겨서 그르릉 거린다.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는 날이 주말인걸 아는걸까. 밥먹고 들어올때도 현관앞에 나와서 냐옹거리고 있었다.


만약 혼자서 쓸 수 있는 시간이 4시간 정도 생긴다면 뭘 하면 좋을까?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이나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으면 신나서 고르고 있을텐데 1년 넘게 개인적인 시간을 갖지 못하고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면서 바쁘게 살았더니 떠오르는 것이 별로 없다. 올 봄 퇴근길에 30분 정도 시간이 생겼을 때 판교역 위에 있는 서점에 잠시 들러서 20분 정도 책을 살펴보며 행복했던 날이 떠오른다. 반차를 내고 가질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인 4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


내일 와이프를 학교 행사에 데려다줘야 해서 외출을 해야 한다. 저녁 늦게 픽업을 가야할지 아직 모르겠지만 밖에 있을 것 같다. 내일 읽고 싶은 책을 미리 고르고 들고 나갈 카메라도 충전을 했다. 대략 네 다섯 시간을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집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나갈 것인지 결정을 하진 않았다.


스위치 끈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내일이 일요일이라는 게 너무 좋다.


20251220. 1,073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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