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의 하루

만나고 헤어지고 기억하고 추억하고

by 이웃의 토토로

아직 어둑어둑한 7시에 집을 나서서 7시38분에 출근을 완료했다. 이브를 기념하면서 올해 가장 애정하는 꽃향과 산미가 가득한 ‘알라 모아나’ 원두로 커피를 내렸다. 소분해서 가져온 모닝빵 2개와 같이 아침을 먹었다. 아이패드 미니에는 창밖으로 눈이 날리는 풍경을 실제로 한 시간 가량 찍은 영상과 함께 적당하게 듣기 좋은 클래식이 나오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골라 틀었다. 에어팟을 끼고서 집중모드로 두 시간 가량 엑셀 시트 여러 개를 세 개의 화면 가득히 띄워 정리하고 작업을 했다. 연말이라 마무리하는 시간에 쫓기는 중이다.


오늘은 6개월간 같이 있던 인턴들이 떠나는 마지막 날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별이라니. ‘메리’하지는 않은 날인 것 같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3일째가 되는 새로운 인턴들은 아직 낯설어 한다. 여러 명의 인턴들과 조금씩 시간을 내서 작별 인사를 하고 몇몇은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연말까지 남은 휴가를 쓰고 퇴사하는 오래된 직원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한 분과 점심을 같이 했다. 커피를 마시며 평소처럼 수다를 좀 나누었다. 이 회사를 인연으로 알고 지낸지 20여 년이 되었으니 꽤 긴 인연이다. 여기서 끝나지는 않을거라 믿으며 잔잔하게 인사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악수를 했다. 코로나 이후로 악수를 잘 하지 않는데 오늘같은 날은 예외로 하고싶다.


직접 만든 한뼘도 더 되는 슈톨렌을 통으로 하나 선물받았고, 떠나는 인턴들에게 조각 당근 케이크와 쿠키를 받았다. 다 빵과 과자긴 한데 좋아하는 것들이다. 평소에 많이 나누었더니 오늘 많은 것들을 받았다. 매일같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일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오늘같은 날은 이별이 많은 날이라 조금씩 아쉬웠다.


퇴근길은 평소보다 많은 차들이 몰려서 두 세 배 정도 긴 흐름으로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대목이라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들끼리 집에 모이거나 외식하는 모임도 많을 것 같다. 집에와서 다시 근처에 복잡하지 않은 자주 가던 식당에 가서 와이프와 평범하게 저녁을 먹고 집에 왔다. 어제 남겨둔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꺼내서 나눠먹고 따뜻한 차를 마셨다. 사람 많고 복잡한 곳에 가서 정신없는 것 보다 평범하게 저녁을 보내는 것이 더 좋다는 걸 매번 느끼고 있다.


지구별에 잠시 머물면서 남길 수 있는 건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좋은 기억 몇 개씩 남겨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메리 크리스마스.


20251224. 1,230자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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