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바람결에 소식을 듣게 될지도 모르죠.
대학 시절에는 매일 약속이 있었으니 연말이라고 특별하지 않았다. 겨울방학에도 친구들은 매일 만났으니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입사동기, 팀동기, 나이동기의 모임이 있었고 대학학과, 대학동아리, 대학원동기, 인터넷 통신 모임, 동네 친구 모임까지 다양한 모임에서 송년회를 했다.
술을 좋아하진 않지만 모임을 좋아했고 친구들을 좋아했다. 어쩌다보니 마지막까지 계산하고 회비걷고 정산하고 다음 자리를 알아보고 택시 태워 보내고 남은 친구들 챙기는 총무의 역할을 다양한 모임에서 했기에 술은 일부러 많이 마시지 않게 되었다. 마시기 싫어서 그런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었다.
그 전부터 조금씩 줄어들긴 했지만, 코로나 이후로 송년회는 확 줄었다. 이제 남은 것은 친구들과의 모임 한 두 개뿐이다. 그마저도 최근 2년 간은 참석하지 못했다. 그저 카카오톡으로 올라오는 모임 사진만 보면서 집에 있다. 나가지 못하는게 처음에는 많이 아쉬웠지만 이제는 딱히 특별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스위치를 끄고 지내다가 문득 김영하작가가 한 말이 기억났다.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친구를 덜 만났으면 인생이 훨씬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쓸데없는 술자리에 너무 시간을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어떤 남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어요. 젊을 때는 그 친구들과 영원할 것 같지만 결국 다 헤어지거든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잠을 자거나, 그냥 거리를 걷던가하는게 훨씬 더 좋았을 거에요.”
물론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소설가에게 딱 맞는 말이긴 한데,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맞다고 깨닫게 되는 말이기도 하다. 어릴때는 저렇게 말을 들어도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느끼지 못했을테지만. 젋은 시절에 술자리에서 쌓은 친구들과의 인연은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에 동의한다. 휩쓸리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눈치보지 않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더욱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는 말이다.
사람들을 이용하겠다는 목적없이 사귀고, 연결하고,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배우고 가르쳐주고 같은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인데, 여기에 “술”이라는 매개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같은 목표와 같은 방향을 가는 인연과 친구를 만나는 것이 평생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연말에 늘 그렇듯이 곧 여러 사람들과 다시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이별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될텐데, 이 사람들과의 인연과 연결은 어떻게 남게될까.
20251221. 1,289자를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